야생화이야기

얼레지 '바람난 여인'

林 山 2021. 4. 15. 11:33

이른봄 치마를 홀랑 벗듯 꽃잎이 뒤로 발랑 뒤집어지면서 피는 꽃이 있다. 바로 봄의 전령사 얼레지다. 변산바람꽃, 현호색 등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 소박하고 가녀린 느낌을 주는데 비해 얼레지는 자못 화려하고 도발적이기까지 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얼레지(남양주 예봉산, 2021. 4. 4)

얼레지는 백합목 백합과 얼레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로 관엽, 관화식물이다. 녹색 바탕의 잎에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자주색 무늬가 있어 얼레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얼룩 무늬가 있어서 얼룩취, 활짝 핀 꽃잎이 가재의 집게를 연상케 하여 가재무릇이라고도 한다. 학명은 에리스로니움 재퍼니쿰 (발러) 데케인[Erythronium japonicum (Balrer) Decne]이다. 영어명은 독-투스 바이올릿(Dog-tooth Violet), 일어명은 카타쿠리(カタクリ, 片栗)이다. 중국명은 주야화(猪牙花) 또는 샨위터우(山芋头)이다. 꽃말은 '질투, 바람난 여지'이다. 

 

얼레지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가 원산지다. 중국 등지에도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주로 깊은 산 숲 속의 낙엽수림 그늘에서 자란다. 얼레지속은 전세계에 약 25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1종이 자생한다..

 

 

얼레지(통영 미륵산, 2008. 4. 6)

얼레지의 비늘줄기는 땅속 25~30cm 정도 깊게 들어 있고, 한쪽으로 굽은 피침형에 가깝다. 잎이 처음부터 땅에 붙어 나오고, 꽃대가 1대 잎 사이에서 나오므로 줄기로 구분되기 어렵다. 꽃대는 높이 25cm 정도이다. 잎은 엽병이 있으며, 좁은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고, 둔두 또는 예두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지만 약간 주름이 지고, 표면은 녹색 바탕에 자주색 무늬가 있다. 

 

꽃은 4월에 보라색으로 피며, 화경끝에 1개의 꽃이 밑을 향해 달린다. 꽃잎은 6개이고 피침형이며, 뒤로 말린다. 꽃잎 안쪽 밑부분에 더욱 짙은 W자형의 무늬가 있다. 수술은 6개이며 길이가 서로 같지 않다. 꽃밥은 자주색으로 넓은 선형이다.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다. 삭과는 넓은 타원형 또는 구형으로 3개의 능선이 있다. 얼레지 씨앗에서는 특이하게도 개미 유충과 흡사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개미들은 얼레지 씨앗을 자신들의 알인 줄 알고 옮겨 날라 발아를 돕는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씨가 떨어진 뒤 바로 이듬해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4년 이상 지나야만 꽃이 핀다는 점이다.

 

 

얼레지(남양주 천마산, 2013. 4. 9)

얼레지의 유사종에는 흰얼레지가 있다. 흰얼레지의 학명은 Erythronium japonicum f. album T.B.Lee이다. 얼레지와 거의 비슷하며 흰색 꽃이 핀다. 

 

얼레지(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얼레지(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얼레지는 꽃이 크고 아름답기 때문에 화분에 많이 심는다. 정원에 심으면 봄철 화려한 화단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낙엽성교목의 하부 지피용 소재로도 좋다. 

 

얼레지(장흥 천관산, 2007. 4. 15)

얼레지의 어린잎은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얼레지는 식감과 맛이 뛰어나지만 독성이 있기 때문에 끓는 물에 데친 후 하루 정도 물에 담가 우려내야 한다. 삶은 얼레지도 많이 먹었을 때에는 설사를 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독성을 뺀 얼레지는 양념을 해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고, 말려서 묵나물로도 먹는다. 흰얼레지는 독성이 강해 먹지 않는다. 

 

얼레지(남양주 축령산, 2022. 4. 24)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는 녹말이 함유된 비늘줄기를 캐서 쪄 먹기도 했다. '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에는 '잎과 꽃을 생으로 튀겨서 먹기도 하고 쌈으로 먹기도 한다. 뿌리는 찌거나, 조림, 정과로 먹는다.'고 나와 있다.

 

얼레지(지리산 한신계곡, 2014. 5. 5)

 

얼레지 열매(정선 함백산, 2022. 6. 11)

얼레지의 비늘줄기를 본초명 차전엽산자고(車前葉山慈姑)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쓰기도 한다. 봄이나 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리거나 생것으로 쓴다. 건위(健胃), 진토(鎭吐), 지사(止瀉)의 효능이 있어 위장염, 구토, 하리(下痢)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산제(散劑)로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2021. 4. 15. 林 山. 2022. 9. 20.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