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미치광이풀

林 山 2021. 4. 19. 16:39

3월 말경 잎이 나오면서 거의 동시에 꽃이 피는 식물이 있다. 바로 미치광이풀이다. 미치광이풀을 언뜻 보면 나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치광이풀을 나물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는 큰일이 나는 수가 있다. 미치광이풀은 강한 독이 있는 식물이다. 사람이나 동물이 먹으면 발열과 흥분,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나 마치 미친 것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하여 미치광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천마산, 2021. 3. 28)

미치광이풀은 통화식물목 가지과 미치광이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코폴리아 저파니커 막시모비치((Scopolia japonica Maxim.)이다. 영어명은 코리언 스코폴리아(Korean scopolia), 중국명은 똥랑당(东莨菪), 일어명은 와치가이소우(ワチガイソウ, 輪違草)이다. 

 

미치광이풀을 광대작약, 초우성, 미친풀, 독뿌리풀, 낭탕(莨菪)당충(唐充), 안질풀이라고도 한다. 조선 때의 이두향명(吏頭鄕名)으로는 우황(牛黃), 천선자(天仙子), 초생황(草生黃)이라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초우웡씨, '물명고(物名考)'에는 초우웡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예봉산, 2021. 4. 4)

미치광이풀은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중부와 북부 지방에서 자생한다. 특히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북도 괴산군과 단양군; 충청남도 홍성군 등지에서 자란다.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서도 자생한다. 자생지 및 개체수는 많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자생지 환경 악화가 우려되는 북방계 식물이다. 환경부에서는 희귀종(지정번호 식-109)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천마산 팔현계곡, 2022. 4. 9)
미치광이풀(남양주 예봉산, 2021. 4. 10)

미치광이풀의 근경은 옆으로 자라면서 굵어진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근경 끝에서 털이 없는 원줄기가 나오고, 가지가 약간 갈라진다. 줄기가 연하며 성기게 갈라지고, 원줄기에는 털이 없다.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있다. 잎 모양은 타원상 달걀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지만 밑부분의 잎은 1~2개의 톱니가 있다. 양끝이 좁으며 털이 없고 연하다.

 

은 3~5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려서 밑으로 처진다. 꽃받침은 녹색이고 5개로 불규칙하게 갈라진다. 꽃부리는 종형이며, 끝이 5개로 얕게 갈라진다. 꽃부리는 자줏빛이 도는 황색이다. 수술은 5개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원형이고, 꽃이 핀 다음 자라는 꽃받침 속에 들어 있으며, 뚜껑이 열린다. 종자는 콩팥모양이며, 도드라진 그물모양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천마산, 2013. 4. 11)

미치광이풀의 유사종에는 노랑미치광이풀(학명 Scopolia lutescens Y.N.Lee)이 있다. 경기도 광덕산, 지리산 및 덕유산 일대, 경북 포항 내연산 등지에 분포한다. 꽃은 노란색, 꽃받침의 갈래 1장이 잎 모양으로 대형이며, 잎과 포는 황록색인 점이 미치광이풀과 다르다.

 

미치광이풀의 꽃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다소 특이하기 때문에 낙엽성 교목의 아래 지면을 덮는 식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는 '어린순은 데쳐서 나물로도 먹는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미치광이풀은 유독성 식물이기 때문에 나물로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먹더라도 끓는 물에 데쳐서 독성을 잘 우려내야 한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천마산, 2013. 4. 18)

미치광이풀의 근경(根莖)을 본초명 동랑탕(東莨菪) 또는 낭탕(莨菪), 열매를 낭탕자(莨菪子)라고 하며 약용한다. 봄, 가을에 채취하여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다. 해경(解痙), 진통(鎭痛), 수한(收汗), 삽장(澁腸)의 효능이 있다. 각종 동통(疼痛), 정신광조(精神狂躁), 주독(酒毒)에 의한 진전(振顫), 옹창종독(癰瘡腫毒), 탄저(炭疽), 외상출혈(外傷出血)을 치료한다. 체선(體癬)에는 약을 문질러 스며들게 바른다. 가루로 만들어 술과 함께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여서 씻거나, 가루를 만들어 골고루 바르거나 또는 바르고 스며들게 문지른다. 뿌리를 10g 이상 섭취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독이 있는 약은 잘 쓸 경우 최고의 명약이 되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동랑탕을 거의 안 쓴다. 

 

미치광이풀은 강한 독을 지니는 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땅속줄기에 알칼로이드 계통의 물질인 아트로핀(atropine), 스코폴라민(scopolamin), 하이오스사이아민(hyoscyamine) 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치광이풀의 주성분 하이오스사이아민이라는 알칼로이드(alkaloid) 성분은 추출 과정에서 아트로핀(atropine)으로 변한다. 아트로핀은 부교감신경의 말초신경을 마비시키고, 부신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아트로핀은 또 위산분비를 억제하며, 평활근 경축을 완화시킴으로써 항경련 및 진통 효과가 있다. 스코폴라민은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잠이 오게 하거나 눈동자를 크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안과에서 망막을 검사할 때 동공을 확장하는 데 사용한다. 스코폴린(scopolin)은 예로부터 신경안정제나 진통제로 쓰였다.

 

미치광이풀(남양주 천마산, 2013. 4. 18)

'동의보감' <잡병편 : 해독>에는 낭탕독(莨菪毒)에 대해 '이 풀에 중독되면 독기가 가슴으로 치밀기 때문에 몹시 안타깝고 답답하고[煩悶] 눈 앞에 별 같은 불빛이 보이며 미쳐서 날치고 달아나며 헛것이 보인다고 한다. 이런 때에는 녹두를 물에 갈아서 즙을 내어 먹인다. 감초와 모시대를 달인 물을 마시기도 한다. 또는 서각을 물에 갈아 먹는다. 또는 게즙을 내어 마신다. 또는 감두탕을 진하게 달여서 먹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1. 4. 19. 林 山. 2022.4.19. 최종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