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호제비꽃

林 山 2021. 4. 24. 13:10

제비꽃은 한국에서만 6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충주 시내에서 자라는 제비꽃 가운데 가장 우점종(優占種)은 어떤 제비꽃일까? 아마 호제비꽃이 아닐까 한다. 호제비꽃은 도심지 도로변 보도 블럭 사이나 가로수 주변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충주시 연수동과 교현동 일대를 다녀보면 호제비꽃이 절대적으로 우점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제비꽃(충주시 연수동, 2021. 4. 1)

호제비꽃은 제비꽃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바이올라 예도엔시스 마키노(Viola yedoensis Makino)이다. 영어명은 도쿄-바이올렛(tokyo-violet)이다. 호제비꽃을 들오랑캐, 들제비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수줍은 사랑'이다. 

 

호제비꽃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샨동(山東),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푸젠(福建)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산야의 햇볕이 잘 드는 풀밭, 들이나 밭 근처, 특히 점토에서 흔히 자란다. 도심지 도로변에서도 잘 자란다.  

 

호제비꽃의 근경은 짧다. 키는 7~15cm 정도로 자란다. 전체적으로 짧은 털이 밀생한다. 잎은 삼각상 넓은 피침형이며, 끝이 둔하고 밑부분이 절저 예저 또는 다소 심장저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엽병은 잎보다 짧고, 윗부분에는 날개가 없다. 하지만 날개가 약간 있는 것도 있다. 제비꽃에 비해 잎은 좁고 짧으며, 털이 많고, 측판에 털이 없다. 

 

화경은 잎과 길이가 비슷하거나 다소 짧다. 꽃은 3~4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꽃받침조각은 피침형이며, 끝이 뾰족하거나 둔하다. 부속체는 둥글고 밋밋하거나 둔한 톱니가 있다. 측열편(곁꽃잎)에는 털이 없으며, 거(距)는 둥글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난상 타원형이고, 5~8월에 성숙한다. 종자는 황색으로 난원형이다. 종자 표면은 미끄럽고 윤기가 있다. 

 

유사종에는 제비꽃, 금강제비꽃, 둥근털제비꽃이 있다. 제비꽃의 학명은 Viola mandshurica W.Becker이다. 잎 윗부분에 약간 뚜렷하지 않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짙은 자색 또는 보라색이다. 입술모양꽃부리는 구두주걱모양이고 자색의 줄이 있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금강제비꽃의 학명은 Viola diamantiaca Nakai이다. 한국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식물잎은 심장형이다. 잎 표면과 뒷면에 털이 있으며, 특히 맥 위에 많다. 엽병에도 털이 있으며, 윗부분에는 자주색 반점이 있다. 꽃은 닫힌꽃이다. 꽃이 희고 땅 속에서 피는 페쇄화이며, 지하경이 있다. 둥근털제비꽃의 학명은 Viola collina Besser이다. 잎은 모여나기하고, 난상 심장형 또는 심장형에 깊은 심장저이며, 끝은 뭉뚝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대는 퍼진 털이 있고,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꽃받침조각 가장자리, 꽃잎 측열편에도 털이 있다.

 

호제비꽃(충주시 연수동, 2021. 4. 8)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봄에 어린순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충주 지방에서는 제비꽃을 나물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사에는 호제비꽃의 뿌리를 포함한 전초(全草)를 자화지정(紫花地丁) 또는 독행호(獨行虎), 지정초(地丁草)라고 한다. 또, 지정(地丁), 양각자(羊角子), 여의초(如意草), 전두초(箭頭草), 자지정(紫地丁)이라고도 한다. 5~8월 열매가 성숙하면 뿌리째 뽑아서 흙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다. 

 

자화지정은 청열약(淸熱藥) 중에서도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으로 분류된다. 청열해독, 양혈소종(凉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정창종독(疔瘡腫毒), 옹저발배(癰疽發背), 단독(丹毒), 독사교상(毒蛇咬傷), 목적종통(目赤腫痛) 등을 치료한다. 또, 각종 화농성 감염증(化膿性 感染症), 임파결핵(淋巴結核), 급성 유선염, 전립선염, 위염, 방광염, 관절종통(關節腫痛), 맥립종(麥粒腫)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달여서 복용하거나 생즙 또는 가루로 만들어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 바르거나 졸여서 고제(膏劑)로 만들어서 붙인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다.

 

2021. 4. 24.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