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밤 10시 파리 스타드 드 롤랑 가로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21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약 3,447만유로, 약 470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33위, 체코, 25세)가 주니어 그랜드 슬램 대회 3회 우승 기록을 가진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31위, 러시아, 29세)를 2-1(6-1, 2-6, 6-4)로 격파하고 감격적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생애 처음 챔피언에 오른 크레이치코바는 우승컵과 함께 상금 140만유로(19억원)를 받았다. 파블류첸코바는 준우승패와 함께 상금 75만유로(10억1천만원)를 받았다.
그랜드 슬램 대회 복식 2회 우승 기록을 가진 크레이치코바는 이번 대회에서도 카테리나 시니아코바(체코)와 한 조를 이뤄 복식 결승에 진출해 있어 그 결과가 자못 주목된다. 여자 복식 결승은 6월 13일(한국시간) 오후 6시 15분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다. 결승 상대는 이가 슈비온텍(폴란드)-베서니 매틱샌즈(미국) 조다. 2000 프랑스 오픈에서 마리 피르스(프랑스)가 여자 단식과 복식 타이틀을 모두 휩쓴 이후 이번에는 크레이치코바가 또 한 번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2021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은 빅3와 차세대 빅3가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흥미진진한 경기가 된 반면에 여자 단식은 애슐리 바티(1위, 호주)가 부상으로 기권하고, 오사카 나오미(2위, 일본)마저 기자회견을 거부하고 철수하면서 맥이 빠진 경기가 되어버렸다. 이런 사태는 남은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했고, 크레이치코바는 무주공산의 새로운 퀸으로 등극했다.
1세트는 서브와 스트로크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크레이치코바가 파블류첸코바의 잦은 범실을 틈타 6-1로 가볍게 따냈다. 크레이치코바는 백핸드 스트로크와 네트 플레이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더블 폴트가 3개나 있었음에도 코너 구석구석을 찌르는 서브는 위력적이었다. 간간이 구사하는 드롭 샷은 발이 무거운 파블류첸코바의 체력을 소진시키며 괴롭혔다.
2세트는 1세트와는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전열을 가다듬은 파블류첸코바는 자신의 첫 서비스 게임을 지키며 앞서갔다.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선 파블류첸코바는 에이스를 꽂아 넣는 한편 과감한 네트 플레이로 기선을 제압하면서 3게임을 내리 따냈다. 절묘한 다운 더 라인(down the line) 스트로크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파블류첸코바는 상대의 잦은 범실을 틈타 게임 스코어 5-2로 달아났다.
휴식 시간에 파블류첸코바는 왼쪽 허버지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을 불렀다. 게임 스코어 5-2가 되기 직전 수비를 위해 슬라이딩할 때 허벅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였다. 허벅지에 테이핑을 한 후 다시 코트에 들어선 파블류첸코바는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3세트를 6-2로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는 1, 2세트와는 달리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다. 파블류첸코바는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따내며 분전했지만, 잦은 백핸드 스크로크 범실로 한 게임을 내줘 1-1을 허용했다. 게임 스코어 1-1 상황에서 파블류첸코바는 더블 폴트를 범해 세 번째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부상 투혼을 발휘한 파블류첸코바는 포핸드 스핀을 구사하며 게임 스코어 3-3으로 따라붙었다. 이에 크레이치코바는 슬라이스 스핀 공격을 퍼부으며 상대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브레이크하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크레이치코바는 이후 2게임을 내리 따내 게임 스코어 6-4로 승부를 마무리짓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크레이치코바는 에이스(2-2)에서는 파블류첸코바와 같았지만 더블 폴트(5-1)에서는 상대보다 4개가 더 많았다. 하지만 퍼스트 서브 성공률(73%-66%)과 첫 서브 득점률(55%-49%), 두 번째 서브 득점률(71%-50%), 리시브 포인트(41-36), 서비스 포인트(44-39)에서 앞서면서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52차례 본선 진출 끝에 첫 결승전에 오른 파블류첸코바는 크레이치코바라는 벽에 가로막혀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파블류첸코바가 우승했다면 49차례 본선 출전 만에 2015 US 오픈 챔피언이 된 플라비아 펜네타(이탈리아)의 기록을 깰 수도 있었다. 파블류첸코바에게는 두고두고 한이 될 결승전이었다.
여자 단식 결승전에 이어 벌어진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는 니콜라 마위-피에르위그 에르베르(이상 프랑스) 조가 안드레이 골루베프-알렉산드르 부블리크(이상 카자흐스탄) 조를 2-1(4-6, 7-6, 6-4)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위-에르베르 조는 우승컵과 함께 상금 24만5천유로(3억3,200만원), 골루베프-부블리크 조는 준우승패와 함께 상금 14만4천유로(1억9,500만원)를 받았다.
6월 13일 밤 10시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는 2021 프랑스 오픈 베스트 오브 베스트 하이라이트인 남자 단식 결승 빅3 노박 조코비치(1위, 세르비아)-차세대 빅3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 그리스)의 경기가 열린다. '무결점 테니스' 조코비치는 '클레이 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3위, 스페인), 치치파스는 알렉산더 츠베레프(6위, 독일)을 각각 격파하고 올라왔다. 이번 남자 단식 결승전은 빅3-차세대 빅3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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