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중순경 태백산으로 한계령풀을 보러 갔다가 군락지 근처에서 꽃이 활짝 핀 갈퀴현호색을 만났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갈퀴현호색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더구나 갈퀴현호색은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라서 더 반가왔다. 마치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본 듯한 느낌이었다.
갈퀴현호색은 양귀비목 현호색과 현호색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코리달리스 그랜디칼릭스 오병운 & 김윤식(Corydalis grandicalyx B.U.Oh & Y.S.Kim)이다. 현호색(玄胡索)에서 ‘현(玄)’은 '검다'는 뜻이다. 알뿌리가 거무튀튀해서 붙인 것이다. ‘호(胡)’는 '오랑캐'라는 뜻이다. 호(胡)는 친(秦), 한(漢) 시대에 북방 민족인 숑누(匈奴)를 일컫던 말이다. 이 꽃이 중국 북쪽 지방에서 많이 나서 붙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색(索)’은 '꼬다'는 뜻이다. 새싹이 돋아날 때 매듭이 생겨서 붙여졌다.
현호색의 영어명은 라지-세플 코리달리스(Large-sepal corydalis)이다. 서양에서는 종달새의 머리에 나 있는 깃과 비슷하다고 해서 속명을 Corydalis(코리달리스)라고 한다. 코리달리스는 그리스어로 종달새를 뜻하는 말이다. 꽃말은 '비밀', '보물주머니'이다.
갈퀴현호색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한국 중부 이북 지방에서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갈퀴현호색은 1980년 이우철이 강원도 삼척에서 최초로 발견했으며, 1986년에는 오병운이 오대산에서도 발견했다. 이후 태백산에서도 자생지가 확인되었다.
갈퀴현호색의 땅속줄기는 길이 2~13㎝이며, 덩이줄기는 지름이 1~1.8㎝이다. 비늘잎은 1개로서 길이 1~1.8㎝이며, 기부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높이 7~21㎝의 지상부을 형성한다. 덩이줄기는 구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땅구슬 또는 땅방울이라고도 한다.
줄기는 경상성(傾上性)이고, 지름은 0.6~2㎜이며, 횡선열매는 원형이다. 줄기잎은 2장이다. 엽병의 길이는 1~12㎝, 엽신은 길이 2~8㎝, 폭 2~10㎝의 이회삼출겹잎이다. 소엽은 타원형 또는 거꿀달걀모양이고 잎가는 밋밋하다. 꽃 바로 아래에 있는 잎 모양이 갈퀴처럼 생겨서 갈퀴현호색이라고 한다.
꽃은 주로 4월에 피며, 5~13개가 총상꽃차례를 형성한다. 포는 타원형이며 선단에 잔 거치가 있다. 꽃자루의 길이는 개화시에 6~14㎜이고, 열매 성숙시에는 10~20㎜이다. 꽃은 진한 청색이다. 꽃받침은 특히 크게 발달하는데, 거꿀달걀모양으로서 선단이 갈퀴형으로 갈라져 화통을 감싼다. 암술머리는 다각형으로서 14개의 돌기가 있다.
열매는 납작한 방추형이며, 종자가 거의 이열로 배열한다. 종자는 구형으로서 표면에는 광택이 있다. 종자는 6월에 성숙한다. 종자가 성숙하면 지상부는 말라 죽는다. 1년에 석달 동안만 볼 수 있는 귀한 종이다.
갈퀴현호색은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뿌리는 약재로 이용된다. 본초학에서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 현호색은 학명 Corydalis turtschaninovii Bess.의 동속(同屬) 근연(近緣) 식물의 덩이줄기를 건조한 것이다. 따라서 갈퀴현호색의 덩이줄기도 현호색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갈퀴현호색의 유사종에는 흰갈퀴현호색이 있다. 흰갈퀴현호색의 학명은 Corydalis grandicalyx f. albifloris Y.N.Lee이다. 흰색꽃이 피는 갈퀴현호색이다.
2021. 7. 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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