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흰철쭉

林 山 2021. 7. 22. 12:11

철쭉은 만나기가 쉽지 않은 야생화다. 2015년 6월 초 설악산 서북능선을 오르다가 흰철쭉을 발견했다. 야생에서는 처음 보는 흰철쭉 꽃이었다. 뜻하지 않게 희귀종을 만나니 몹시 반가왔다. 아쉽게도 흰철쭉은 막 시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흰철쭉을 야생에서 본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흰철쭉은 진달래목 진달래과 진달래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로도덴드론 슐리펜바키 에프. 알비포룸 이영노(Rhododendron schlippenbachii f. albiflorum Y.N.Lee)이다. 한국의 철쭉은 1854년 4월 독일의 해군제독 바론 알렉산더 폰 슐리펜바흐(Baron Alexander von Schlippenbach)에 의해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되었다. 슐리펜바흐는 군함 페리스 호를 타고 한국의 동해안을 몰래 측량할 때 철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식물을 채집해 갔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 철쭉의 학명에도 남아 있다.

 

흰철쭉의 영어명은 화이트-플라워 로열 어제일리어(White-flower royal azalea), 일어명은 시로바나구로후네츠츠지(シロバナクロフネツツジ, 白花黒船躑躅), 중국명은 바이지주(躑躅)이다. 꽃말은 '정열', '명예'이다.

 

흰철쭉(설악산 서북능, 2015. 6. 6)  

흰철쭉의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연해주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흰진달래와 함께 회귀종이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는 '한국의 산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흰철쭉은 키가 2~5m 정도이다. 줄기는 회갈색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샘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기하지만 가지끝에서는 5개씩 모여나기한다. 잎 모양은 거꿀달걀모양 또는 넓은 거꿀달걀모양에 원두 또는 미요두이고 예저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 뒷면은 연한 녹색이고 맥위에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은 잎과 더불어 5~6월에 피고 향기가 있다. 3~7개의 꽃이 가지끝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달걀모양이며 꽃자루와 더불어 샘털이 있다. 꽃부리는 흰색이며 윗부분의 꽃잎은 깔때기모양이다. 유사종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의 꽃부리는 연한 홍색이다. 수술은 10개로서 길이가 같지 않고, 긴 것은 꽃잎 길이와 비슷하다. 수술대에는 돌기가 있다. 암술대는 길며 기부에 돌기가 있다. 씨방에는 샘털이 있다. 열매는 긴 타원상 난원형이며 샘털이 있다. 종자는 10월에 익는다.

 

흰철쭉은 내음성(耐陰性)이 강하여 교목(喬木) 숲 아래에 심으면 복층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꽃에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사람이 먹으면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2021. 7. 2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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