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철쭉은 만나기가 쉽지 않은 야생화다. 2015년 6월 초 설악산 서북능선을 오르다가 흰철쭉을 발견했다. 야생에서는 처음 보는 흰철쭉 꽃이었다. 뜻하지 않게 희귀종을 만나니 몹시 반가왔다. 아쉽게도 흰철쭉은 막 시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흰철쭉을 야생에서 본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흰철쭉은 진달래목 진달래과 진달래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로도덴드론 슐리펜바키 에프. 알비포룸 이영노(Rhododendron schlippenbachii f. albiflorum Y.N.Lee)이다. 한국의 철쭉은 1854년 4월 독일의 해군제독 바론 알렉산더 폰 슐리펜바흐(Baron Alexander von Schlippenbach)에 의해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되었다. 슐리펜바흐는 군함 페리스 호를 타고 한국의 동해안을 몰래 측량할 때 철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식물을 채집해 갔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 철쭉의 학명에도 남아 있다.
흰철쭉의 영어명은 화이트-플라워 로열 어제일리어(White-flower royal azalea), 일어명은 시로바나구로후네츠츠지(シロバナクロフネツツジ, 白花黒船躑躅), 중국명은 바이지주(白躑躅)이다. 꽃말은 '정열', '명예'이다.
흰철쭉의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연해주이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흰진달래와 함께 회귀종이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에는 '한국의 산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흰철쭉은 키가 2~5m 정도이다. 줄기는 회갈색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샘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기하지만 가지끝에서는 5개씩 모여나기한다. 잎 모양은 거꿀달걀모양 또는 넓은 거꿀달걀모양에 원두 또는 미요두이고 예저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잎 뒷면은 연한 녹색이고 맥위에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잎과 더불어 5~6월에 피고 향기가 있다. 3~7개의 꽃이 가지끝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달걀모양이며 꽃자루와 더불어 샘털이 있다. 꽃부리는 흰색이며 윗부분의 꽃잎은 깔때기모양이다. 유사종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의 꽃부리는 연한 홍색이다. 수술은 10개로서 길이가 같지 않고, 긴 것은 꽃잎 길이와 비슷하다. 수술대에는 돌기가 있다. 암술대는 길며 기부에 돌기가 있다. 씨방에는 샘털이 있다. 열매는 긴 타원상 난원형이며 샘털이 있다. 종자는 10월에 익는다.
흰철쭉은 내음성(耐陰性)이 강하여 교목(喬木) 숲 아래에 심으면 복층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꽃에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다. 사람이 먹으면 복통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2021. 7. 21.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뜰보리수 '부부의 사랑' (0) | 2021.07.23 |
---|---|
보리수나무 '해탈' (0) | 2021.07.23 |
흰산철쭉 (0) | 2021.07.21 |
유채(油菜) '쾌활(快活)' (1) | 2021.07.21 |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 (0) | 2021.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