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고들빼기

林 山 2021. 8. 2. 16:10

4월 중순이 지나면 산과 들에 노오란 고들빼기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고들빼기는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고들빼기로 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겉절이나 초무침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식욕이 없을 때는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나는 고들빼기 나물이 입맛을 북돋아주는 소화건위제(消化健胃劑) 역할을 한다.  

 

고들빼기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전라도 어느 고을에 사는 고씨 형제 두 명과 백씨, 이씨가 함께 산에 놀러갔다가 길을 잃었다.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매면서 이름 모를 풀을 뜯어 먹으며 연명하던 이들은 거의 굶러죽을 지경에 이를 무렵 다행히도 화전민에게 발견되어 살아났다. 이들은 자신들이 산에서 캐먹었던 이름 모를 풀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이 풀을 고씨 형제 두 명과 백씨, 이씨가 함께 발견한 풀이라고 하여 '고둘백이'라고 불렀다. 이후 고둘백이가 고들빼기로 변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고들빼기(충주시 연수동, 2021. 4. 23)

고들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고들빼기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크레피디아스트룸 손치폴륨 (막시모비치.) 박 앤 가와노[Crepidiastrum sonchifolium (Maxim.) Pak & Kawano]이다. 영어명은 사우시슬-리브드 호크스비어드(Sowthistle-leaved hawksbeard), 일어명은 이누야쿠시소우(イヌヤクシソウ, 薬師草)이다. 중국명은 쿠차이(苦菜) 또는 삐엔쥐(褊苣), 라오관차이(老鹳菜), 쿠쥐차이(苦苣菜), 투차오(草), 여우동(游冬)이다. 

 

'동의보감', '제물보', '물명고', '명물기략'에는 고들빼기를 고채(苦菜)라 하였다. '명물기략'에는 '고채는 고도(苦荼)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고독바기가 되었다. 고들빼기의 대궁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것을 사마귀에 떨어뜨리면 저절로 떨어진다. 이 흰 즙이 젖과 비슷하여 젖나물이라고 한다.'고 이름의 유래를 밝히고 있다. 

 

고들빼기를 쓴나물, 노란 꽃이 핀다고 해서 황화채(黃花菜)라고도 한다. 참고들빽이, 빗치개씀바귀, 좀두메고들빼기, 애기벋줄씀바귀로도 불린다. 꽃말은 '순박함'이다. 

 

고들빼기(충주시 연수동, 2021. 4. 23)

고들빼기의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몽골 등 아시아다.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중국, 몽골,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목장 지대나 공터, 길가, 밭두렁 등 어디서나 잘 자란다. 도심지 도로변이나 보도 블럭 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고들빼기(충주시 연수동, 2021. 4. 23)

고들빼기는 키가 12~8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자줏빛이 돈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거나 없어지며, 엽병이 없고 긴 타원형에 둔두이다. 잎 양면에 털이 없으며 표면은 녹색, 뒷면은 분백이다. 잎 가장자리는 빗살처럼 갈라진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달걀모양 또는 난상 긴 타원형이며, 예두에 밑부분이 넓어져서 원줄기를 크게 감싼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결각상의 톱니가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고들빼기(충주시 연수동, 2021. 4. 23)

은 4~9월에 연황색으로 핀다. 머리모양꽃차례는 가지 끝에 산방상으로 달린다. 꽃차례는 곁가지에만 달리는 특징이 있다. 화경은 길이 5~9mm이고, 포는 길이 0.5~0.7mm로서 2~3개이다. 총포는 길이 5~6mm, 중앙부의 지름은 3mm이다. 외포편은 1줄로 배열되고 긴 타원형이며 둔두이다. 꽃부리는 황색이고 5개로 갈라진다. 판통은 길이 1.5~2mm이고 잔털이 다소 있다. 열매는 수과다. 수과는 흑색이며 편평한 원뿔모양이고 길이 2.5~3mm로서 12줄이 있다. 관모는 길이 3mm정도이고 백색이다.

 

고들빼기(충주시 연수성당, 2021. 4. 24)

고들빼기의 줄기나 잎을 자르면 흰 유즙이 나오지만 독은 없다. 이 유즙이 쓴 맛을 낸다. 고들빼기의 쓴맛은 입맛을 돋궈주는 천연 건위소화제 역할을 한다. 

 

고들빼기는 나물로 유명해 농가에서 특용작물로 많이 재배한다. 고들빼기의 최대 생산지는 고창, 순천 등이다. 고들빼기 김치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봄에 고들빼기의 어린싹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먹거나 생으로 쌈을 싸먹는다. 리째 캐서 데친 뒤 초무침, 또는 초고추장 무침을 만들거나 볶아서 조리한다.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고들빼기(충주시 교현동, 2021. 5. 4)

고들빼기의 어린싹(幼苗)을 고접자(苦蝶子)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청열해독(淸熱解毒), 배농(排膿), 지통의 효능이 있어 충수염(蟲垂炎), 장염(腸炎), 이질, 각종 화농성염증(化膿性炎症),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두통(頭痛), 치통(齒痛), 흉통(胸痛), 복통(腹痛), 황수창(黃水瘡, 膿疱瘡), 치창(痔瘡)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한다. 또는 정제(錠劑)를 만들어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달인 물로 훈세(熏洗)하거나 혹은 분말을 만들어 바른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쓴다.

 

까치고들빼기(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고들빼기의 유사종에는 이고들빼기, 강화이고들빼기, 까치고들빼기, 지리고들빼기, 갯고들빼기, 절영풀, 홍도고들빼기, 타이완쟈하이양찬(台湾假还阳参) 등이 있다.

 

이고들빼기[Crepidiastrum denticulatum (Houtt.) Pak & Kawano]는 산과 들의 건조한 곳에서 자란다. 키는 30~70㎝이다. 뿌리에 달린 주걱 모양의 잎은 꽃이 필 때 스러진다. 줄기에 달리는 잎은 갈라지지 않는다. 강화이고들빼기(Crepidiastrum denticulatum subsp. denticulatum)는 이고들빼기와 비슷하나 잎이 깃처럼 갈라진다. 

 

까치고들빼기[Crepidiastrum chelidoniifolium (Makino) Pak & Kawano]는 깊은 산의 숲 가장자리에 자란다. 키는 30~70㎝이다. 줄기 밑부분에서 가지를 치고, 가지와 잎은 매우 연하다. 잎은 깃꼴로 갈라진다. 잎이 완전히 갈라져 잔잎처럼 보인다. 지리고들빼기[Crepidiastrum koidzumianum (Kitam.) Pak & Kawano]는 지리산에 분포하며,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이다. 키는 약 40㎝이다. 긴 타원형의 잎이 새의 날개처럼 갈라지며 어긋난다. 까치고들빼기와 고들빼기의 잡종이라고 추정되며, 많은 중간형이 있다.

 

이고들빼기(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갯고들빼기[Crepidiastrum lanceolatum (Houtt.) Nakai]는 제주도, 거제도, 거문도 등 다도해의 바닷가 바위틈에 자란다. 원줄기는 짧고 목질화하였으며, 위쪽 끝에서 잎이 나온다. 절영풀[Crepidiastrum platyphyllum (Franch. & Sav.) Kitam]은 갯고들빼기와 비슷하지만 뿌리잎이 크고, 줄기잎이 넓으면서도 두껍다. 홍도고들빼기(Crepidiastrum ×nakaii H.Ohashi & K. Ohashi)는 이고들빼기와 절영풀 또는 이고들빼기와 갯고들빼기 교잡종이라는 설이 있다. 머리모양꽃차례는 많고 빽빽하게 달린다. 

 

타이완쟈하이양찬(台湾假还阳参, Crepidiastrum taiwanianum Nakai)은 뿌리가 두껍고 길다. 근경에는 갈색의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근생엽은 로제트로 나고, 숟가락 모양으로 둥근 원형이다. 밑부분은 좁아지고 가장자리에는 둥근 톱니가 있다.

 

2021. 8. 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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