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토끼풀

林 山 2021. 8. 4. 16:50

토끼풀은 유년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풀이다. 토끼풀은 클로버(clove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토끼풀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곤 했던 추억이 한두 번쯤 있을 것이다. 꽃반지를 만들어 끼고 동무들과 놀던 어린 시절은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는 또 잎이 네 개 달린 네잎토끼풀을 찾으러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네잎토끼풀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둑, 밭둑으로 헤매고 다니다가 네잎토끼풀을 찾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네잎토끼풀을 찾을 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한다. 이처럼 확률이 낮기 때문에 어렵게 찾은 네잎토끼풀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1950년대 네잎토끼풀 씨앗의 발견으로 인공 재배의 길이 열리면서 네잎토끼풀에 대한 환상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연 상태에서 네잎토끼풀을 찾으면 짜릿한 쾌감과 전율을 느끼곤 한다. 

 

네잎토끼풀이 행운의 상징이 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군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갔을 때, 발밑에 있는 네잎토끼풀을 보고 신기해서 허리를 굽혀 따려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네잎토끼풀이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었다. 전쟁터에서 죽을 뻔한 나플레옹은 후에 프랑스 황제까지 되었다. 이후 네잎토끼풀은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토끼풀은 아일랜드의 국화(國花)이다. 아일랜드에서 세잎토끼풀의 작은 잎은 각각 성부(聖父)와 성자(聖子), 성령(聖靈)의 삼위일체(三位一體)를 상징하며, 사탄을 막아준다고 믿음이 있다. 성 패트릭(Saint Pactrik)이 아일랜드에서 선교할 때 세잎토끼풀을 가지고 삼위일체의 교리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한편, 붉은토끼풀은 덴마크의 국화이다. 붉은토끼풀의 꽃말은 '행복', '약속', '너와 함께', '나를 생각해주오'이다. 

 

토끼풀의 꽃말도 재미있다. 한잎토끼풀은 '희망', 두잎토끼풀은 '눈물'과 '이별', 세잎끼풀은 '행복', 네잎끼풀은 '행운'이다. 네잎클로버의 작은 잎은 각각 애정, 행복, 희망, 신앙을 상징한다. 6월 24일 또는 그 전날 밤에 뜯은 네잎토끼풀은 구마력(驅魔力)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몽골에는 세잎토끼풀보다 네잎토끼풀의 개체수가 더 많다고 한다. 네잎토끼풀부터는 돌연변이다. 

 

다섯잎끼풀의 꽃말은 '불행'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이리라. 여섯잎끼풀의 꽃말은 '희망', '기적'이다. 여섯잎끼풀은 돌연변이로 나타난 희귀종 가운데서도 희귀종이니 그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일곱잎끼풀은 '천운(天運)' 또는 '진실', 사랑'이다. 한국에서는 한잎끼풀~여덟잎끼풀까지 발견되었다고 한다. 기네스북에 오른 최다엽 끼풀은 열여덟잎끼풀이다. 열여덟잎끼풀은 2002년 일본에서 발견되었고, 꽃말은 '대박'이다. 

 

토끼풀은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 꿀벌들이 제우스에게 독이 있는 풀들이 많아서 좋은 꿀이 있는 꽃을 찾기 힘드니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커다란 붓으로 흰 물감을 묻혀 어떤 꽃을 표시해 주었다. 그 꽃이 바로 토끼풀이었다는 이야기다.      

 

토끼풀(충주시 연수동 주공 1단지 아파트, 2021. 4. 24)

토끼풀은 장미목 콩과 토끼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트리폴륨 레펜스 엘.(Trifolium repens L.)이다. 토끼풀은 토끼가 잘 먹는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하얀 꽃이 토끼의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토끼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토끼풀의 영어명은 더치 클로버(Dutch clover) 또는 화이트 더치 클로버(White Dutch Clover), 화이트 클로버(White Clover), 클로버(Clover)이다. 일어명은 시로츠메쿠사(シロツメクサ, 白詰草) 또는 우마고야시(うまごやし, 苜蓿·馬肥やし), 별명은 시로크로바(シロクローバー)이다. 중국명은 바이산예차오(白三葉草) 또는 바이화산예차오(白花三葉草), 바이산예(白三葉), 슈차오(菽草), 바이츠저우차오(白車軸草), 바이화무쉬(白花苜蓿)이다. 꽃말은 '희망이 이뤄짐', '행운'이다. 

 

토끼풀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다. 한국에는 개항 이후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처음에는 목초로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야생화하여 전국 각지의 잔디밭이나 하천 고수부지, 정원 등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널리 자라고 있다.

 

토끼풀(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1. 5. 4)

토끼풀은 줄기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키는 30~6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가로 뻗으면서 기는데, 전체에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장상3출복엽으로이다. 엽병은 10cm에 이른다. 소엽은 거꿀달걀모양 또는 거꿀심장모양이며 원두 또는 요두에 예저이다. 소엽병은 거의 없다. 잎맥이 뚜렷하고 가장자리에 가는 톱니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거의 없다. 탁엽은 난상피침형으로서 예두이다.

 

꽃은 4~7월에 흰색으로 핀다. 머리모양꽃차례에 많은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화경은 길이 20~30cm이다. 기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갈색으로 말라서 열매를 둘러싼다. 열매는 협과이다. 협과는 선형으로 길이 10mm 정도이다. 협과 속에 4~6개의 갈색 종자가 들어 있다.

 

토끼풀의 유사종에는 붉은토끼풀(red clover , アカツヌクサ, 紅三葉, 金花菜), 선토끼풀(Alsike clover), 달구지풀(Lupine clover), 제주달구지풀, 진홍토끼풀(Crimson Clover), 라디노클로버 등이 있다. 붉은토끼풀(Trifolium pratense L.)은 토끼풀과 비슷하지만 꽃차례에 화경이 거의 없고 포가 없다. 원줄기에는 퍼진 털이 있다. 꽃은 가지끝에 자주빛 또는 붉은 자줏빛 접형화(蝶形花)가 산형으로 밀집되어 머리모양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선토끼풀(Trifolium hybridum L.)은 북미와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서을의 한강고수부지, 강원도 대관령에서도 발견되었다. 줄기는 직립한다. 꽃은 담홍색 드물게 백색이다. 

 

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L.)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줄기는 여럿이 뭉쳐나와 높이가 30cm에 달한다. 보통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은 짧으며, 5개의 소엽으로 된 손모양겹잎이다. 꽃은 짙은 홍색이고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제주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f. alpinus (Nakai) M.Park]은 한라산 정상 근처에서 자라며, 전체가 작다. 잎은 엽병이 짧고, 5개의 소엽으로 된 손모양겹잎이다. 꽃은 짙은 홍색이다. 머리모양꽃차례에 꽃이 부채살처럼 달린다. 

 

진홍토끼풀(Trifolium incarnatum L.)은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며, 한국에는 2000년대 이후 전라남도와 제주도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줄기는 곧추서며 키는 14~33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서 작은 잎이 3개씩 모여 어긋난다. 봄부터 여름까지 진홍색 꽃이 이삭처럼 달린다. 라디노클로버(Trifolium repens var. giganteum)는 식물체의 크기가 큰 종이다. 1956년 목초용 또는 사료작물용으로 도입됐다.

 

토끼풀(인천시 부평구 굴포천, 2013. 5. 14)

토끼풀은 생으로 먹기도 하고 샐러드에 넣거나 녹즙을 내 먹는다. 볶거나 튀겨서 먹기도 한다.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 먹는 경우도 있다. 꽃으로는 차를 달여 마시기도 한다. 꽃잎을 말려서 향료로 쓰기도 한다. 

 

토끼풀은 가축의 먹이로 재배하거나 조경용으로 심는다. 밀원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토끼풀은 콩과 식물의 특징인 질소고정 식물이다. 식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해 식물의 생장을 돕는다. 

 

토끼풀의 전초를 민간에서 전간(癲癎, 뇌전증), 종기, 나력(瘰癧, 임파선 결핵), 치질 등의 치료에 쓰기도 한다. 꽃의 팅크제는 기침, 천식, 폐결핵 등에 쓰인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2021. 8. 4.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벼룩이자리  (0) 2021.08.09
이팝나무 '영원한 사랑'  (0) 2021.08.06
모과나무  (0) 2021.08.03
고들빼기  (0) 2021.08.02
봄맞이  (0)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