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이팝나무 '영원한 사랑'

林 山 2021. 8. 6. 14:53

중부 지방에서는 4월 말경이 되면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절정기에 이르면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새하얀 이팝꽃들로 눈이 부실 정도다. 요즘은 각 지방마다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어놓아서 봄이면 이팝꽃의 향연을 심심치 않게 즐길 수 있다. 

 

옛날에는 이팝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마을에서 받드는 민속신앙이 있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풍년, 드문드문 필 때는 가뭄, 꽃이 잘 피지 않으면 흉년이 온다는 속설이 있었다. 이처럼 이팝나무는 농민들이 오랫동안 풍년을 점치는 나무로 삼았기에 잘 보존되어 노거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팝나무의 이름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팝나무는 양력으로 5월 6일 전후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활짝 피어나기에 '입하->이파->이팝'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이밥(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팝은 이밥의 방언이다. 또, 꽃이 필 때는 나무가 온통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한편,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쌀밥은 부자들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귀했다.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 등 삼정(三政)이 문란했던 조선 시대에는 그 사정이 훨씬 더 심했다. 쌀이 귀해서 쌀밥은 벼슬아치 양반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평민이나 노비들은 쌀밥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조선 시대에는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 왕조가 녹봉으로 주는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밥은 '이씨(李氏)의 밥'이란 의미다. 여러 설들을 종합하면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추정된다.

 

이팝나무(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4. 26)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목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이팝나무를 이암나무, 뻣나무, 쌀밥나무, 육도목(六道木), 입하목(立夏木), 유소수(流蘇樹)라고도 한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 '충절'이다.

 

이팝나무의 학명은 키오난투스 레투수스 린들리. & 팩스턴(Chionanthus retusus Lindl. & Paxton)이다. 속명 키오난투스(Chionanthus)는 '눈(snow)'이란 뜻을 가진 근대 라틴어 '키온(chion)'과 '작은 새, 아마도 흰눈썹긴발톱할미새(a small bird, possibly the yellow wagtail)'의 뜻을 가진 라틴어 '안투스(anthus)'의 합성어다. '안투스(anthus)'는 고대 그리스어 '안토스(ánthos)'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레투수스(retusus)는 '되받아치다(beat back), 뒤로 몰다(drive back)'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레툰도(retundō)'의 과거 분사다. '레툰도(retundō)'는 뒤로(back, backwards)' 또는 '다시(again)'의 뜻을 가진 접두사 '레(re-)와  '때리다(to strike)' 또는 '이기다(beat)'의 뜻을 가진 '툰도(tundo)'의 합성어다.  '린들리(Lindl.)'는 잉글랜드의 식물학자이자 정원사 존 린들리(John Lindley FRS, 1799~1865)이다. '팩스턴(Paxton)'은 영국의 정원사 조셉 팩스턴 경(Sir Joseph Paxton, 1803~1865)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이팝나무의 영어명은 레투사 프린지트리(Retusa fringetree)이다. '프린지트리(fringetree)'는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의 관목'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 등재된 영어명은 차이니즈 프린지트리(Chinese fringetree)이다. 국표와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일본명은 히도츠바타고(ヒトツバタゴ, 一つ葉田子)이다. 물푸레나무의 이명인 다고(タゴ)와 비슷하고, 이파리가 홑잎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Flora of Mikawa'에는 난쟈몬쟈(ナンジャモンジャ)가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ナンジャモンジャ'는 느릅나무나 개벚나무, 보리수나무 등에도 사용되는 이름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중국명은 류수슈(流苏树)이다. 이명에는 뤄보쓰화(萝卜丝花), 뉴진즈(牛筋子), 우진즈(乌金子), 차예슈(茶叶树), 쓰위에쉬에(四月雪) 등이 있다. 

 

육도목의 유래는 육도미(六道米)에서 유래한 것이다. 불교의 윤회설(輪廻說)에 따르면 사자(死者)는 업(業)에 따라 지옥도(地獄道), 아귀도(餓鬼道), 축생도(畜生道), 아수라도(阿修羅道), 인도(人道), 천도(天道) 등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하게 된다. 사자가 죽어서 육도 가운데 자신의 길을 찾아갈 때 영혼이 굶지 않도록 넣어주는 쌀이 육도미다. 꽃이 쌀밥처럼 생겼으니 쌀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팝나무꽃(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4.  26)

이팝나무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의 골짜기나 개울 근처, 해변가에서 자란다.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동해안에서는 곧게 빨리 자라는 반면 서해안이나 남해안에서는 다소 더디게 자란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나가노현(長野県)과 기후현(岐阜県), 아이치현(愛知県), 규슈(九州)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깐쑤(甘肃), 샨시(陕西), 샨시(山西),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윈난(云南), 쓰촨(四川), 광동(广东), 푸젠(福建) 등지에 자란다. 여러 나라에서 재배한다. 

 

이팝나무의 뿌리는 원뿌리와 잔뿌리가 있다. 키는 높이 25m, 지름은 50c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고, 어린 줄기는 황갈색으로 벗겨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타원형 또는 달걀형이고 첨두 또는 무딘형에 넓은 예형 또는 원저이다. 표면 주맥 밑부분에 연한 갈색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어린 나무는 겹톱니가 있고, 감나무와 비슷하다.

 

꽃은 암수딴그루이며,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꽃차례는 새가지에서 나오며 밑에 잎이 달린다. 꽃대는 환절이 있다. 꽃받침은 4개로 깊게 갈라진다. 꽃잎은 4개이며, 밑부분이 합쳐진다. 판통이 꽃받침보다 길다. 열매는 핵과로 타원형이며, 짙은 검은색이다. 9~10월에 성숙한다.

 

이팝나무꽃(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4.  26)

이팝나무는 조경수나 관상수로 인기가 있다. 흰색 꽃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 전체를 뒤덮어서 마치 여름철에 눈이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려하다. 특히 해안 도로의 가로수나 정원수, 공원수로 많이 심는다. 분재 애호가들은 이팝나무 분재를 만들기도 한다. 

 

이팝나무의 꽃과 어린 잎을 햇볕에 말려 차로 이용할 수 있다. 차는 향긋한 맛이 난다. 열매는 방향성 기름을 짤 수 있다. 열매는 기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공업용으로 기름을 짜낼 수 있다.  

 

이팝나무 목재는 단단하고 섬세하여 건축재, 가구재로 쓰인다. 이팝나무의 잎에서는 염료를 추출할 수 있다. 잎을 채집하여 잘게 썬 다음 30분간 끓여서 염액을 내면 된다. 매염제를 쓰지 않고도 다갈색 계통의 색이 얻을 수 있다.

 

다음백과에는 '식물 전체를 지사제, 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민속특산식물사전에는 '열매를 수족마비에 사용한다.'고 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이팝나무 꽃이나 잎, 열매 등을 거의 쓰지 않는다. 

 

이팝나무(충주시 연수동 팡팡마트, 2018. 5. 1)

이팝나무는 최근에 자생지가 발견되고 있는 종으로 개체수가 많지 않다. 큰 이팝나무는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향나무에 이어 5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전남 승주읍 평중리 이팝나무(제36호), 전남 광양군 광양읍 유당공원 이팝나무(제235호), 전북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제183호), 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이팝나무(제214호),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이팝나무(제307호), 경남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이팝나무(제234호) 등이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향교산 이팝나무 군락지는 2020년 12월 7일 경상북도 기념물 제21호에서 천연기념물 제561호로 승격되었다. 

 

빠이두백과에 따르면 중국 샨동성(山东省) 쯔촨구(淄川区) 어좡샹(峨庄乡) 투취안촌(土泉村)에는 샨동즈쭈이(山东之最), 치루슈왕(齐鲁树王)이라는 천 년 묵은 이팝나무가 있다고 한다. 치루(齐鲁)는 샨동성의 다른 이름이다. 춘치우잔궈시대(春秋戰國時代, BC 722~BC 221) 샨동성에 치(齐)나라와 루(鲁)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샨동 최고, 샨동 나무들의 왕이라는 이 이팝나무는 전문가의 고증으로 수령이 수천 년이라고 한다.  

 

치루슈왕은 잔궈시대(戰國時代) 치(齐)나라 환꽁(桓公, BC ?~BC 643)이 직접 심은 나무라고 한다. 당시 이 곳에는 무성한 이팝나무 숲이 있었는데, 치환꽁(桓公)은 왕위를 차지한 후 '쉬안양샨 결전(悬羊山决战)'에서 루(鲁)나라의 좡꽁(莊公)을 꺾고 승리하자 기원전 685년 모든 문무장병들을 초대하여 그 공을 축하하는 주연을 베풀고 손수 이팝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이팝나무(충주시 연수동 팡팡마트, 2022. 5. 2)

한국에서 가장 크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팝나무는 김해의 천연기념물 제307호다.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에도 이팝나무 50여 그루가 집단으로 자라고 있다. 최근 이팝나무 명소로 알려진 곳은 충북 진천군 진천읍 성석리와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신송리의 이팝나무길이다.

 

이팝나무 열매(충주 을궁산, 2022. 7. 16)

국표에 등재된 한강토 자생 이팝나무 유사종은 없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이팝나무 유사종에는 미국이팝나무(Old-man's-beard, fringe tree , white fringetree , Snowflower Tree , Flowering Ash, Grandfather Graybeard , Grancy Graybeard , poison-ash, アメリカヒトツバタゴ, 亜米利加一葉田子)가 있다.

 

미국이팝나무(Chionanthus virginicus L.)의 원산지는 USA다. 키는 재배종의 경우  4~6m, 야생에서는 10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홑잎이고 마주난다. 잎몸은 좁은 타원형(楕圓形) 또는 장원형(長圓形), 도란상(倒卵狀) 장원형이다. 잎 길이는 7.5~20cm 정도이다. 잎맥에는 연모가 있다. 꽃은 자웅이주(雌雄異株)이지만 때로는 양성화(兩性花)를 가진다. 꽃은 늦봄에 전년도 가지 겨드랑이에서 나온 원추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꽃은 향기가 있다. 4개의 꽃받침(咢片)과 4개의 꽃잎을 가진다. 꽃잎은 선형이고, 흰색이다. 열매는 핵과이며, 올리브와 비슷한 난형이다. 열매는 늦여름에 암청색으로 익는다. 

 

2021. 8. 6. 林 山. 2023.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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