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모과나무

林 山 2021. 8. 3. 17:19

가을 풍경을 한층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모과나무다. 연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 모과나무 꽃은 복사꽃을 연상케 할 만큼 매혹적이다. 또, 가을에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과나무를 보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모과는 울퉁불퉁해서 다소 투박한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 후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모과를 가을에 따서 바구니에 담아 거실이나 자동차 안에 놓아두면 은은하면서도 그윽한 향을 즐길 수 있다. 

 

1527년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 한자교학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를 보면 '모과'를 중국 속어에서 '木瓜(목과, 중국어 발음은 mùguā)'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木'는 '나무에 달리는 외'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참외와 크기가 비슷하고, 또 익으면 참외처럼 노란색을 띠기에 '木'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에 따르면 '모과'는 대체로 '목과(木瓜)'의 '목'에서 받침 'ㄱ'이 탈락한 어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어 '木瓜(mùguā, 무과)'에서 '무'가 '모'로 음운변화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조 교수는 "'목과'는 '모과'에 비해 소극적이지만 이것과 함께 오랫동안 쓰여 온 것으로 추정된다. 20세기 초의 사전에도 '목과'가 '모과'와 함께 올라 있을 정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조선말큰사전'(1949)에는 '목과'가 '모과'의 '한약명'으로 기술돼 있다. 이후 사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목과'가 언제부터 한의학의 특수 어휘로 제한돼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 국문색인에 '木'는 '모과'로 나온다. 한의사들도 '木'를 '목과'로 발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상언어든 한의학 본초명이든 지금은 '모과'가 대세다.      

 

모과나무 꽃(충주 계명산, 2016, 4. 26) 

모과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명자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체노멜레스 시넨시스 (투앵) 쾨네[Chaenomeles sinensis (Thouin) Koehne]이다. 영어명은 차이니즈 퀸스(Chinese quince)이다. 일어명은 가린(カリン, 花梨·果梨·榠樝), 별명은 가라나시(からなし, 唐梨)이다. 중국명은 무과(木瓜,尔雅), 또는 밍자(榠楂, 图经本草), 무리(木李, 诗经), 하이탕(海棠, 广州土名)이다. 모과나무를 모개나무라고도 한다. 꽃말은 '유혹'이다.

 

모과(충주 계명산 막은대미재, 2021. 6. 13)

모과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며, 한국과 일본에도 분포한다. 모과가 최초로 등장하는 문헌은 기원전 9~7세기에 나온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싀징(詩經)' <웨이펑(衛風)> 편의 '무과(木瓜)'이다. '무과(木瓜)'에 '投我以木桃(터우워이무타오, 나에게 모과를 주었으니) 報之以瓊瑤(바오즈이춍야오, 옥으로 보답하네)'라고 했다. 모과는 2~3천 년 전에도 친구나 연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았을 만큼 귀한 과일이었다. '木桃(무타오)'는 모과다. 

 

한국에서는 중부 이남 지역에서 재배한다. 전에는 충청남도 공주산이 가장 좋다고 하였으나 지금은 경상북도에서 많이 심고 있다. 한반도에는 고려 후기 문신인 이규보(李奎報)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모과가 등장한다. 이것으로 보아 모과는 벌써 고려 말 이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과(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05. 8. 11)

모과나무는 키 10m, 지름 80cm까지 자란다. 일년생 가지에는 가시가 없으며, 어릴 때는 털이 있다. 2년지는 자갈색으로서 윤채가 있다. 나무껍질은 붉은 갈색과 녹색 얼룩무늬가 있으며 비늘모양으로 벗겨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상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에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뾰족한 잔톱니가 있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에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진다. 턱잎은 피침형에 길이 7~8㎜이며, 가장자리에 샘털이 있고 곧 떨어진다.

 

은 4월 말에 분홍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2.5~3cm로서 가지끝에 1개씩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달걀모양 둔두이고, 선상의 톱니가 있으며, 안쪽에 백색 면모가 있고, 표면에 털이 없다. 꽃잎은 거꿀달걀형에 미요두이며, 밑부분 끝에 잔털이 난다. 수술은 길이 7~8mm로서 털이 없다. 꽃밥은 황색이다. 꽃받침과 꽃잎은 5개, 수술은 약 20개이다. 암술머리는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이과(梨果)로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지름은 8~15cm로서 대형이고 목질이 발달한다. 9월~10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과육은 딱딱하고 시지만 향기가 좋다. 과실을 당모과(唐木瓜)라고도 한다.

 

모과나무의 유사종에는 명자나무, 풀명자, 참명자나무 등이 있다. 명자나무[Chaenomeles speciosa (Sweet) Nakai]는 중국이 원산지다. 경상도와 황해도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1~2m이다. 꽃은 4월에서 5월까지 계속 피고, 백색과 분홍색, 빨강색 등 3가지 색이 조화를 이룬다. 이른봄에 진분홍색으로 피는 꽃은 은은하고 청초한 느낌을 주어 아가씨나무라고도 한다. 풀명자[Chaenomeles japonica (Thunb.) Lindl. ex Spach]는 키가 1m 정도이다.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도 있다. 꽃은 3월~5월에 붉은색으로 핀다. 수술은 30~50개이고 암술대는 5개이다. 참명자나무(Chaenomeles lagenaria)는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다. 꽃은 봄에 홍백색으로 봄에 핀다. 열매는 난원형 황색으로 8월에 성숙한다.

  

모과(충주 계명산, 2015. 9. 24)

모과나무는 수세가 강건해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과수로 재배하기도 한다. 얼룩진 나무껍질이 보기 좋아 흔히 분재(盆栽)로 만들기도 한다. 목재는 장식재, 조각재, 가구재로 쓰인다. 

 

모과나무는 향나무나 주목처럼 천 년 이상 사는 장수나무로 알려져 있다. 모과나무는 늙은 사람이 심어야지 젊은 사람이 심어서는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모과나무가 열매를 맺게 되면 그 나무를 심은 사람은 죽게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모과(충주 연수성당, 2021. 9. 26)

모과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 C와 칼슘, 칼륨, 철분 등이 들어있다. 또, 타닌과 유기산 성분이 들어있어 떫은 맛과 신맛이 난다. 모과는 과육이 시고 딱딱하지만 향기가 그윽하여 차나 술을 담그는 데 사용한다. 청을 담가 먹거나 정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구이로 먹는 방법도 있다. 꽃을 먹기도 한다. 모과차는 감기나 기침, 기관지염, 식체, 설사 등에 보조 치료제로 쓸 수 있다.  

 

모과나무(순창 강천사, 2016. 10. 3)

본초학에서 모과(木瓜)는 모과나무와 명자나무[Chaenomeles lagenaria (LOISEL) KOIDZ.]의 성숙한 과실을 말린 것이다. 여름과 가을에 과실이 익을 것을 따서 끓는 물에 삶아 껍질이 회백색이 될 때 꺼내어 햇볕에 약간 말린 다음 쪼개어 다시 햇볕에 말린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모과를 '명사(榠楂)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본초학 교과서에 명사라는 본초명은 없으며, 모과를 명사로 부르는 한의사도 없다. 榠楂(밍자)는 중국 송(宋)나라 때인 1061년 수송(苏颂) 등이 편찬한 본초서 '투징뻰차오(图经本草)'에 나오는 이름이다. 

 

모과는 본초학에서 거풍습약(祛風濕藥) 가운데 서근활락약(舒筋活絡藥)으로 분류된다. 서근활락(舒筋活絡), 화위화습(和胃化濕)의 효능이 있어 습비구련(濕痺拘攣), 요슬관절산중동통(腰膝關節酸重疼痛), 토사전근(吐瀉轉筋), 각기수종(脚氣水腫) 등을 치료한다. 모과는 풍습비통(風濕痺痛), 근맥구련(筋脈拘攣), 각기종통(脚氣腫痛)을 치료하는 중요한 한약재다. 마비, 경련 증상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많이 쓰는 한약재 중 하나다. 

 

모과나무(계명산 막은대미재, 2015. 10. 30)

'동의보감' <탕액편 : 과실>에는 모과(木瓜)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며[溫] 맛이 시고[酸] 독은 없다. 곽란으로 몹시 토하고 설사하며 계속 쥐가 이는 것을 치료하며 소화를 잘 시키고 이질 뒤의 갈증을 멎게 한다. 또한 분돈(奔豚), 각기(脚氣), 수종(水腫), 소갈, 구역과 담연이 있는 것 등을 치료한다. 또한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것을 낫게 한다. ○ 모과는 남방에서 나는데 그 나뭇가지의 생김새는 벚꽃과 같으며 열매 속의 칸이 막혔으며 그 속에 씨가 있다. 씨모양은 하늘타리씨(과루인)와 같다. 불에 말려 쓰는데 아주 향기롭다. 음력 9월에 딴다. ○ 열매는 작은 참외 같으며 시큼하기는 하나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뼈를 상하기 때문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이것은 간에 들어가기 때문에 힘줄과 혈을 보한다. ○ 쇠붙이에 대지 말고 구리칼로 껍질과 씨를 긁어 버리고 얇게 썰어서 볕에 말린다. ○ 모과는 나무의 정기를 받았기 때문에 힘줄에 들어간다. 연백상(鉛白霜)을 바르면 신맛이 없어진다. 이것은 금(金)의 억제를 받기 때문이다[본초]. ○ 모과의 열매는 박 같은 것이 좋다. 수, 족태음경(手足太陰經)에 들어가기 때문에 폐를 도와주고 습을 없애며 위를 고르게 하고 비(脾)를 자양한다[입문].'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은 또 모과지엽(木瓜枝葉, 모과나무의 가지와 잎)에 대해 '달인 물을 마시면 곽란이 치료된다. 그 달인 물로 발과 정강이를 씻으면 잘 쓰지 못하던 다리를 쓸 수 있다[본초].'고 했고, '모과근(木瓜根)'에 대해서는 '각기(脚氣)를 치료한다[본초].'고 했다.  

 

2021. 8. 3. 林 山. 2022.2.1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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