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쟁이는 어릴 때는 수영과 비슷한 풀이다. 봄에 새싹이 돋아날 때는 소리쟁이와 수영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생장력이 수영보다 월등한 소리쟁이는 하루가 다르게 왕성하게 자라 키다리가 된다.
'소리쟁이'나 '고집쟁이', '멋쟁이' 등의 '-쟁이'는 '나쁜 버릇이나 독특한 습관, 행동을 가진 사람'을 나타낼 때 붙이는 접미사(接尾辭)다. 사람 '소리쟁이'는 노래를 잘하는 전문가, 즉 가수(歌手)를 가리킨다. 식물 소리쟁이는 열매가 익으면 바람이 불 때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소리쟁이는 마디풀목 마디풀과 소리쟁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루멕스 크리스푸스 엘.(Rumex crispus L.)이다. 영어명은 컬드 독(Curled dock), 일어명은 나가바기시기시(ナガバギシギシ, 長葉羊蹄)이다. 중국명은 쩌우예솬모(皱叶酸模) 또는 뉴얼따황(牛耳大黄)이며, 일반명은 양티차오(羊蹄草)이다. 소리쟁이를 소루쟁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친근한 정'이다.
소리쟁이의 원산지는 북반구 유럽이며, 전 세계적으로 파져나갔다. 소리쟁이는 유럽을 비롯해서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습지 가까이에서 자란다.
소리쟁이의 뿌리는 굵고 곧으며 황색인데 살이 쪄서 두툼하다. 키는 30~8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녹색 바탕에 흔히 자줏빛이 돈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에 가까우며,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짧으며, 긴 원상 피침형에 양끝이 좁고 주름살이 있다.
꽃은 엷은 녹색의 긴 원뿔모양꽃차례로 4~7월에 다수의 녹색 잔꽃이 돌려나기한다. 화피열편과 수술은 각 6개이다. 암술대는 3개이며, 암술머리가 털처럼 잘게 갈라진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3릉형(三稜形)이고, 3개의 숙존악에 싸여 있다. 날개는 달걀모양 또는 심장형이며, 거의 톱니가 없고 단단하다. 사마귀같은 혹이 있다.
소리쟁이의 유사종에는 참소리쟁이, 묵밭소리쟁이(Clustered dock), 돌소리쟁이(Broad-leaved Dock), 수영(괴싱아), 애기수영(sheep sorrel), 토대황, 호대황 등이 있다. 참소리쟁이((Rumex japonicus Houtt.)는 키가 40~100cm까지 자란다. 전체적으로 털이 없거나 줄기에 털같은 돌기가 있다. 소리쟁이 잎은 주름이 많고, 참소리쟁이 잎은 주름이 적다. 소리쟁이 열매 내피편에는 주름이 없고, 참소리쟁이는 있다. 묵밭수리쟁이(Rumex conglomeratus Murray)는 두해살이 풀이다. 키는 1m 정도이다. 원줄기는 곧고 가늘며 길다. 줄기는 흑자색이 돌며 세로로 능선이 있고 털이 없다. 꽃받침 뒷면에 날개 모양의 혹이 분포한다.
수영(Rumex acetosa L.)은 키가 30~80cm 정도이다. 소리쟁이와 비교하여 식물체가 왜소하다. 원줄기는 능선이 있고, 보통 녹색 또는 홍자색이다. 잎은 긴 창모양이며, 줄기와 잎은 신맛이 난다. 애기수영(Rumex acetosella L.)은 키가 20~5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털이 없고 곧게 서며, 세로로 능선이 있다. 줄기와 잎은 신맛이 난다. 수영보다 식물체가 작기 때문에 애기수영이라고 한다. 토대황(Rumex aquaticus L.)은 울릉도 및 함경남도의 심산에서 자란다. 키는 80~150cm까지 자란다. 줄기에 세로로 능선이 있다. 잎은 긴 타원상 달걀모양 또는 긴 삼각형이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호대황(Rumex gmelini Turcz. ex Ledeb)은 함경도 장진, 설령 등지에서 자란다. 키는 1m 정도이다. 잎 뒷면 맥에 흰색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잔돌기가 있어 거칠다. 잎자루는 길다.
소리쟁이는 어린잎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연한 잎은 삶아 나물로 먹고 초무침을 하거나 된장, 매실 진액에 무쳐 먹는다.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차로 우려내어 마시기도 한다. 성질이 차기 때문에 체질이 서늘한 사람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이 먹으면 요로결석이 생길 수 있다는 설도 있다. 소리쟁이는 사료로도 쓴다. 소리쟁이는 특히 소가 잘 먹는다.
소리쟁이는 염료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매염제에의 반응이 뛰어나서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고, 소량으로도 짙은 색이 나온다. 잎보다는 뿌리의 색이 짙다. 씨는 메밀깍지처럼 잘 말렸다가 배갯 속에 넣으면 머리를 차게 해주므로 좋다.
소리쟁이와 참소리쟁이 등 동속근연식물(同屬近緣植物)의 뿌리를 본초명 양제근(羊蹄根), 잎을 양제엽(羊蹄葉)이라고 한다. 양제근을 야대황(野大黃), 양제대황(羊蹄大黃), 우이대황(牛耳大黃), 양제엽을 우이대황엽(牛耳大黃葉)이라고도 한다. 대황(大黃) 대용으로 쓸 수 있다.
양제근은 본초학에서 지혈약(止血藥) 가운데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으로 분류된다. 양혈지혈, 살충료선(殺蟲療癬), 완하통변(緩下通便)의 효능이 있어 뉵혈(衄血), 각혈(咯血), 변혈(便血), 붕루(崩漏), 개창(疥瘡, 疥癬, 禿瘡), 완선(頑癬), 변비(便祕) 등을 치료한다. 급성간염, 만성기관지염, 토혈, 혈붕(血崩), 혈소판감소성자반증(血小板減少性紫斑症), 이질, 정창(疔瘡), 무명종독(無名腫毒), 절(癤)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양제엽은 청열해독(淸熱解毒), 이대변(利大便)의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양제근, 양제실(羊蹄實, 소리쟁이씨), 양제엽에 대해 '양제근의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 맵고[苦辛] 독이 없다(조금 독이 있다고도 한다). 머리털이 빠지는 것, 옴, 버짐, 옹저, 치질, 여자의 음식창(陰蝕瘡), 침음창(浸淫瘡)을 낫게 하고 여러 가지 충을 죽이며 고독을 낫게 하고 종독에 붙인다. ○ 곳곳에 있다[본초]. 양제실의 성질은 평(平)하며 맛은 쓰며 떫으며[苦澁] 독이 없다. 적리와 백리[赤白痢]를 낫게 한다[본초]. ○ 일명 금교맥(金蕎麥)이라고도 한다[입문]. 양제엽은 어린이의 감충(疳蟲)을 없앤다. 나물을 만들어 먹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2021. 8. 1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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