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상추 '나를 해치지 마세요'

林 山 2021. 10. 6. 16:00

한반도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생야채라면 단연 상추가 아닐까 한다. 시골에서는 채마밭에 상추를 키우지 않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다. 특히 쌈밥이나 생선회,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에 상추는 빠질 수 없는 채소다. 한반도인들의 식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채소이면서도 정작 상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상추를 가장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2002년 7월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 북한) 금강산(金剛山)으로 여행을 갔을 때다. 강원도(江原道) 고성군(高城郡) 장전항(長箭港)에 도착해 온정리(溫井里)에 있는 음식점 온정각(溫井閣)에서 첫 식사를 하는데 생야채로 배추와 상추가 나왔다. 배추와 상추는 남한의 현대(現代)와 북한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라고 했다. 배추는 달면서도 고소했고, 상추는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했다. 상추가 얼마나 맛있던지 된장 쌈밥으로 싫컷 먹었던 기억이 난다.  

 

적치마상추(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상추는 초롱꽃목 국화과 왕고들빼기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락투카 사비타 린네(Lactuca sativa L.)이다. 영어명은 레티스(Lettuce)이다. 일어명은 치샤(チシャ, ちしゃ, 萵苣) 또는 치사(ちさ, 萵苣)이다. 중국명은 워쥐(萵苣) 또는 워쥐순(莴苣笋), 워순(莴笋)이다. 상추를 천금채(天金菜)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상추를 부루라고도 불렀는데,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이 말이 남아 있다. 꽃말은 '나를 해치지 마세요'이다. 

 

상추는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이다. 기원전 4500년경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 작물로 기록될 정도로 상추는 역사가 매우 오래된 채소다. 기원전 550년에 페르시아 왕의 식탁에 상추가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상추가 중요한 채소로 재배되었다. 중국에서는 탕(唐)나라 때인 713년경의 문헌에 상추가 처음 등장한다. 한반도에서는 고려 고종 때 간행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상추가 처음 등장한다. 이것으로 보아 상추는 고려시대 이전에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칭(淸)나라 까오싀지(高士奇)가 찬한 '톈루싀위(天禄识余)'에는 '고려의 상추는 품질이 매우 좋다. 고려 사신이 가져 온 상추 씨앗은 천금(千金)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천금채(千金菜)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적아삭상추 (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상추는 키가 1m까지 자란다. 줄기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전체에 털이 없다. 근생엽은 타원형으로서 크지만, 줄기잎은 점차 작아진다. 줄기 윗부분의 것은 밑부분이 화살 밑처럼 되어 원줄기를 감싼다. 잎 양면에는 주름이 많으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머리모양꽃차례는 가지에 총상으로 달리고, 밑부분에 많은 포가 달려서 전체가 큰 산방상으로 된다. 총포는 원통형이다. 포편은 기와를 인 모양으로 달리고, 밖에서 안으로 갈수록 점차 길어지며 털이 없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끝에 긴 부리가 있고 능선이 있으며, 그 끝에 백색 관모가 낙하산처럼 퍼져 있다.

 

적로메인상추 (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상추는 주로 생채소로 이용한다. 겉절이나 샐러드로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 영양학적으로 상추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락투카리움(lactucarium) 성분은 신경 안정과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오는 것도 락투카리움 때문이다. 불면증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채소다. 상추의 줄기나 잎을 자를 때 나오는 흰색의 유액은 정력을 강화시킨다는 속설이 있다. 

 

상추의 경엽(莖葉)은 와거(萵苣), 종자는 와거자(萵苣子)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와거는 이오장(利五臟), 소통경맥(疏通經脈), 보근골(補筋骨)의 효능이 있어 소변불리(小便不利), 요혈(尿血), 유즙불통(乳汁不通) 등을 치료한다. 와거자는 유즙을 나오게 하고 소변을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음종(淫縱), 치루(痔漏), 하혈(下血), 손상(損傷)으로 인한 통증(痛症)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청로메인상추 (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와거(萵苣, 상추)에 대해 '성질이 차고[冷] 맛이 쓰며[苦] 독이 약간 있다. 힘줄과 뼈를 든든하게 하고 5장을 편안하게 하며 가슴에 기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경맥을 통하게 한다. 이빨을 희게 하고 머리를 총명하게 하며 졸리지 않게 한다. 또한 뱀한테 물린 것도 치료한다. ○ 요즘 보통 먹는 채소를 말하는데 냉병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배가 차진다. 그러나 사람에게 몹시 해롭지는 않다[입문].'고 나와 있다.  

 

백거(白苣, 흰상추)에 대해서는 '성질과 맛, 효능은 부루와 같고 그 생김새도 부루와 비슷한데 흰털이 있다[본초]', 고거(苦苣, 들상추)와 고거근(苦苣根, 고거뿌리)에 대해서는 '고거는 성질이 차고[寒] 맛이 쓰다[苦]. 몸을 가벼워지게 하고 잠을 덜 자게 하며 12경맥을 고르게 하고 5장을 편안하게 하며 황달을 치료한다. ○ 고거란 바로 들부루를 말한다. 일명 편거(褊苣)라고도 한다. 비록 성질이 차지만 사람에게 아주 이롭기 때문에 오랫동안 먹어도 된다[본초]', 고거근은 적리, 백리, 골증을 치료한다[본초]'고 나와 있다.

 

오향상추 (성남 신구대식물원, 2022. 5. 21)

상추의 종류에는 잎상추, 줄기상추, 결구상추, 배추상추 등이 있다. 잎의 색에 따라 적상추, 청상추, 흑상추로 나누기도 한다. 잎상추는 로제트형으로 나는 잎이 곱슬곱슬하며 길게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참나무잎처럼 생겼다. 한반도에서는 주로 잎상추를 먹는다. 잎상추의 대표적인 품종에는 치마상추, 뚝섬녹축면상추, 적축면상추 등이 있다. 요즘은 결구상추도 많이 심는다. 줄기상추는 잎이 가늘고 줄기가 두꺼운 다육질이다. 줄기를 먹는다. 결구상추는 잎이 포개져 단단하게 결구된다. 로메인상추(Romaine lettuce) 또는 양상추라고도 한다. 결구상추에는 반형결구상추(butter-head type)와 결구상추(crisp-head type)가 있다. 반형결구상추는 기름기가 많은 두꺼운 잎들이 모여서 부드럽게 결구가 된다. 결구상추는 부스러지기 쉬운 잎이 적당한 온도 조건에서 아주 단단하게 결구가 된다. 결구종은 주로 수입종으로 그레이트레이크, 팬레이크 등이 있다. 배추상추는 부드러운 잎이 포개져 결구가 크고 장방형이며 성글다.

 

2021. 10. 6. 林 山. 2022.8.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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