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명아주

林 山 2021. 10. 2. 20:20

2021년 5월 2월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충주시 연수동 장안빌딩 앞 보도 블럭 사이에 뿌리를 내린 명아주를 만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명아주도 질경이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나 '경국대전(經國大典)' 등 옛 문헌을 보면 신라시대 때부터 청려장(靑藜杖)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나라에서 주는 국장(國杖), 8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임금이 내리는 조장(朝杖)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해마다 10월 2일(노인의 날)이 되면 노인들에게 청려장을 선물로 준다. 그 청려장이 바로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다. 명아주 줄기는 가볍고 단단해서 지팡이를 만드는 최적의 재료로 알려져 있다. '뻰차오강무(本草纲目)'에는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명아주(충주시 연수동 장안빌딩 앞 보도, 2021. 5. 12)

명아주는 중심자목 명아주과 명아주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체노포디움 알붐 바. 센트로루브룸 마키노(Chenopodium album var. centrorubrum Makino)이다. 영어명은 구스푸트(Goosefoot)이다. 영어권 사람들은 명아주 잎이 거위의 발을 닮았다고 본 것 같다. 일어명은 아카자(アカザ, 藜)이다. 중국명은 리(藜) 또는 라이(莱), 후이차이(灰菜), 후이후이차이(灰灰菜)이다. 명아주의 이명에는 는장이, 는쟁이, 도트라지 등이 있다. 잎 가운데가 붉은빛이 돈다고 해서 홍심려(紅心藜), 연지채(臙脂菜)라고도 한다. 만주 지역에서는 빨간색을 띤 두루미 정수리 같다고 해서 학정초(鶴頂草)라고 한다. 꽃말은 '속임수', '거짓'이다. 

 

명아주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부,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 야생한다. 흔히 밭이나 길가, 빈터, 강둑 등지에서 흔하게 무리지어 자란다. 

 

명아주의 키는 약 1~2m 내외, 지름은 3cm 정도이다. 전체적으로 털이 없고 분백색의 가루로 덮여 있다. 줄기에는 녹색 줄이 있으며,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며 엽병이 길다. 잎 모양은 능상달걀모양(菱狀卵形) 또는 삼각상 달걀모양이며 밑이 쐐기모양이고 끝이 날카롭다. 잎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 가장자리가 찢긴 듯 갈라져 있어 거위의 발을 연상케 한다. 어린잎은 자홍색을 띠다가 자라면서 짙은 녹색으로 변한다. 중심부 근처의 어린잎에는 붉은빛이 도는 가루같은 돌기가 있다.  

 

꽃은 6~7월에 황백색으로 핀다. 꽃잎이 없는 황록색의 꽃이 가지 끝에 조밀하게 이삭꽃차례로 붙어서 핀다. 전체적으로 원뿔모양꽃차례를 형성한다. 양성꽃이고 정생 또는 액출(腋出)하며, 다수의 잔꽃이 밀착된다. 꽃자루가 없고 작은포도 없다. 꽃받침은 5조각으로 깊게 갈라지며 꽃잎은 없다. 수술은 5개이다. 편원형의 씨방에 2개의 암술대가 달려 있다. 열매는 꽃받침에 싸인 낭과로서 납작한 원형이며 숙존악이 있다. 꾸부러진 배가 들어 있는 종자는 흑색 윤채가 있다.

 

명아주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각종 양념에 무쳐 나물로 먹거나 쌈으로 먹고 국을 끓여 먹는다. 말렸다가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단맛과 살짝 쌉쌀한 맛이 난다. 잎 뒤에 묻어 있는 하얀 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깨끗이 털어내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먹으면 독이 있어 몸이 붓는다는 설이 있다. 필자의 고향 충주 지방에서는 명아주를 나물로 먹는 것을 보지 못 했고, 주로 가축의 사료나 돼지우리에 깔아주는 용도로 이용했다. 줄기를 말려서 늙으신 부모에게 드리는 효도지팡이로 이용한다.  

 

명아주의 전초(全草)를 려(藜), 태운 재를 동회(冬灰)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려는 지사(止瀉), 건위(健胃), 강장(强壯), 청열이습(淸熱利濕), 살충의 효능이 있어 이질, 하리(下痢), 습진, 양진(痒疹), 독충에 의한 교상(咬傷)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흙>에는 동회(冬灰)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맵다[辛]. 검은 사마귀, 무사마귀를 없앤다. 많이 쓰면 살과 피부가 진무른다[본초]. ○ 일명 여회(藜灰)라고도 하는데 여러 가지 쑥과 명아주를 태워서 만든 것이다. 이 재로 옷도 빠는데 빛이 누렇다[본초]. ○ 다른 재는 한번 불을 때서 받은 것이지만 이 재는 3~4달 동안 있다가 받은 것이므로 그 성질이 더 세다[본초].'고 나와 있다.  한의사들은 려나 동회를 거의 안 쓴다. 

 

명아주(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2021. 5. 12)

명아주의 유사종에는 흰명아주, 가는명아주(Narrow-leaf goosefoot), 버들명아주, 좀명아주, 취명아주, 청명아주, 얇은명아주, 냄새명아주, 둥근잎명아주(Acuminate goosefoot), 바늘명아주(Aristate goosefoot), 참명아주, 양명아주(Mexican Tea) 등이 있다. 

 

흰명아주(Chenopodium album L.)는 명아주의 기본종이다. 키는 1m 정도이다. 잎 뒤가 명아주보다 더욱 희다. 명아주와 달리 어린잎이 적색으로 되지 않는다. 가는명아주(Chenopodium album var. stenophyllum Makino)는 바닷가 모래땅에 주로 분포한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버들명아주(Chenopodium virgatum Thunb.)는 바닷가 모래땅에 주로 분포한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이 다소 두껍고, 피침형 또는 난상 원형이다. 잎 길이는 길이 1~4㎝이다. 어릴 때 뒷면에 흰 가루 같은 돌기가 밀생한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좀명아주(Chenopodium ficifolium Smith)는 키는 30~6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없고, 윗부분이 흰 가루에 덮인다. 잎은 삼각상 긴 타원형, 삼각상 좁은 달걀모양이다. 잎 길이는 2~5㎝이다. 취명아주(Chenopodium glaucum L.)는 키가 15~30cm 정도이다. 잎은 두꺼운 육질이며 털이 없고, 긴 타원상 달걀모양 또는 피침형이다. 청명아주(Chenopodium bryoniaefolium Bunge)는 충청남도, 전라남도에 분포한다. 잎은 삼각형이거나 밑부분이 3개로 갈라져서 창검처럼 되고 달걀모양인 것도 있다. 

 

얇은명아주(Chenopodium hybridum L.)는 중부 이북의 산야에서 자란다. 참명아주와 비슷하지만 결각같은 큰 톱니가 있고, 종자가 보다 큰 것이 다르다. 냄새명아주(Chenopodium pumilio R.Br.)는 8·15 광복 후 들어온 귀화 식물이다. 호주명아주라고도 한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양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줄기와 잎 뒷면에 노란색 샘점이 있어 냄새가 난다. 둥근잎명아주(Chenopodium acuminatum Willd.)는 경북, 대구, 황해도 구미포에 분포한다. 키는 20~60cm이다. 가지를 잘 친다. 하부의 잎은 달걀모양, 상부의 잎은 장 타원형이다. 바늘명아주(Chenopodium aristatum L.)는 강원도에 분포한다. 키는 10~40cm 정도이다.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넓은 선형 또는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연한 녹색이다. 참명아주(Chenopodium koraiense Nakai)는 중부지방에 분포한다. 잎은 삼각상 달걀모양, 난상 타원형이다. 잎 길이는 1~4㎝이다.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이 모양의 톱니가 있고, 흰색 가루로 덮인다. 다른 명아주와는 모습이 많이 다르다. 양명아주(Chenopodium ambrosioides L.)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한다. 키는 30~80cm이다. 잎은 장 타원상 피침형이고, 크기가 다른 톱니가 있다. 줄기는 가지를 많이 치며, 위쪽에 성긴 털이 있다. 독특한 냄새 난다.

 

2021. 10. 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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