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질경이

林 山 2021. 9. 30. 16:49

2021년 5월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걸어서 퇴근하는데, 문득 보도 블럭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질경이가 눈에 들어왔다. 질경이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길에 수없이 짓밟힌 흔적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질경이는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인고의 세월을 꿋꿋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질경이를 바라보며 그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질경이는 차나 사람에게 숱하게 밟혀도 '질기게' 잘 산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질경이를 중국에서는 츠치엔(车前, 車前, 차전) 또는 츠치엔차오(车前草, 車前草, 차전초)라고 한다. 질경이가 츠치엔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유래는 이렇다. 

광우띠(光武帝) 류슈(刘秀, 劉秀)를 도와 허우한(后汉, 後漢)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창업공신에 마우(马武, 馬武)라는 장수가 있었다. 마우는 황제의 명으로 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갔다. 마우의 군대가 서역의 황량한 사막에 이르자 풍토병과 굶주림 때문에 병사들이 많이 죽고, 말들도 피오줌을 누면서 쓰러졌다. 설상가상 군량도 다 떨어져 가자 마우는 회군(回軍)을 명했다. 사막을 돌아나오는 회군길도 많은 시일이 걸렸다.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는 병사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병사들은 아랫배가 부어오르면서 피오줌이 나오는 습열병(濕熱病)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차례로 쓰러져 갔다. 마우는 어차피 죽을 거 병든 말들을 풀어 주라고 명했다. 사흘쯤 지났을까? 죽은 줄 알았던 말들이 생기를 되찾아 막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말들은 전처럼 맑은 오줌을 누면서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말을 관리하는 병사는 말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때 어떤 말이 수레바퀴 앞에서 돼지의 귀처럼 생긴 풀을 뜯어먹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 풀을 뜯어다가 습열병으로 신음하는 병사에게 국을 끓여 주었다. 이 국을 먹은 지 며칠이 지나자 놀랍게도 병사의 오줌이 맑아지고 부어오른 배도 가라앉으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병사는 마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마우는 병이 든 병사들에게 이 풀로 국을 끓여 주라고 명했다. 그리고, 말들에게도 이 풀을 뜯어먹게 하였다. 며칠 뒤 병사와 말의 병이 모두 씻은듯이 나았다. 마우는 병사에게 풀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병사는 풀 이름을 알지 못했다. 병사는 다만 수레바퀴 앞에서 이 풀을 찾았노라고 고했다. 마우는 수레바퀴 앞에서 이 풀을 발견했다고 해서 이 풀에 차전초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질경이는 동물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가에 많이 자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질경이를 따라가면 민가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질경이(충주시 연수동 장안빌딩 앞 보도, 2021. 5. 12)

질경이는 질경이목 질경이과 질경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플란타고 아시아티카 린네.(Plantago asiatica L.)이다. 영어명은 플랜태고 에이지아티카(Plantago asiatica) 또는 플랜틴(Plantain)이다. 일어명은 오오바꼬(オオバコ, おおばこ, 大葉子, 車前草) 또는 샤젠소우(しゃぜんそう, 車前草)이다. 중국명은 츠치엔(车前) 또는 츠치엔차오(车前草), 푸이(芣苡), 츠궈루차오(車過路草)이다. '뻰차오강무(本草纲目)'에는 츠치엔차이(車前菜)로 나와 있다. 길 옆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질경이를 길짱구라고도 한다. 조개를 닮았다고 하여 배합조개, 뱀조개씨라고도 한다. 개구리가 기절했을 때 질경이 잎을 덮어주면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개구리잎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발자취'이다. 

 

질경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사할린, 동시베리아, 말레이지아,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야생한다. 길가 또는 빈터에서 흔히 자란다.

 

질경이(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21. 5. 15)

질경이의 근경은 짧고 수염뿌리와 뿌리잎이 뭉쳐난다. 원줄기는 없다. 꽃대는 높이 10~50cm 정도까지 자란다.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비스듬히 옆으로 퍼진다. 엽병은 길이가 일정하지 않으나 대개 잎 길이와 비슷하고 밑부분이 넓어져서 서로 얼싸안는다.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이다. 잎 끝은 날카롭거나 뭉뚝하고 밑이 둥글며 나란히맥(평행맥)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이다.

 

꽃은 5~8월에 흰색으로 핀다. 잎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서 잔꽃이 이삭꽃차례로 밀착한다. 화수(花穗)는 털이 없다. 포는 좁은 달걀모양이고 꽃받침보다 짧으며 대가 거의 없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진다. 열편은 도란상 타원형이며 끝이 둥글고 백색 막질이지만 뒷면은 녹색이며 중앙부에 굵은 맥이 있다. 꽃부리는 깔때기모양으로서 끝이 4개로 갈라지고 수술이 길게 밖으로 나온다. 씨방은 상위이고 암술은 한 개가 있다. 질경이의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꽃받침보다 2배 정도 길며 방추형이다. 열매가 익으면 삭과가 옆으로 갈라지면서 뚜껑이 열리고 6~8개의 흑색 종자가 나온다. 

 

질경이(충주시 연수동 장안빌딩 앞 보도, 2021. 5. 27)

질경이의 어린잎과 뿌리는 봄에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어린잎을 살짝 데친 다음 갖은 양념을 해서 무쳐 먹으면 맛이 좋은 나물이 된다.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데쳐서 말린 뒤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종자는 차로 마시기도 한다. 종자의 점액은 국수의 점도를 높이는 데에도 사용한다.

 

질경이(지리산 노고단, 2021. 8. 13)

본초학에서 질경이와 털질경이의 종자를 차전자(車前子)라고 한다. 전초(全草)를 차전초(車前草)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차전자는 이수삼습(利水滲濕), 통림(通淋), 지사(止瀉),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어 소변불리(小便不通), 열림삽통(熱淋澁痛), 서습삽리(暑濕澁痢), 목적내장(目赤內障), 담열해수(痰熱咳嗽),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옹종창독(癰腫瘡毒) 등을 치료한다. 차전자는 이뇨제, 진해제, 지사제로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자주 처방하는 한약재다.

 

차전초는 청열이수(淸熱利水), 명목, 거담(祛痰)의 효능이 있어 소변불리, 임탁(淋濁), 대하(帶下), 혈뇨(血尿), 황달, 수종(水腫), 열리(熱痢), 수양성하리(水樣性下痢), 비출혈, 목적(급성 결막염), 후비(喉痺)를 수반하는 급성 편도선염, 해수, 피부궤양 등을 치료한다. 또 금창(金瘡, 刀槍傷), 어혈에 의한 하혈(下血)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차전초를 거의 안 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차전자(車前子, 길짱구씨)에 대해 '성질은 차며[寒](평(平)하다고도 한다) 맛이 달고[甘] 짜며[] 독이 없다. 주로 기륭(氣癃, 기의 장애로 오줌이 나오지 않는 것)에 쓰며 5림(淋)을 통하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간의 풍열(風熱)과 풍독(風毒)이 위로 치밀어서 눈에 피지고 아프며 장예(障)가 생긴 것을 치료한다. ○ 즉 부이(芣苡)인데 잎이 크고 이삭이 길며 길가에서 잘 자란다. 소 발길이 닿는 곳에 나서 자라므로 차전(車前)이라 한다. 음력 5월에 싹을 캔다. 9월, 10월에 씨를 받아 그늘에서 말린다[본초]. ○ 약간 닦아서[略炒] 짓찧어 쓴다. 잎을 쓸 때는 씨를 쓰지 않는다[입문]. 차전엽, 차전근(車前葉及根, 길짱구의 잎과 뿌리)은 주로 코피, 피오줌[尿血], 혈림(血淋)에 쓰는데 즙을 내어 먹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질경이(지리산 노고단, 2021. 8. 13)

질경이의 유사종에는 창질경이, 가지질경이, 갯질경이(Coastal glossy plantai), 털질경이, 개질경이(Kamchatka plantain, 배채기), 왕질경이(Giant plantain) 등이 있다. 창질경이(Plantago lanceolata L.)의 잎은 긴 칼날처럼 생겼고, 가느다란 꽃대 끝에 꽃이 핀다. 삭과에 씨가 2개씩 들어 있다. 가지질경이[Plantago polystachya (Makino) Y.Kim]는 꽃대 중간이 2~3개로 나누어진다. 갯질경이[Plantago major f. yezomaritima (Koidz.) Ohwi]는 남쪽 섬에 분포한다. 잎이 보다 두껍고 윤채가 있다. 털질경이(Plantago depressa Willd.)는 잎에 잔털이 있다. 꽃대는 세로로 줄이 있으며 털이 있다. 개질경이와 비슷하지만 꽃이 작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삭과에는 씨가 3~4개 들어 있다. 개질경이(Plantago camtschatica Cham. ex Link)는 전국 바닷가에 분포한다. 잎에 흰색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다. 삭과에 씨가 4개씩 들어 있다. 왕질경이[Plantago major var. japonica (Franch. & Sav.) Miyabe]는 바닷가 양지에서 자란다. 꽃대의 길이는 50cm 정도이다. 잎은 난상 타원형이며 길이 10~30㎝, 폭 5~15㎝ 정도이다. 마르면 갈색으로 변한다. 삭과 1개당 씨가 8~12개 들어있다. 

 

2021. 9. 30.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위솔(瓦松, 와송)  (0) 2021.10.05
명아주  (0) 2021.10.02
노린재나무(황회목, 黃灰木) '동의'  (0) 2021.09.29
좀씀바귀  (0) 2021.09.28
갈퀴덩굴  (0)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