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노린재나무(황회목, 黃灰木) '동의'

林 山 2021. 9. 29. 12:08

2021년 5월 초순도 끝나갈 무렵 월악산 만수골을 찾았다. 만수골에는 때마침 눈송이처럼 하얀 노린재나무 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이름이 왜 노린재나무인지 그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린재나무는 황회목(黃灰木)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가을에 이 나무의 잎을 태우면 노란색의 재를 남기는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노린재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9)

노린재나무는 감나무목 노린재나무과 노린재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심플로코스 치넨시스 에프. 필로사 (나카이) 오위[Symplocos chinensis f. pilosa (Nakai) Ohwi]이다. 영어명은 에이션 스윗리프(Asian sweetleaf), 일어명은 사와후타기(サワフタギ, さわふたぎ, 沢蓋木), 중국명은 바이탄(白檀)이다. 노린재나무를 황회목(黃灰木)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동의'이다. 

 

노린재나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햇빛이 적당히 드는 소나무 숲 밑에서 국수나무, 진달래, 철쭉 등과 함께 섞여서 자란다. 

 

노린재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9)

노린재나무의 뿌리는 심근성이다. 키는 1~3m 정도이다. 하나의 줄기가 곧게 올라와 많은 가지를 내어 우산모양의 수형을 만든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가지는 퍼지고 작은 가지에는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잎 모양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상 거꿀달걀형이고 점첨두 또는 첨두이며 넓은 예형이다. 잎 뒷면에는 털이 있거나 없다. 잎 가장자리에는 긴 톱니가 있으나 때로는 뚜렷하지 않다.

 

꽃은 4월 말~6월 중순에 흰색으로 피며 향기가 있다. 원뿔모양꽃차례는 새가지 끝에 달린다.  꽃잎은 긴 타원형으로 옆으로 퍼진다. 흰꽃이 만발하면 나무 전체가 눈에 덮인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가을 하늘색보다도 짙은 벽색(碧色)이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노린재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9)

노린재나무의 꽃은 관상가치가 높고 방향성이 있으며 개화기간이 길어 우수한 조경용수로 이용될 수 있다. 줄기는 재질이 치밀하고 트거나 갈라지지 않아 지팡이나 인장재 소재로 쓰인다. 

 

노린재나무는 엣날 전통 염색의 매염제(媒染劑)로 널리 쓰인 황회를 만들던 나무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8년(1514)조에 '죽청이란 중이 지금 황회목(黃灰木)으로 돈 버는 일 때문에 곽산에 와 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상방정례(尙方定例)' 에는 '명주를 보라색으로 염색할 때 한 필에 지초 8근, 황회 20근, 매실 1근으로 염색한다'는 기록이 있다. 또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자초 염색을 할 때는 노란 잿물을 받아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조선 시대에는 황회가 중요한 매염제였음을 알 수 있다.

 

노린재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9)

황회를 이용한 염색기술은 일본에 전파되기도 했다. 일본의 '야마토혼조우(大和本草)'에는 '조선 사람의 도움을 받아 노린재나무의 잎을 끓인 즙으로 찹쌀을 물들여 떡을 만들고 사각형으로 잘라서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잎을 건조시키면 대개 황색으로 되고, 염색할 때 이것을 명반 대신 사용하므로 한자 이름을 산반(山礬)이라고 한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이후 일본에는 황회를 이용한 염색법이 널리 퍼졌다. 일본인들은 특히 제주도에서 나는 섬노린재를 탐라단(耽羅檀)이라고 불렀다.

 

노린재나무(월악산 만수골, 2021. 5. 23)

노린재나무의 가지와 잎은 화산반(華山礬), 뿌리는 화산반근(華山礬根) 또는 화회근(華灰根), 과실은 화산반과(華山礬果) 또는 화회실(華灰實)이라 하며 민간에서 약재로 쓰기도 한다. 화산반은 청열이습(淸熱利濕), 지혈생기(止血生肌)의 효능이 있어 이질, 수양성하리(水樣性下痢), 상구출혈(傷口出血), 화상, 궤양 등을 치료한다. 화산반근은 청열이습, 화담절학(化痰截瘧)의 효능이 있어 감모발열(感冒發熱), 학질, 근골동통(筋骨疼痛), 창절(瘡癤) 등을 치료한다. 화산반과는 건조한 다음 가루로 만들어 진무른 창(瘡)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노린재나무(정선 함백산, 2022. 6. 11)

노린재나무의 유사종에는 흰노린재나무, 섬노린재나무(Korean sweetleaf), 검노린재나무(Black sweetleaf) 등이 있다. 흰노린재나무[Symplocos chinensis var. leucocarpa (Nakai) Ohwi]는 강원도 장전에 분포한다. 열매가 흰색으로 익는다. 섬노린재나무[Symplocos coreana (H.Lev.) Ohwi]는 제주도에서 자란다. 열매는 남흥색으로 익는다. 검노린재나무(Symplocos tanakana Nakai)는 전라남북도, 경상남도에 분포한다. 열매가 검은색이다.

 

2021. 9. 29. 林 山. 2022.10.1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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