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을 볼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담가주시던 물김치가 생각나곤 한다. 돌나물로 담근 어머니표 물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봄철 입맛이 없을 때 돌나물 물김치는 청량음료처럼 미각을 일깨워 주던 고마운 음식이었다. 이제는 어머니표 물김치를 다시는 맛볼 수 없음에 서글픔을 느낀다.
돌나물은 장미목 돌나물과 돌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돌틈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돌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세둠 사르멘토숨 분게(Sedum sarmentosum Bunge)이다. 종명 sarmentosum은 덩굴줄기를 뜻한다. 돌나물의 영어명은 스톤크랍(Stonecrop) 또는 스트링이 스톤크랍(Stringy Stonecrop)이다. 일어명은 츠르만넨구사(ツルマンネングサ, 蔓万年草オ)이다. 중국명은 추이펀차오(垂盆草) 또는 포쟈차오(佛甲草), 포지쟈(佛指甲)이다.
조선 숙종 때 홍만선(洪萬選)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돌나물을 '석채(石菜)'라고 했다. 돌나물은 작은 잎이 연꽃과 닮았다고 하여 석련화(石蓮花)라고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돗나물, 돈내이라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화분에 심어두면 수양버들처럼 줄기가 늘어진다고 해서 수분초(垂盆草)라 부른다. 단옷날 부르는 구전민요에 '한푼 두푼 돈나물 쑥쑥 뽑아 나싱개'라는 가사가 있다. 옛날에는 돌나물을 돈나물이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돌나물을 와경경천(臥莖景天), 화건초(火建草), 토삼칠(土三七)이라고도 한다. 돌나물의 꽃말은 '근면'이다.
1061년 송(宋)나라 때 쑤송(蘇頌) 등이 편찬한 '투징벤차오(图经本草)'에는 돌나물을 포쟈차오(佛甲草, 불갑초)라 했다. 불갑초라는 이름은 탕(唐)나라 우종(武宗) 때의 후이창페이포(会昌废佛, 회창폐불) 사건 등 중국에서 일어난 대규모 불교 탄압인 산우이종파난(三武一宗-法難, 삼무일종법난) 이후에 생겨난 말이다. 당시 불교 탄압으로 불에 타버린 어느 절터에 목이 달아난 무두불(無頭佛)을 본 한 승려가 그 불상을 돌무더기 속에 숨겨 두었다. 그런데, 돌을 좋아하는 돌나물이 불상 전체를 덮고 머리 부분까지 에워싸더니 노란 별 모양의 꽃이 피었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가 황금 갑옷을 입고 있는 듯하여 불갑초로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 밍(明)나라 때 짜이량(翟良)이 지은 '야오싱뚜이다(藥性對答)'에는 '돌나물은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하는 신선의 풀'이라고 했다. 칭(淸)나라 때인 1765년 자오쉐민(趙學敏)이 간행한 '뻰차오강무싀이(本草綱目拾遺)'에 '돌나물은 높은 산의 돌벽에서 자란다. 입하 후에 모가 나온다. 잎은 쌀알처럼 잘고 덩굴이 뻗어 돌에 감기며 그의 뿌리는 돌틈 사이에 깊이 들어가는데, 쥐의 이빨과 같이 희다.'고 나와 있다.
돌나물은 한반도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한다. 들판이나 산록의 양지 바른 풀밭이나 바위틈에서 자란다. 뽑아서 아무 데나 버려 두어도 곧 뿌리를 내려 살아날 정도로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돌나물은 지면으로 뻗은 줄기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의 길이는 15cm 정도이다. 줄기는 땅 위로 뻗고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지면으로 뻗는다. 잎은 3개씩 돌려나기하며 엽병이 없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 또는 거꿀피침모양에 윗부분이 다소 넓어졌다가 좁아져 둔하게 끝난다. 잎 밑부분은 점점 좁아져서 직접 원줄기에 달린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황록색이다.
꽃은 5~6월에 핀다. 곧추 자란 꽃대 끝에 노란색 꽃이 취산꽃차례로 많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타원상 침형이며 둔두로서 꽃받침보다 길며 황색이다. 수술은 10개이다. 열매는 골돌이다. 골돌은 비스듬히 벌어진다.
돌나물은 습기가 약간 있는 곳의 지피녹화용 소재로 적당하고, 초물분재로 이용하여도 좋다. 돌나물은 냉이, 달래와 함께 대표적인 봄나물 중 하나다. 이른 봄에 물김치를 만들며, 연한 순은 나물로 식용할 수 있다. 겉저리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샐러드 채소로 사용하기도 하고, 새콤함 초고추장을 얹은 초무침을 만들기도 한다. 비빔밥 고명, 돌나물잡채, 돌나물 비빔국수, 피자의 토핑 등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이용된다. 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갈아서 즙으로 먹기도 한다. 돌나물은 비타민C가 풍부하고,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는 효능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갱년기 여성들에게 적합한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돌나물의 전초(全草)를 석지갑(石指甲) 또는 불지갑(佛指甲), 수분초(垂盆草)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석지갑은 청열해독(淸熱解毒),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인후종통(咽喉腫痛), 황달 및 급만성 간염, 열로 인한 소변곤란(小便困難), 옹종(癰腫), 화상, 사충교상(蛇蟲咬傷) 등을 치료한다. 최근 항암 효과를 비롯해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돌나물의 유사종에는 갯돌나물(Coastal-stringy stonecrop), 멕시코돌나물, 기린초(麒麟草, Kamchatka stonecrop, orange stonecrop, キリンソウ), 가는기린초(Aizoon stonecrop), 넓은잎기린초, 가지기린초, 섬기린초(Ulleungdo stonecrop), 속리기린초(Songni stonecrop, 俗離麒麟草), 애기기린초(Miniature stonecrop), 큰기린초 등이 있다.
갯돌나물(Sedum lepidodium Nakai)은 전라남도 관매도에 분포한다. 덩굴줄기는 6~14cm이다. 비늘잎은 어긋나기한다. 꽃은 줄기 끝에 한 개가 달린다. 멕시코돌나물(Sedum mexicanum Britton)은 멕시코에 분포한다. 줄기는 기부에서 가지를 치고, 위쪽으로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고 돌려난다.
기린초(Sedum kamtschaticum Fisch. & Mey.)는 잎이 거꿀달걀모양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양 면에 털이 없다. 잎자루가 없다. 가는기린초와 비슷하지만 원줄기가 한군데에서 많이 나오고, 잎이 짧으며 넓은 것이 다르다. 가는기린초(Sedum aizoon L.)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잎자루가 없으며, 긴 타원상 피침형 또는 난상 피침형이다. 원줄기 끝의 산방상 취산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린다. 넓은잎기린초(Sedum ellacombianum)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다육성이며, 타원형이다. 가지기린초(Sedum aizoon var. ramosum Uyeki & Sakata)의 줄기는 가지가 많다. 섬기린초(Sedum takesimense Nakai)는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란다. 줄기 밑부분 30cm 정도가 겨울에 살아 있다가 이듬해 봄에 싹이 나온다. 속리기린초(Sedum zokuriense Nakai)는 충북 속리산, 군자산, 전남 추자도의 산지에서 자란다. 꽃차례는 줄기 끝에 달리며 1~6개의 꽃이 핀다. 애기기린초(Sedum middendorffianum Maxim.)는 강원도 이북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자생지에서는 줄기의 길이가 10cm 미만이다. 한반도 Sedum속 가운데 가장 개체 크기가 작은 식물이다. 큰기린초(Sedum aizoon var. latifolium Maxim.)는 키가 50cm 정도이다. 꽃잎은 5개이고 바소꼴의 줄 모양이며 끝이 뭉툭하다. 태백기린초(Sedum latiovalifolium Y.N.Lee)는 강원도 금대봉, 태백산, 두타산에 분포한다. 꽃은 5~7송이가 취산꽃차례를 이룬다. 털기린초(Sedum selskianum Regel & Maack)는 한반도 북부지방에 분포한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주걱 모양이다. 식물체는 흰색 털로 덮인다.
꿩의비름(blush stonecrop), 둥근잎꿩의비름, 말똥비름(Bulbis live-forever, コモチマンネングサ), 민말똥비름(Simple stonecrop), 주걱비름, 돌채송화(Rocky moss-rose stonecrop), 땅채송화(Coastal mosslike stonecrop), 바위채송화(stone-crop)도 돌나물의 유사종이다.
꿩의비름[Hylotelephium erythrostictum (Miq.) H.Ohba]은 전체가 분백색이고, 잎은 털이 없으며 잎자루는 짧다. 둥근잎꿩의비름(Sedum makinoi Maxim.)의 잎은 마주나기 또는 어긋나기하고 육질이며 타원형 또는 긴 타원상 달걀모양이다. 말똥비름Sedum bulbiferum Makino)은 두해살이풀로 키는 7~22cm이다. 밑부분의 잎은 달걀모양, 윗부분의 잎은 주걱모양이다. 꽃은 취산꽃차례가에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열매를 맺지 않는다. 민말똥비름(Sedum alfredii Hance)은 해발 2000~3000m의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대개 낙엽성이며, 엽신은 주걱모양 또는 거꿀달걀모양이다. 주걱비름(Sedum tosaense Makino)은 제주도에 분포한다. 자생지가 1~2곳이며, 개체수가 매우 적다.
돌채송화(Sedum japonicum Siebold ex Miq.)는 한반도 중부 이남의 산지에서 자란다. 잎의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3~4개로 갈라진 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린다. 땅채송화(Sedum oryzifolium Makino)는 한반도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란다. 원줄기 끝에는 꽃이 달리지 않으며, 줄기 상단에서 갈라진 가지 끝에 3~10개의 노란색 꽃이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바위채송화(Sedum polytrichoides Hemsl.)의 잎은 어긋나기하며 피침상 선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대가 없고 가지 끝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취산꽃차례에 꽃이 약간 달린다. 포가 꽃보다 다소 길다. 보통 때는 지상부가 고사한 듯이 보이나 비가 온 후에 생육과 개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2021. 11. 11.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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