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해당화(海棠花) '원망(怨望)'

林 山 2021. 11. 8. 20:06

 

해당화(海棠花)를 볼 때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로 시작되는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국민가수 이미자가 구성지고 애절한 목소리로 1968년도에 취입했으니 벌써 반세기도 더 전에 나온 노래다. 육지 속의 섬 충청북도에 태어난지라 해당화라는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 노래는 흑백 TV를 통해 방영되었던 최고 인기 연속극 '섬마을 선생님'에 이어 동명의 영화 주제가로 쓰이면서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노래와 연속극의 영향으로 언젠가는 해당화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실물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다. 동해 어느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해당화는 순정을 간직한 아리따운 섬처녀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이미자 - 섬마을 선생님 

 

해당화는 장미목 장미과 장미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로사 루고사 툰베리(Rosa rugosa Thunb.)이다. 영어명은 스윗브라이어(Sweetbrier. sweetbriar) 또는 루고사 로즈(rugosa rose), 비치 로즈(Beach rose), 재퍼니즈 로즈(Japanese Rose), 터케스탄 로즈(Turkestan rose), 라마나스 로즈(Ramanas rose)이다. 일어명은 하마나수(ハマナス, はまなす, 浜茄子, 浜梨, 玫瑰), 중국명은 메이구이(玫瑰)이다. 해당화를 매괴(玫瑰), 때찔레, 해당나무, 해당과(海棠果), 필두화(筆頭花)라고도 한다. 꽃말은 '온화', '원망'이다.

 

해당화(삼척 맹방해변, 2016. 5. 1)

해당화는 일찍이 '고려사'에 등장한다. '고려사'에 실린 <당악(唐樂)>에 보면 '봄을 찾아 동산에 가니/고운 꽃 수놓은 듯이 피었네/해당화 가지에 꾀꼴새 노래하고······'라는 시가(詩歌)가 있다.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해당화>는 '하도 곤해선가 머리 숙인 해당화/양귀비가 술에 취해 몸 가누지 못하는 듯/꾀꼬리가 울어대어 단꿈에서 깨어나/방긋이 웃는 모습 더욱 맵시 고와라'라고 노래하고 있다. 옛날 농민들이 들에서 일하며 부르던 노동요 '메나리'에도 해당화가 등장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원산 남동쪽에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8km에 이르는 고운 백사장과 함께 붉게 피는 해당화가 유명하다. 고전소설 '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나온다. 황해도 용연군의 몽금포와 장산곶,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전라남도 임자면 대광해수욕장도 해당화로 유명한 곳이다.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 두만강 기슭의 해당화 군락지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425호로 지정되어 있다. 

 

해당화(삼척 낭만정 , 2016. 5. 1)

해당화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지방 등 아시아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남북도와 황해도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란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순비기나무와 혼생하여 잘 자란다. 내륙 깊숙한 산기슭에서도 발견된다. 내륙지방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심은 것이다.

 

해당화(삼척 맹방해변, 2006. 5. 13)

해당화는 뿌리에서 많은 줄기를 내어 대군집을 형성하여 자란다. 키는 1.5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길이 2~9mm의 자모 및 융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 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7~9개로 두껍고 타원형이며, 예두 또는 둔두에 넓은 예저이다. 잎 표면에는 주름살이 있고 윤채가 있다. 잎 뒷면의 맥은 튀어나오고 잔털이 밀생하며 선점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잔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새가지 끝에서 진한 분홍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6~9cm이다. 꽃받침통은 둥글고, 열편은 피침형이다. 꽃잎은 넓은 거꿀달걀형으로 끝이 오목하다. 꽃에서는 특유의 진한 향기가 난다. 수술은 많고 꽃밥은 황색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지름 2~3cm로 편구형이며 광택이 있다. 7월 말~8월 중순에 붉은색으로 익는다. 열매의 끝에는 꽃받침이 붙어 있다.

 

해당화(부안 채석강, 2007. 5. 27)

해당화는 꽃과 열매가 아름답고 향기로와 정원수로도 심지만, 가시가 많고 곁가지를 많이 치므로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해수에 강하므로 바닷가 호안 지대에 심으면 가장 좋다. 해수욕장이나 바닷가의 관광지, 피서지 등에 무더기로 심는다. 

 

해당화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꽃잎을 차나 술에 띄워 향미를 더하기도 한다. 익은 열매는 새콤한 맛이 난다. 열매는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생과일로 먹어도 좋다. 그래서 해당화 열매의 별명이 바다 토마토(Sea tomato)이다. 중국에서는 꿀에 재어 먹기도 한다. 꽃에서는 장미유의 원료를 뽑는다. 꽃잎을 향낭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뿌리는 염료로 쓰인다. 근피(根皮)는 명반을 매염제로 하면 적갈색, 철장액을 매염제로 하면 흑색을 얻을 수 있다. 

 

본초학에서 해당화의 꽃을 매괴화(玫瑰花) 또는 배회화(徘徊花), 필두화(笔頭花), 자매화(刺梅花)라고 한다. 매괴화는 5월에 막 피는 꽃봉오리를 채취하여 약한 불에 쬐어 빠르게 말린다. 햇볕메 말린 것은 색깔이나 향기가 상당히 떨어진다. 매괴화는 이기약(理氣藥)에 속한다. 이기해울(理氣解鬱), 화혈산어(和血散瘀)의 효능이 있어 간위기통(肝胃氣痛), 신구풍비(新久風痺, 급만성 遊走性關節風濕痛), 토혈객혈(吐血喀血), 월경부조(月經不調), 적백대하(赤白帶下), 이질(痢疾), 유옹(乳癰), 종독(腫毒) 등을 치료한다. 해당화 꽃의 증류액(蒸溜液)을 매괴로(玫瑰露)라고 한다. 매괴로는 화혈, 평간(平肝), 양위(養胃), 관흉(寬胸), 해울의 효능이 있어 간과 위의 기(氣)를 다스린다. 뿌리는 매괴근(玫瑰根)이라 하며, 당뇨병, 치통,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한다. 술을 담가서도 쓴다. 매괴화나 매괴로, 매괴근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들이다. 

 

해당화(삼척 맹방해변, 2013. 5. 27)

해당화의 유사종에는 만첩해당화(萬疊海棠花, 겹해당화), 개해당화(Small-fruit rugose rose), 민해당화(Spine-less rugose rose), 노랑해당화, 흰해당화 등이 있다. 만첩해당화[Rosa rugosa f. plena (Regel) Bijh.]는 꽃이 겹꽃이다. 개해당화[Rosa rugosa var. kamtschatica (Vent.) Regel]는 줄기에 자모가 없거나 작고 짧다. 잎은 얇으며 주름살이 적다. 꽃과 열매가 작다. 꽃색은 홍자색이 보통이나 흰색과 분홍색도 있고, 겹꽃도 있다. 민해당화(Rosa rugosa var. chamissoniana C.A.Mey.)는 가지에 가시가 거의 없고, 소엽이 작고 좁으며, 잎에 주름살이 적다. 노랑해당화(Rosa xanthina Lindl.)는 중국으로부터 도입되었다. 키는 2~3m 정도이다. 꽃은 만첩이며 노란색이다. 흰해당화(Rosa rugosa f. alba)는 꽃이 흰색이다.

 

찔레꽃, 덩굴장미(climbing rose, 덩굴찔레, 덩굴인가목), 털찔레(축자가시나무), 좀찔레, 제주찔레(Memorial rose), 국경찔레, 생열귀나무(Amur rose), 흰생열귀나무, 긴생열귀나무, 민생열귀나무 등도 해당화의 유사종이다. 찔레꽃(Rosa multiflora Thunb.)은 꽃이 지름 2cm로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이다. 꽃에 향기가 있다. 열매는 지름 8mm로 둥글고  붉은색이다. 덩굴장미(Rosa multiflora Thunb. var. platyphylla Thory)는 낙엽 덩굴성 관목으로 키가 5m까지 자란다. 전체에 밑을 향한 가시가 드문드문 있으며, 엽축과 잎자루에 가시가 있다. 꽃은 빨강색이다. 털찔레[Rosa multiflora var. adenochaeta (Koidz.) Ohwi]는 잎과 꽃차례에 샘털이 많다. 꽃은 백색 또는 연홍색이다. 꽃자루에 샘털이 있고, 꽃받침조각의 안쪽에는 융털이 있다. 좀찔레[Rosa multiflora var. quelpaertensis (H.Lev.) Nakai]는 소엽의 길이가 1~2cm이다. 꽃은 작고, 백색 또는 연홍색이다. 제주찔레(Rosa luciae Franch. & Rchb.)는 탁엽의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고, 암술대에 털이 있다. 꽃은 백색 또는 연홍색이다. 국경찔레꽃(Rosa jaluana Kom.)은 제주찔레와 비슷하지만 꽃이 적색이고 탁엽에 톱니가 있다. 생열귀나무(Rosa davurica Pall.)는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강원도의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잎 뒷면에 작은 선점이 밀생하고, 엽축 및 턱잎에 샘털이 있다. 꽃은 분홍색이다. 흰생열귀나무[Rosa davurica f. alba (Nakai) T.B.Lee]는 한반도 북부지방에 분포한다. 꽃이 흰색이며 드물다. 긴생열귀나무(Rosa davurica var. ellipsoidea Nakai)는 강원도 이북의 표고 200~1,200m의 산록이나 계곡에서 자란다. 꽃잎은 5개로 넓은 거꿀달걀모양이먀, 끝이 오므라지고 홍자색이다. 타원형의 열매가 달린다. 민생열귀나무( Rosa silenidiflora Nakai)는 한반도 특산종으로 황해도 장연군 대청도에 분포한다. 잎의 뒷면에 선점이 거의 없다. 꽃은 장미색이다. 

 

해당화(삼척 맹방해변, 2013. 5. 27)

왕가시나무, 흑산가시나무, 용가시나무(Maximowicz’s rose), 왕용가시나무(Korean Maximowicz’s rose), 털용가시나무, 돌가시나무(Wichura's rose)도 해당화의 유사종이다. 왕가시나무(Rosa maximowicziana var. coreana REHDER)는 한반도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꽃은 흰섹이다. 흑산가시나무(Rosa kokusanensis NAK.)는 전남 흑산도와 황해도의 장산곶에 분포한다. 꽃은 흰색이고, 향기가 강하다. 줄기에 샘털이 없다. 용가시나무(Rosa maximowicziana Regel)는 포복성이고, 10m까지 자란다. 소엽은 5~7개이다. 꽃은 백색이고 향기가 강하다. 왕용가시나무[Rosa maximowicziana var. coreana (R.Keller) Kitag.]는 수원지방에 분포하며 줄기에 샘털이 없다. 곷은 백색이고 향기가 강하다. 돌가시나무와는 꽃이 편평꽃차례인 것이 다르다. 털용가시나무[Rosa maximowicziana var. pilosa (Nakai) Nakai]는 엽병과 화경에 털이 있고, 탁엽과 포 및 악편외면에 샘털이 밀생한다. 꽃은 백색이고 향기가 강하다. 돌가시나무와는 꽃이 편평꽃차례인 것이 다르다. 돌가시나무(Rosa wichuraiana Crep. ex Franch. & Sav.)는 제주도와 전라남북도, 함경남북도에 분포한다. 반상록 포복성이고, 잎은 어긋나기하고 깃모양겹잎이며, 소엽은 7~9개가 난다. 꽃은 원추꽃차례에 1~5개씩 흰색으로 피고 향기가 있다. 꽃의 지름은 4cm이다.

 

해당화(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해당화 열매(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인가목, 흰인가목, 둥근인가목(Burnet rose), 민둥인가목, 붉은인가목 등도 해당화의 유사종이다. 인가목(Rosa suavis WILLD)은 지리산과 강원도 이북지방에 분포한다. 줄기에는 침상의 가시가 많이 난다. 생열귀나무에 비해 엽병에 가시가 없고, 소엽 뒷면에 선점이 없다. 꽃은 장미색이다. 화경에 선모가 밀생한다. 흰인가목(Rosa koreana Kom.)은 금강산 이북지방에 분포한다. 한반도 특산종이다. 꽃은 흰색이다. 둥근인가목(Rosa pimpinellifolia L.)은 강원도 이북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꽃은  백색이고 새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민둥인가목(Rosa acicularis Lindl)은 강원도 이북에 분포한다. 꽃은 홍색,또는 흰색이다. 열매가 타원형이며 일년생 가지에 가시가 없고 ,줄기의 하부에 가시가 많다. 홀수깃모양겹잎은 3~7개의 소엽으로 구성된다. 엽축에는 자모가 있고, 탁엽은 화살 모양이다. 꽃은 지름 5cm이고 작은 꽃대에 샘털이 밀생한다. 붉은인가목(Rosa.marretii Levl.)은 화경에 털이 없고, 소엽은 4~7개이다. 꽃은 담홍색이다. 탁엽에도 털이 없다.

 

2021. 11. 8. 林 山. 2022.12.1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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