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벌노랑이

林 山 2021. 11. 9. 16:07

2006년도 8월 중순 제주도 한라산 웃세오름을 오른 적이 있다. 웃세오름을 오르면서 가시엉겅퀴, 금방망이, 조밥나물, 둥근이질풀, 붉은호장근, 흰그늘용담, 채고추나물, 애기솔나물, 구름떡쑥, 백리향의 꽃들이 활짝 핀 것을 바라보면서 한라산은 그야말로 야생화의 보고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과 함께 만난 야생화 가운데 벌노랑이도 있었다. 해발 1500m 이상 고지대에서 만난 벌노랑이의 샛노란 꽃은 매우 강렬한 느낌이었다. 

 

웃세오름의 야생화들은 하나같이 키가 작고 아담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견디려면 어쩔 수 없이 키를 낮추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식물도 결코 인간 못지 않은 지혜를 가지고 있다.   

 

벌노랑이(부평 굴포천변, 2013. 5. 13)

벌노랑이는 장미목 콩과 벌노랑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벌판에 유난히 노란색의 꽃을 피워 벌노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벌들이 이 꽃을 좋아하여 벌노랑이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벌노랑이의 학명은 로투스 코르니쿨라투스 바. 저파니카 레겔(Lotus corniculatus var. japonica Regel)이다. 영어명은 에이션 버즈풋 트레포일(Asian birds-foot trefoil) 또는 버즈풋 트레포일(Bird´s-boot trefoil)이다. 일어명은 미야코구사(ミヤコグサ, みやこぐさ, 都草·牛角花) 또는 미야코하나(みやこばな, 都花)이다. 중국명은 바이마이근(百脉根) 또는 우예차오(五叶草), 냐오주더우(鸟足豆), 뉴쟈오화(牛角花)이다. 벌노랑이를 노랑들콩, 잔털벌노랑이, 털벌노랑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다시 만날 때까지'이다.  

 

벌노랑이는 유럽과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유럽이 원산지이며, 귀화식물이라는 설도 있다. 벌노랑이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타이완,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한라산의 해발 1,500m~1,700m 사이, 전남의 지리산, 전북, 경남, 경북의 일월산, 강원, 경기, 황해, 함남 등지에 야생한다.

 

벌노랑이(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벌노랑이의 뿌리는 약간 굵은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간다. 키는 30cm까지 자란다. 줄기 전체에 털이 없으며, 밑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눕기도 하고, 비스듬히 서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보통 5개의 소엽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밑부분에 있는 2개의 소엽은 원줄기에 밀접하여 탁엽같이 보이고, 윗부분에 있는 3개의 소엽은 끝에서 모여나기하며, 탁엽은 작거나 없다. 소엽은 거꿀달걀모양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원두에 끝이 뾰족하다. 

 

꽃은 6~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액생하는 화경 끝에 1~3개의 꽃이 산형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열편은 선상 피침형으로서 판통보다 길다. 기꽃잎(旗瓣, 나비 모양 꽃부리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꽃잎)은 거꿀달걀모양으로서 가장 크고 뒤로 선다. 열매는 협과이다. 협과는 곧고 두조각으로 갈라져서 많은 흑색 종자가 나온다.

 

벌노랑이는 강건하고 토양을 특별히 가리지 않으며, 답압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으므로 지피용 소재로 적당하다. 척박지 녹화 및 해변지구 녹화용 등으로도 좋다. 뿌리를 강장 및 해열제로 사용한다. 향이 좋아 밀원식물로 쓰이기도 한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소 등 가축의 사료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잡초로 취급된다. 

 

벌노랑이의 뿌리 및 전초(全草)를 백맥근(百脈根)이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하기(下氣), 지갈(止渴)하고, 熱(열)과 허로(虛勞)를 제거하며, 부족을 보(補)하는 효능이 있다. 감기(感氣), 인후염(咽喉炎), 대장염(大腸炎), 혈변(血便), 이질(痢疾) 등을 치료한다.

 

벌노랑이(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벌노랑이의 유사종에는 서양벌노랑이(Bird’s-foot trefoil), 들벌노랑이 등이 있다. 서양벌노랑이(Lotus corniculatus L.)는 귀화식물이다. 목포의 삼학도 등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고 있다. 전북 고창, 충남 서산 등지의 바닷가에서도 발견되었다. 키는 30cm 정도이다. 잎은 3소엽으로 되며, 소엽은 달걀모양 또는 거꿀달걀모양이다. 꽃은 5~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5~6㎝의 긴 꽃대 끝에 3~7개의 접형화(蝶形花)가 밀집되어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룬다. 들벌노랑이(Lotus uliginosus Schkuhr )는 목포의 삼학도 매립지에서 발견되었다. 키는 30~60㎝이다. 잎은 3출엽이며, 소엽은 연모(軟毛)가 있다. 꽃은 6~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3~4㎝ 길이의 꽃대 끝에 5~15개의 접형화가 우산모양꽃차례를 이룬다.

 

2021. 11. 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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