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섬말나리

林 山 2021. 11. 13. 11:47

꽃을 보고 싶을 때면 종종 충주 연수성당을 찾아가곤 한다. 계절에 따라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는 연수성당 화단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 따로없다. 2021년 5월도 다 끝나갈 무렵 연수성당에 들렀더니 수녀관 앞 화단에 노오란 섬말나리 꽃이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섬말나리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섬말나리는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섬말나리는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릴리움 한소니 라이히틀린 익스 대니얼 데이비드 톰킨스 무어(Lilium hansonii Leichtlin ex D.D.T.Moore)이다. 종명은 유명한 원예연구가인 핸슨(Hanson)을 기념한 것이다. 영어명은 울릉도 터크스캡 릴리(Ulleungdo turk's-cap lily) 또는 울릉도 릴리(Ulreungdo lily)이다. 일어명은 다케시마유리(たけしまゆり, 竹島百合), 중국명은 주예바이허(竹叶百合)이다. 섬말나리를 섬나리, 성인봉나리, 합상백합(哈桑百合)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더 이상 고귀할 수 없다'이다. 

 

섬말나리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울릉도 및 동북부 지역에 자란다. 한국 특산식물이며 산림청의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울릉도에서는 낙엽수가 울창하게 자란 그늘진 낙엽수림 하부의 완만한 경사면에서 산마늘이나 큰두루미꽃 등과 함께 자란다.

 

섬말나리(충주 연수성당, 2021. 5. 29)

섬말나리의 비늘줄기는 달걀모양이고, 약간 붉은 빛이 돌며, 간혹 관절이 있다. 원줄기는 높이 50~100cm 정도이다. 잎은 2~4층의 윤생엽과 작은 어긋나기엽이 달린다. 윤생엽(길이 10~18cm, 폭 2~4cm)은 6~10개씩 달리고 거꿀피침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다. 어긋나기엽은 윤생엽과 비슷한 크기와 모양에서 점점 작아져 윗부분의 포와 연결된다.

 

꽃은 5~7월에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1개씩 4~12개가 밑을 향해 핀다. 화피열편(花被裂片, 길이 3~4cm)은 6개로 두꺼운 피침형 또는 거꿀피침모양이고, 붉은 빛이 도는 황색이며, 안쪽에 검붉은색 반점이 있고 뒤로 말린다. 밀구(蜜溝)에는 털이 없다. 씨방이 암술대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다. 종자는  9월에 결실한다.

 

섬말나리는 꽃색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심으면 좋다. 그늘진 장소에 무리지어 심거나 키가 낮은 지피식물과 함께 심으면 6~7월에 화려한 경관을 볼 수 있다. 화단에 키가 낮은 꽃들을 전면에 심고 후면에 배치하여도 좋다. 다른 나리류보다 개화 기간이 길어 관상가치가 더 크다.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는 섬말나리를 가져가서 품종 개발을 하여 역수출을 하고 있다.  

 

섬말나리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데치거나 삶아서 무쳐 먹는다. 땅속의 비늘줄기를 어린순과 함께 먹기도 한다. 자양강장, 윤폐지해, 청심안신, 해독, 건위 등의 효능이 있다.(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  밀원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섬말나리의 유사종에는 하늘나리, 말나리(Manchurian turk's-cap Lily), 민섬말나리(새섬말나리) 등이 있다. 하늘나리(Lilium concolor Salisb.)는 해발 800m 이상 높은 산지에 분포하는 고산성 식물이다. 윤생엽은 없다. 꽃은 원줄기끝과 가지끝에 곧추 위를 향해 1~5개가 황적색으로 핀다. 꽃이 작고 아담하다. 비늘줄기는 흰색이고 마디가 없으며, 다른 나리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달걀모양이다. 말나리(Lilium distichum Nakai Kamib.)는 윤생엽이 1층이다. 하늘나리와 비슷하지만 1~10개의 꽃이 옆을 향해 황적색으로 핀다. 비늘줄기의 비늘조각에 환절이 있는 것이 다르다. 민섬말나리(Lilium hansonii for. mutatum Y.N.Lee)는 울릉도 동쪽 사면에 분포한다. 꽃은 노란색이며, 꽃잎에 반점이 전혀 없다. 

 

2021. 11. 1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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