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은대난초 '탄생'

林 山 2021. 11. 16. 12:33

2021년 5월도 다 끝나갈 무렵 월악산 만수봉에 올랐다. 만수봉에서 하산길에 용암봉을 넘는데 문득 은대난초가 눈에 띄었다. 월악산에도 은대난초가 살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반가왔다. 뜻하지 않은 만남이었기에 더 반가왔는지도 모른다. 

 

은대난초(월악산 용암봉, 2021. 5. 30)

은대난초는 미종자목 난초과 은대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이 흰색(은색)이고, 잎이 댓잎을 닮은 난초라고 하여 은대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세팔란테라 롱기브락티타 블루머(Cephalanthera longibracteata Blume)이다. 영어명은 롱-브랙트 세팔란테라(Long-bract cephalanthera), 일어명은 사사바긴란(ササバギンラン, ささばぎんらん, 笹葉銀蘭)이다. 사사(ささ, 笹)는 조릿대나 작은 대나무류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명은 창바오터우뤼란(长苞头蕊兰)이다. 은대난초를 은대난, 은대란, 댓잎은난초라고도 한다. 꽃말은 '탄생'이다.

 

은대난초(월악산 용암봉, 2021. 5. 30)

은대난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지린성(吉林省) 남부 린쟝현(临江县)과 랴오닝성(辽宁省)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란다. 관상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은대난초(월악산 용암봉, 2021. 5. 30)

은대난초의 키는 30~5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6~8개의 잎이 달린다. 줄기 밑부분에는 초상엽이 있다. 초상엽 위의 잎은 2줄로 어긋나기하고 긴 타원형이다. 잎의 길이는 5~15cm, 나비는 1.5~4cm이다. 잎 끝은 예리하게 뾰족하고 기부는 좁아지면서 줄기를 감싼다. 잎 뒷면과 가장자리에 털같은 백색 돌기가 있다. 잎에는 세로 맥이 뚜렷하다. 실제로 잎을 만져보면 댓잎처럼 억세다.

 

은대난초(정선 함백산, 2022. 6. 11)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다. 포는 선형 또는 넓은 선형이며 길이 4~7mm이지만, 밑에 달려 있는 1~2개는 잎 같고 원줄기보다 길다. 꽃차례와 씨방에 털 같은 백색 돌기가 있다. 꽃받침조각은 피침형이며 끝이 다소 뾰족하다. 꽃잎은 짧고 나비가 넓다. 입술모양꽃부리는 밑부분이 짧은 거(距)로 되어 튀어 나온다. 중앙열편은 심장형으로서 끝이 뾰족하고, 안쪽에 연한 황갈색의 주름이 있다. 꽃술대와 입술모양꽃부리는 길이가 같으며, 끝에 꽃밥이 있다. 열매는 길이 2~2.5㎝이며, 7~9월경에 갈색으로 달린다.

 

은대난초 열매(지리산 성제봉, 2006. 7. 23)

은대난초의 유사종에는 은난초(Erect cephalanthera, 銀蘭草), 꼬마은난초(Short erect cephalanthera), 금난초(helleborine, 金蘭草), 김의난초 등이 있다. 은난초[Cephalanthera erecta (Thunb.) Blume]는 은대난초와 비슷하고, 자라는 곳도 같다. 하지만 키와 잎 크기가 은대난초보다 작다. 키는 10~30cm, 잎의 길이는 3-8cm 정도이다. 잎은 줄기 윗부분에 4~5장이 어긋난다. 은대난초는 줄기나 잎이 껄끄럽지만 은난초는 매끄럽다. 은난초의 포는 1~3cm로 꽃차례의 길이보다 짧다. 꼬마은난초[Cephalanthera erecta var. subaphylla (Miyabe & Kudo) Ohwi]는 강원도 삼척, 경북 울릉도, 경남 남해, 제주도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20~30cm이다. 잎은 은난초보다 작거나 거의 없다. 3~6개의 잎이 어긋나기한다. 금난초[Cephalanthera falcata (Thunb.) Blume]는 경기도 이남, 울릉도에 분포한다. 키는 40~70cm이다. 잎은 털이 없으며 길이 8~15cm, 폭 2~4.5cm이다. 꽃은 노란색이며, 이삭꽃차례에 3~12개의 꽃이 달다. 

 

김의난초[Cephalanthera longifolia (L.) Fritsch]는 강원도 해안과 울릉도에 분포한다. 키는 50~70cm이고, 잎 길이는 8~15cm, 나비는 2~4cm로 끝은 뾰족하고 피침형으로 세로로 잎맥이 뚜렷하며 어긋난다. 꽃은 완전히 벌어지지 않고 반쯤 피며, 7~22개 정도가 흰색으로 달린다. 은난초, 은대난초와 유사한데, 꽃대가 잎보다 크고 잎이 줄기를 완전히 감싼다. 꽃은 뭉쳐 피며, 꽃 크기도 은난초와 은대난초보다 크다. 강원도 해안의 김씨 문중 산소에서 발견되어 김의난초라고 명명되었다. 아직 국가표준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품종이다.

 

2021. 11. 16. 林 山. 2022.10.14.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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