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미나리아재비 ‘천진난만’

林 山 2021. 11. 23. 17:26

식물에도 '아재비'라는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다. 미나리아재비도 그중 하나다. '아재비'는 '아저씨'를 낮춰 이르는 말이다. '작은아버지', '고모부', '이모부'의 방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아재비'라는 이름은 '기본이 되는 식물과 비슷하지만 조금 모자라다' 또는 '비슷하지만 거리가 멀다', '본래와 비슷하지만 좀 더 크다'고 생각될 때 붙인다. 하지만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닮은 구석이라곤 거의 없다.   

 

미나리아재비의 '아재비'는 '아저씨'의 의미가 아니라 '아이를 잡다'는 뜻의 '아잽이'가 변한 것이다. 미나리아재비가 유독성 식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나리아재비라는 이름에는 이 식물을 잘못 먹으면 '아이들을 잡는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나 말 등이 미나리아재비를 먹고 죽은 예가 있다.

 

미나리아재비(가평 연인산, 2014. 5.18)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미나리아재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라눈쿨루스 자포니쿠스 툰베리(Ranunculus japonicus Thunb.)이다. Ranunculus는 라틴어 Rana(개구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개구리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나리아재비의 영어명은 크로우풋(crowfoot) 또는 재퍼니즈 버터컵(Japanese Buttercup)이다. 일어명은 긴뽀우게(キンポウゲ, きんぽうげ, 金鳳花·毛莨) 또는 우마노아시가타(うまのあしがた, 馬の足形·毛莨)이다. 중국명은 마오근(毛茛)이고, 이명에는 위딩차오(鱼疔草), 야쟈오반(鸭脚板), 예친차이(野芹菜), 샨라쟈오(山辣椒), 마오친차이(毛芹菜), 치파오차이(起泡菜), 란페이차오(烂肺草) 등이 있다. 미나리아재비를 바구지, 놋동우, 자래초라고도 한다. 꽃말은 '천진난만', '말의 발자국'이다. 
 
미나리아재비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이다.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 야생한다. 습기가 있는 양지, 산지의 볕이 잘 드는 풀밭, 논둑이나 밭둑에서 자란다.
 
미나리아재비(정선 함백산, 2022. 6. 11)
 
미나리아재비는 짧은 근경에서 가늘고 긴 뿌리와 뿌리잎이 뭉쳐난다. 키는 50cm 정도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곧게 서며,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에는 별 모양의 흰 털이 밀생한다. 근생엽은 모여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오각상 원심장형으로서 3개로 깊게 갈라진다. 중앙열편은 흔히 다시 3개로 갈라지고, 측열편도 다시 2개로 갈라진다.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다. 줄기잎은 엽병이 없고 3개로 갈라지며, 열편은 선형으로서 톱니가 없다.
 
꽃은 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취산상으로 갈라진 꽃자루에 꽃이 1개씩 달린다. 5개의 꽃받침조각은 타원형으로서 겉에 털이 있고 수평으로 퍼지며 안으로 오목해진다. 꽃잎은 5편으로서 꽃받침보다 2~2.5배 길고 도란상 원형이다. 꽃잎 밑부분에는 소비늘조각이 있고 윤채가 있으며, 기부에 1개의 꿀샘이 있다. 수술과 암술이 많다. 암술대는 거의 없다. 꽃턱은 짧고 털이 없다. 열매는 여러 개의 수과(瘦果)가 모여서 별사탕 모양의 취과를 이룬다. 수과는 도란상 원형이고 약간 편평하며, 털이 없고 끝에 짧은 돌기가 있다.
 
미나리아재비는 키가 작고 꽃이 앙증맞아서 연못이나 화단 주변에 심으면 좋다. 압화나 건조화 소재로도 이용된다. 미나리아재비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봄에 어린잎을 따다가 삶은 다음 물에 담가 독을 뺀 다음 나물로 무쳐 먹는다. 독성이 있어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미나리아재비는 염료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매염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다양하고 독특한 색을 얻을 수 있다.
 
미나리아재비의 전초(全草) 및 뿌리를 모간(毛茛)이라고 한다. 말라리아, 황달, 편두통, 위통, 류머티성 관절염, 관절결핵(關節結核), 골결핵(骨結核), 기관지염, 천식, 학슬풍(鶴膝風, 膝關節結核), 옹종(癰腫), 악창(惡瘡), 개선(疥癬), 치통(齒痛), 결막염 등을 치료한다. 상당한 독초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항종양 효능이 있다고 하여 약으로 쓴다.

미나리아재비 꽃(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미나리아재비의 유사종에는 흰미나리아재비, 바위미나리아재비(Hallasan buttercup), 애기미나리아재비, 구름미나리아재비, 기는미나리아재비(Creeping buttercup), 누운미나리아재비, 산미나리아재비(Mountain meadow buttercup), 만주미나리아재비(Manchurian buttercup), 좀미나리아재비, 유럽미나리아재비, 왜미나리아재비(Franchet's buttercup, 실젓가락나물), 겹왜미나리아재비, 개구리자리(Cursed buttercup, タガラシ, 田辛子), 개구리갓(Catclaw buttercup), 젓가락나물(Asian buttercup), 왜젓가락나물, 매화마름, 민매화마름(Smooth-water crowfoots), 개구리미나리(Longbeak Buttercup), 털개구리미나리 등이 있다. 

 

흰미나리아재비(Ranunculus japonicus f. albiflorus Y.N.Lee)는 강화도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미나리아재비다. 바위미나리아재비(Ranunculus crucilobus H.Lev.)는 제주도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한다. 키는 10cm 정도이다. 줄기 전체에 갈색의 융털이 퍼져 난다. 근생엽은 긴 엽병이 있고 3개로 갈라진다. 열편의 가장자리에는 결각상 또는 거친 톱니가 있다. 줄기잎은 선형이며 3개로 갈라진다. 애기미나리아재비(Ranunculus acris L.)는 북부 고산지대에 모여 난다. 키는 10~50cm 정도이다. 미나리아재비에 비해 작고, 잎이 가늘게 갈라지며, 꽃은 약간 크다. 구름미나리아재비(Ranunculus borealis)는 한라산, 백두산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10~15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있고 줄기는 곧게 선다. 뿌리잎은 뭉쳐나며, 잎자루가 짧고 두 조각으로 갈라져 있다. 5월에 엷은 황색 꽃이 꽃줄기 끝에 달린다. 기는미나리아재비(Ranunculus repens L.)는 함북에 분포한다. 키는 40cm이며 털이 있다. 옆으로 뻗는 가지가 마치 기어가는 듯하다. 누운미나리아재비(Ranunculus pygmacus for. prostratus)는 습지에 분포한다. 키는 40cm 정도이다. 7월에 노란 꽃이 피고 열매는 수과로 9월에 익는다. 가지가 기다 못해 누운 것 같다. 산미나리아재비[Ranunculus acris var. monticola (Kitag.) Tamura]는 백두산 등 깊은 산지에 분포한다. 키는 40cm 정도이다. 애기미나리아재비에 비하여 경엽의 열편이 선형으로 폭이 좁고 거의 밋밋하다. 만주미나리아재비(Ranunculus grandis Honda ex Ohwi)는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20~70cm 정도이다. 기는줄기는 늘어지고 센털이 있다. 기부의 잎, 꽃자루에도 센털이 있다. 꽃받침조각 표면에는  빽빽한 센털이 있다. 좀미나리아재비(Ranunculus arvensis L.)는 키가  20~40cm이다. 꽃은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줄기는 가지를 많이 치며, 곧게 선다. 털이 없거나 위쪽으로 단모가 있다. 유럽미나리아재비(Ranunculus muricatus L.)는 키가 15~40cm이다. 기부에서 가지를 치며, 비스듬히 자라거나 곧게 자란다. 털이 없다. 꽃은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왜미나리아재비(Ranunculus franchetii H. Boissieu)는 충남 계룡산과 강원도 이북에 분포한다. 미나리아재비에 비해서 전체가 소형이다. 잎이 깊게 갈라진다. 수과에 짧은 털이 있으며 비후한다. 겹왜미나리아재비(Ranunculus franchetii f. duplopetalus Y.N.Lee)는 강원도 금대봉에 분포한다. 키는 15~20cm이다. 꽃이 겹으로 피는 왜미나리아재비이다.

 

개구리자리(Ranunculus sceleratus L.)는 두해살이풀이다. 중남부지방에 분포하며 개울가와 습지, 논에서 자란다. 키는 10~5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없고, 열매가 타원형이다. 개구리갓(Ranunculus ternatus Thunb.)은 설악산, 한라산에 분포한다. 방추형의 작은 덩이뿌리가 있다. 키는 10~25cm 정도이다. 열매에 털이 없다. 젓가락나물(Ranunculus chinensis Bunge)은 두해살이풀이다. 키는 40~80cm 정도이다. 가지가 갈라지고, 전체에 거친 털이 있다. 암술대가 짧고, 열매가 타원형이다. 왜젓가락나물[Ranunculus quelpaertensis (H.Lev.) Nakai]은 울릉도와 제주도, 일부 남부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15~80cm 정도이다. 잎은 3출엽이다. 암술대 끝이 뒤로 젖혀진다. 매화마름(Ranunculus kazusensis Makino)은 여러해살이 수초다. 늪이나 연못에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짧은 엽초위에 잔털이 돋은 짧은 엽병이 있고, 3~4회 갈라져서 실같은 열편으로 된다. 물 위로 올라온 꽃대 끝에 1개의 흰색 꽃이 핀다. 꽃턱과 수과에 털이 있다. 민매화마름(Ranunculus yezoensis Nakai)은 키가 50cm 정도이다. 꽃턱과 수과 및 탁엽에 처음부터 털이 없다. 개구리미나리(Ranunculus tachiroei Franch. & Sav.)는 잎이 2회 3출엽이다. 잎이 털개구리미나리보다 작다. 암술대 끝이 거의 구부러지지 않고 약간만 휜다. 털개구리미나리(Ranunculus cantoniensis DC.)는 줄기 위쪽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이 개구리미나리보다 넓다. 줄기, 잎, 꽃받침에 털이 있다. 꽃받침이 젖혀지며, 열매가 도깨비방망이 같다. 왜젓가락나물과 비슷하지만 털이 있다. 수과는 개구리미나리와 비슷하다.

 

2021. 11. 23. 林 山. 2022.8.11.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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