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감자난초

林 山 2021. 11. 24. 14:27

2014년 5월 중순도 끝나갈 무렵 가평 연인산(戀人山)을 찾았을 때, 마침 황갈색 꽃에 하얀 꽃잎술을 물고 피어난 감자난초를 만났다. 연인(戀人)들이 꼭 함께 가야 한다는 산, 연인산에서 감자난초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처럼 산행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귀한 식물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만사 다 인연법(因緣法)이란 생각이 든다. 꽃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감자난초(가평 연인산, 2014. 5. 18)

감자난초는 미종자목(微種子目) 난초과 감자난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짜비늘줄기(僞鱗莖)가 감자를 닮아서 감자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오레오키스 파텐스 (린들리.) 린들리.[Oreorchis patens (Lindl.) Lindl.]이다. 속명 'Oreorchis'는 희랍어 'oreos(산)'와 'orchis(고환)'의 합성어로 가짜비늘줄기의 모양이 동물의 고환과 비슷한 것에서 유래한다. 

 

감자난초의 영어명은 커먼 오레오키스(Common oreorchis), 일어명은 고케이란(コケイラン, こけいらん, 小蕙蘭,小恵蘭), 중국명은 샨란(山兰)이다. 감자난초를 잠자리난초, 댓잎새우난초, 감자난, 감자란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잠자리난초(Linear-leaf habenaria, 학명 Habenaria linearifolia Maxim.)는 따로 있다. 감자난초의 꽃말은  '숲속의 요정', '변덕'이다.

 

감자난초(가평 연인산, 2014. 5. 18)

감자난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고산지대에 자생한다. 주로 높은 산지의 숲속 음지에서 자란다.

 

감자난초의 뿌리는 가짜비늘줄기이며, 난상 구형이다. 위인경(僞鱗莖)의 길이는 1.5~2cm이다. 꽃대는 높이 30~50cm이다. 잎은 1~2개씩 나오고 길이 20~40cm, 나비 7~30mm 정도이다. 위구(僞球)에서 정생하는 잎은 피침형 또는 긴 타원형이고, 양끝이 좁으며, 윤기가 도는 짙은 녹색이다. 꽃이 핀 후 잎은 황변해서 휴면에 들어가고, 8~9월에 새눈이 나와 월동을 한다.

 

꽃은 5~6월에 황갈색으로 핀다. 꽃이 핀 후 지상부는 말라 버린다. 꽃대 밑부분에 초상엽이 2개 정도 있다. 포는 막질이고 피침형에 예두이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며 길이 1cm로서 황갈색이다. 입술모양꽃부리는 백색 바탕에 반점이 있으며, 밑 부근에서 3개로 갈라진다. 측열판은 피침형이고 끝이 둔하다. 중앙열편은 쐐기모양에 가까운 거꿀달걀모양이고, 끝이 둥글며 잔톱니가 있다. 또, 밑부분에 2개의 도드라진 줄이 있다. 자웅예합체는 길이 6mm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처지고 방추형이며 길이 2cm로서 짧은 대가 있다. 씨방 안에는 무수히 많은 먼지 같은 씨가 들어 있다. 씨방이 말라서 갈라지면 먼지 같은 씨들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감자난초(가평 연인산, 2014. 5. 18)

감자난초는 화분에 심어 분재로 만들기도 한다. 정원의 낙엽수 하부에 심어도 좋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과 '익생양술대전' 등에는 감자난초의 비늘줄기를 산자고(山慈姑)라고 했으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따르면 이는 명백한 오류다. 본초학에서 산자고는 약난초[藥蘭草, remastra variabilis (Blume) Nakai ex Shibata]의 가짜비늘줄기를 건조한 것이다. 

 

감자난초(가평 연인산, 2014. 5. 18)
감자난초(정선 함백산, 2022. 6. 11)

감자난초의 유사종에는 한라감자난초, 두잎감자난초(Two-leaf oreorchis) 등이 있다. 한라감자난초(Oreorchis hallasanensis Y.N.Lee & K.S.Lee)는 제주도에 분포한다. 감자난초에 비하여 꽃받침과 곁꽃잎이 황갈색이고, 긴 타원형이다. 입술모양꽃부리는 희고, 가운데 열편에 자갈색 반점이 있다. 입술모양꽃부리 안쪽에 3개의 솟은 줄이 있다. 두잎감자난초(Oreorchis coreana Finet)는 제주도에 분포하며, 한반도 특산 식물이다. 잎이 두 개 나는 것이 특징이다. 감자난초보다 꽃색이 더 짙다. 입술모양꽃부리에 설상육질의 부속물이 있어 2중이다. 화분 덩어리에 자루가 전혀 없다.

 

2021. 11. 24. 林 山. 2022.9.20. 최종 수정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오줌풀 '허풍쟁이'  (0) 2021.11.26
밀나물  (0) 2021.11.25
미나리아재비 ‘천진난만’  (0) 2021.11.23
큰앵초  (0) 2021.11.22
골무꽃  (0)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