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앵초

林 山 2021. 11. 22. 15:40

10여년 전 5월 말경 경기도 가평에 있는 명지산(明智山, 1,267m)에 올랐을 때 진분홍색으로 활짝 핀 큰앵초꽃을 만나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던 적이 있다. 정상부 능선에 화려하게 피어난 큰앵초는 말 그대로 산중미인(山中美人)이었다. 큰앵초는 한반도에 자생하는 앵초 가운데 가장 크고 꽃이 화려하며, 비교적 높은 산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이다. 그래서, 큰앵초를 만나려면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큰앵초(가평 명지산, 2011. 5. 29)

큰앵초는 앵초목 앵초과 앵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앵초보다 크다고 해서 큰앵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학명은 프리뮬라 제소아나 미쿠엘.(Primula jesoana Miq.)이다. 속명 'Primula'는 봄에 ‘처음 피는 꽃’이라는 뜻이다. 종소명 'jesoana'는 발견된 장소를 나타내는데,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명칭 ‘에조(蝦夷)’를 가리킨다.

 

큰앵초(지리산 노고단, 2016. 6. 5)

큰앵초의 영어명은 프림로즈(Primrose) 또는 얄루 리버 프림로즈(Yalu river primrose)이다. 'primrose'는 라틴어 '처음'을 뜻하는 '프리마(prima)'와 '꽃'을 뜻하는 '로사(rosa)'의 합성어로, ‘봄에 처음 피어나는 꽃’이라는 의미다. 'Yalu river'는 '압록강'을 가리킨다. 일어명은 오오사쿠라소우(オオサクラソウ, おおさくらそう, 大桜草)이다. 앵초는 일본명 사쿠라소우(櫻草)가 그대로 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인들은 앵초의 화려한 꽃잎 모양새가 벚꽃을 닮았다고 본 것이다. 중국명은 야오용잉차오(药用樱草)이다. 꽃말은 '행운', '행운의 열쇠', '모순'이다. 

 

큰앵초(지리산 노고단, 2016. 6. 5)

큰앵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부,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깊은 산 숲속 또는 냇가의 습지에 자생한다.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산지에서 자란다. 앵초속 식물들은 고위도 지역이나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큰앵초(지리산 노고단, 2016. 6. 5)

큰앵초의 뿌리는 근경이 짧게 옆으로 벋는다. 원줄기는 없다. 꽃대 크기는 30~50cm 정도이며, 전체에 잔털이 있다. 잎은 뿌리에서 나오며, 원신형 또는 콩팥모양이고 가장자리가 얕게 7~9개로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치아모양톱니가 있고, 짧은 털이 있다. 엽병의 길이는 30cm 정도이다.

 

큰앵초(지리산 노고단, 2016. 6. 5)

꽃은 통꽃이고, 7~8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1.5~2.5cm이다. 잎 사이에서 엽병의 2배 정도되는 꽃대가 나와 그 끝에 1~4층의 꽃이 달리며, 각 층에 5~6개의 꽃이 핀다. 꽃자루는 길이 1~2cm이다. 꽃차례 윗부분에 선상의 짧은 털이 있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끝은 깊게 5갈래이다. 화통은 길이 12~14mm이다. 수술은 5개로서 화통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길이 7~12mm로 난상 긴 타원형이며, 남아 있는 꽃받침조각보다 길다.

 

큰앵초(지리산 노고단, 2016. 6. 5)

큰앵초는 잎이 크고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앵초류는 꽃이 예뻐서 원예품종으로 많이 개발되었다. 봄철 도심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리뮬러는 앵초의 개량종이다.

 

큰앵초(설악산 서북능선, 2015. 6. 6)

큰앵초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큰앵초의 뿌리는 진해거담(鎭咳去痰)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기침, 가래, 천식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큰앵초(설악산 서북능선, 2015. 6. 6)  

큰앵초의 유사종에는 앵초(櫻草, primrose), 털큰앵초, 설앵초(雪櫻草, Alpine-modest primrose), 좀설앵초 등이 있다. 앵초(Primula sieboldii E.Morren)는 꽃대 길이가 15~40cm 정도이다. 잎은 달걀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털이 있다. 잎 표면은 주름이 지며,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고, 열편에 톱니가 있다. 꽃은 4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꽃부리는 지름 2~3cm이고, 판통은 길이 10~13mm이다. 털큰앵초[Primula jesoana var. pubescens (Takeda) Takeda & Hara]는 큰앵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얕게 갈라지고, 잎 뒷면의 잎맥, 꽃대, 꽃대축, 잎자루에 긴 털이 많다. 설앵초(Primula modesta var. hannasanensis T.Yamaz.)는 제주, 전라, 경남, 평북, 함북 등지에서 자생하는 고산식물이다. 키는 15cm 정도이다. 잎은 주걱모양 또는 사각상 난원형이고 엽신이 길다. 잎 가장자리가 뒤로 말리는 것이 있고, 얕고 둔한 톱니가 있다. 잎 뒷면은 은황색 가루로 덮여 있다. 여름철에는 은빛의 잎을 뒤집어서 햇빛을 반사시킨다. 꽃은 5~6월 담홍색으로 핀다. 좀설앵초(Primula sachalinensis Nakai)는 낭림산에서부터 백두산 지역의 해발 2,300m 근처에서 자란다. 꽃대 높이는 10~17cm이다. 설앵초에 비해 소형이다. 잎이 좁고 길며, 톱니가 거의 없다. 꽃은 7~8월에 장미색으로 핀다. 

 

2021. 11. 2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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