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들으면 그 특징을 짐작할 수 있는 풀이나 나무들이 있다. 쥐오줌풀도 그런 풀들 가운데 하나다. 뿌리에서 나는 특이하고 강한 냄새가 쥐오줌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쥐오줌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은 비록 고상하지 못하지만 쥐오줌풀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쥐오줌풀은 산토끼꽃목 마타리과 쥐오줌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발레리아나 포리에이 브리켓(Valeriana fauriei Briq.)이다. 속명 'Valeriana'는 라틴어 '건강하다'는 뜻의 'valere’, 종소명 포리에이(fauriei)는 프랑스 식물 채집가 위르방 장 포리(Urbain Jean Faurie) 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것이다. 영어명은 발레리아나 포리에이(Valeriana fauriei) 또는 커먼-벌리리언(common-valerian)이다. 일어명은 가노코소우(カノコソウ, かのこそう, 鹿の子草, 纈草) 또는 겟소우(けっそう, 纈草), 하루오미나에시(ハルオミナエシ, はるおみなえし, 春女郎花), 깃소우(きっそう, 吉草)다. 중국명은 시에차오(纈草) 또는 촨신파이차오(穿心排草)다. 쥐오줌풀을 길초(吉草), 긴잎쥐오줌, 줄댕가리, 은댕가리, 바구니나물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허풍쟁이', '정열'이다.
쥐오줌풀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부, 일본, 타이완, 러시아 극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도에서부터 북부 지역의 산간 부근에 자생한다. 산지의 계곡과 능선의 등산로 주변, 숲 가장자리, 초지에서 자란다. 산지의 그늘진 곳이나 조금 습한 곳에 분포한다.
쥐오줌풀의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잔뿌리가 성글게 사방으로 뻗어 있다. 뿌리에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강하게 난다. 키는 40~80cm 정도이다. 줄기 밑에서 뻗는 가지가 자라서 번식하고, 마디 부근에 긴 백색 털이 있다. 처음에는 근생엽이 자라다가 꽃이 필 무렵에는 근생엽이 없어지고 줄기잎이 자란다. 줄기잎은 마주나기하고 우상복엽으로 5~7개로 갈라지며, 열편에 거치가 있다. 넓은잎쥐오줌풀에 비하면 잎이 아주 좁다.
꽃은 5~8월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꽃이 달린다. 꽃부리는 5개로 갈라지며 화통은 길이 5~7mm로서 한쪽이 약간 부풀어 있다. 3개의 수술이 길게 꽃 밖으로 나온다. 열매는 피침형이며 길이 4mm정도이다. 열매 윗부분에 꽃받침이 관모상으로 달려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
쥐오줌풀은 관상용이나 밀원용으로도 심는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봄~초여름에 연한 줄기와 잎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어린순을 데쳐서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는다. 튀겨먹거나 국으로도 먹는다. 뿌리 및 뿌리줄기로는 길초유(吉草油)를 짠다. 소량의 길초유는 인체의 기운을 붇돋우고 혈압을 오르게 한다. 대량의 길초유는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혈압을 내리며 반사 흥분성을 감퇴시킨다. 길초유는 또 담배의 첨가물로 쓰인다
쥐오줌풀, 넓은잎쥐오줌풀, 좀쥐오줌풀, 설령쥐오줌풀의 뿌리 및 뿌리줄기를 힐초(纈草) 또는 길초근(桔草根)이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영심안신(寧心安神), 진정(鎭靜), 이기지통(理氣止痛)의 효능이 있어 정신불안, 불면증, 위약(胃弱), 요통(腰痛), 월경불순, 신경쇠약, 신경과민, 무월경, 월경곤란, 뇌신경증, 심장이나 위 등의 쇠약 및 만성신경증, 요붕증(尿崩症), 동계(動悸), 요통(腰痛), 히스테리, 카신벡씨병(克山病), 심장쇠약의 합병증에 따르는 심근염(心筋炎), 산후 심장병, 류머티스성 심장병, 위장경련(胃腸痙攣), 관절염, 타박상, 외상출혈(外傷出血)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쥐오줌풀의 유사종에는 설령쥐오줌풀(Amur valerian), 간도쥐오줌풀(Kando valerian), 광릉쥐오줌풀(Dense-fruit valerian), 긴잎쥐오줌풀(Long-leaf valerian), 넓은잎쥐오줌풀(Dageletiana), 좀쥐오줌풀, 서양쥐오줌풀 등이 있다.
설령쥐오줌풀(Valeriana amurensis P.A.Smirn. ex Kom.)은 경기도 광주 남한산, 전남 무등산, 함북 설령, 관모봉 등지에 분포한다. 쥐오줌풀에 비해 전체에 잔털이 있다. 줄기에 털이 많아 털쥐오줌풀이라고도 한다. 간도쥐오줌풀(Valeriana pulchra Nakai)은 함북 설령, 관모봉 등지에 분포한다. 설령쥐오줌풀에 비해 전체에 털이 많으나 샘털이 없다. 꽃차례는 털이 적다. 열매 앞면에는 털이 밀생하거나 드문드문 난다. 광릉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var. dasycarpa Hara)은 중부 야산에 분포한다. 줄기 마디 부근에 긴 백색털이 있다. 열매에 털이 있다.
긴잎쥐오줌풀[Valeriana dageletiana var. integra (Nakai) Nakai ex F.Maek.]은 잎 열편에 톱니가 없다. 꽃에 꿀이 많다. 넓은잎쥐오줌풀(Valeriana dageletiana Nakai ex F.Maek.)은 울릉도와 북부 지방의 약간 습한 곳에서 자생한다. 줄기 마디에 흰색 털이 밀생한다. 좀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f. coreana (Briq.) Hara]은 제주도와 경남 거제도에 분포한다. 쥐오줌풀에 비해 전체가 소형이고, 줄기에 짧은 털이 있다. 서양쥐오줌풀(Valeriana officinalis)은 뿌리에서 나온 줄기가 1m 이상 큰다. 허브식물이며, 서양에서는 만병통치 약재로 유명하다. 정유 성분이 정신 불안정과 히스테리의 치료에 효과가 좋다.
2021. 11. 26. 林 山. 2022.7.1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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