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솜대? 이름을 왜 풀솜대라고 붙였지? 풀솜대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풀솜대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려면 벼과 왕대속 식물인 솜대(粉竹)를 알아야 한다. 솜대는 새싹이 돋을 때 하얀 가루로 덮여 있어 이를 솜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풀솜대는 줄기에 흰털이 많이 나 있는 '풀'이 '솜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풀솜대는 백합목 백합과 솜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밀라키나 저파니카 A. 개리(Smilacina japonica A.Gary)이다. 영어명은 스노위 폴스 릴리 오브 더 밸리(Snowy false lily of the valley) 또는 재퍼니즈 폴스 솔로몬스 실(Japanese false solomon's seal)이다. '계곡의 눈꽃 같은 가짜 백합' 또는 '일본 가짜 둥굴레'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중국명은 루야오(鹿药), 일어명은 유키자사(ユキザサ, ゆきざさ, 雪笹)이다.
풀솜대를 솜때, 솜죽대, 지장보살(地藏菩薩)이라고도 한다. 옛날 기근이 들어 양식이 부족할 때, 특히 절에서는 풀솜대를 뜯어다가 죽을 끓여먹고 배고픔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래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풀솜대를 지장보살이라고도 불렀다. 지장보살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풀솜대로서는 최고의 별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풀솜대의 꽃말은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이다.
풀솜대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산지의 솦속에 자생한다. 특히 산지의 반그늘과 부엽질이 많은 토양에서 잘 자란다.
풀솜대의 근경은 원주형으로서 옆으로 뻗고, 불룩한 여러 개의 마디가 있다. 키는 20~5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비스듬히 자라고, 위로 올라갈수록 털이 밀생한다. 밑부분에 3개 정도의 투명한 막질부가 있어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5~7개가 2줄로 배열된다. 잎 길이는 6~15cm, 폭은 2~5cm이다. 잎 모양은 긴 타원형,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에 끝이 갑자기 좁아져서 예두(銳頭)로 되고 밑부분은 원저(圓底)이다. 밑부분의 잎은 짧은 엽병이 있으나 위로 가면서 점차 없어진다. 잎 양면에는 거센 털이 있고, 특히 뒷면에 많다. 잎에는 세로로 난 평행맥이 뚜렷하다.
꽃은 양성화로서 5~7월에 흰색으로 핀다. 원줄기끝이 복총상꽃차례를 형성하며, 꽃차례에 털이 많다. 화피는 길이 4mm, 폭 1.5mm 정도로서 긴 타원형에 둔두이다. 꽃자루는 길이 2~5mm이다. 열매는 장과이다. 장과는 둥글며 적색으로 익는다.
풀솜대는 단맛과 약간 매운맛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봄에 풀솜대의 어린순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데쳐서 쌈으로 먹는다. 다른 산나물과 섞어 무쳐 먹기도 한다. 튀김, 볶음으로 먹기도 한다. 말려서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쌈채소로 고기와 함께 먹기도 하고, 비빔밥에 재료로 넣어 먹는 경우도 있다.
풀솜대는 잎과 꽃이 특이해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특히 자생종 무늬풀솜대는 일부 원예가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 풀솜대를 목초나 녹비로도 이용한다.
풀솜대의 뿌리줄기 및 뿌리를 녹약(鹿藥)이라고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보기활혈(補氣活血), 익신(益腎), 거풍제습(祛風除濕), 조경(調經)의 효능이 있어 노상(勞傷), 편정두통偏正頭痛), 풍습동통(風濕疼痛), 타박상, 유옹(乳癰, 화농성 유선염), 월경불순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풀솜대의 유사종에는 왕솜대(Large false solomon's seal), 민솜대(Smooth solomon's seal), 자주솜대(Purple-flower solomon's seal) 등이 있다. 왕솜대(Smilacina japonica var. mandshurica Maxim.)는 잎의 길이가 15cm 정도이고, 폭이 6~10cm이다. 풀솜대보다 잎이 더 넓적하다. 민솜대(Smilacina dahurica Turcz. ex Fisch. & C.A.Mey.)는 강원도 이북에 분포한다. 잎은 길이 10cm, 폭 2.5~6cm로서 양끝이 좁으며 끝이 갑자기 뾰족해진다. 잎 표면은 털이 없으며, 뒷면은 맥 위와 가장자리에 잔돌기가 있다. 자주솜대(Smilacina bicolor Nakai)는 지리산 반야봉 정상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강원도, 전북, 경남북, 경기도 광릉, 북한 지역 등에 분포한다. 풀솜대에 비해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잎은 길이 6~11cm, 폭 2.5~5cm이다. 멸종 위기 식물이다.
2021. 11. 29. 林 山. 2022.7.1.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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