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동자꽃

林 山 2022. 1. 5. 14:34

깊고 높은 산에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는 야생화들이 있다. 동자꽃도 그런 고산식물 가운데 하나이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높은 산을 오르다가 동자꽃을 만나면 그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동자꽃을 만날 때마다 그 슬픈 전설이 떠오르곤 한다.  

 

옛날 어느 깊은 산속 작은 암자에 노스님과 동자승(童子僧)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해 겨울 노스님은 어린 동자승을 홀로 남겨둔 재 시주를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며칠 동안이나 쏟아졌다. 길이 끊어져 산을 오를 수 없었던 노스님은 산 아래 마을에서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한편 홀로 남은 동자승은 암자 문밖을 서성이며 노스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그만 그 자리에서 굶어죽고 말았다. 눈이 그치자 서둘러 돌아온 노스님은 암자 모퉁이에서 굶어죽은 동자승을 발견했다. 동자승은 노스님의 손길로 양지바른 곳에 묻혔다. 이듬해 여름 동자승의 무덤가에는 주황색의 에쁜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어딘가 동자승을 닮은 듯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꽃을 동자승이 환생한 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이 꽃은 동자꽃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다. 

 

동자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6. 6. 18)

동자꽃은 중심자목 석죽과 동자꽃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리크니스 코그나타 막시모비치(Lychnis cognata Maxim.)이다. 영어명은 리크니스(Lychnis) 또는 로베이트-캠피언(lobate-campion)이다. 일어명은 죠센마쓰모토(チョウセンマツモト, 朝鮮松本)이다. 중국명은 쳰례졘츄뤄(浅裂剪秋罗)이며, 이명에는 졘츄뤄(剪秋罗), 마오위안졘츄뤄(毛缘剪秋罗) 등이 있다. 동자꽃을 참동자꽃, 천열천추라(浅裂剪秋羅)라고도 한다. 꽃말은 '기다림', '기지', '정열'이다, 

 

동자꽃(설악산 미시령, 2007. 7. 22)

동자꽃은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깊은 산 숲속이나 높은 산 초원에 분포한다.

 

동자꽃(정선 함백산, 2015. 8. 10)

동자꽃의 뿌리는 근경성으로 성글게 뿌리가 내린다. 키는 40~10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마디가 뚜렷하다. 줄기에는 긴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기하는데, 엽병이 없고 긴 타원형 또는 난상 타원형에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 길이 는 5~8cm, 폭은 2.5~4.5cm이다. 잎 양면과 가장자리에는 털이 있고 황록색이다.

 

은 6~8월에 주황색으로 핀다. 직경은 4cm 정도이다. 원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1개씩 자라 그 끝에 한 송이씩 핀다. 꽃자루는 짧으며 털이 많다. 꽃받침은 긴 통 같고, 끝이 5개로 갈라지며, 겉에 털이 나 있다. 꽃잎은 5개로 거꿀심장모양이고, 밑부분이 길게 뾰족해지며 윗부분이 수평으로 퍼지면서 2개로 갈라진다. 각 열편의 가에는 거치가 있으며, 목부분에 소열편이 2개씩 있고, 양쪽 가장자리 밑에도 소열편이 1개씩 있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5개이다. 열매는 삭과이다. 삭과는 긴 타원형이고, 꽃받침에 싸여 있으며, 9월에 익는다.

 

동자꽃(지리산 노고단, 2021. 8. 13)

동자꽃은 꽃이 아름다워서 정원의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관상 가치가 뛰어나 원예자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화훼가에서는 일부 재배하고 있다.

 

동자꽃(지리산 노고단, 2021. 8. 13)

동자꽃의 유사종에는 흰동자꽃, 가는동자꽃(Narrow-leaf campion), 제비동자꽃(Wilford lychnis), 털동자꽃, 흰털동자꽃, 수레동자꽃(애기동자꽃, Maltese-cross, scarlet lychnis), 우단동자꽃(Rose campion) 등이 있다. 

 

흰동자꽃(Lychnis cognata for. albiflora W.T.Lee)은 동자꽃과 유사하나 릔색 꽃이 핀다. 가는동자꽃(Lychnis kiusiana Makino)은 강원도 이북에 분포한다. 줄기는 모가 지고 전체에 털이 난다. 잎은 선상 피침형이다. 꽃잎 윗가장자리가 잘게 갈라진다. 열매를 먹기 위해 심기도 한다. 제비동자꽃[Lychnis wilfordii (Regel) Maxim.]은 강원도 동북부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피침형이고 가는 털이 있다. 꽃잎이 제비 꼬리처럼 깊게 갈라진다. 털동자꽃(Lychnis fulgens Fisch. ex Spreng.)은 중부 이북의 산지에서 자란다. 전체에 긴 흰 털이 있다. 잎은 긴 달걀모양이다. 꽃잎은 2개로 깊게 갈라진다. 흰털동자꽃[Lychnis fulgens f. glabra (Nakai) W.T.Lee]은 함경북도에 분포한다. 털동자꽃과 유사하나 전체에 털이 없다. 흰색 꽃이 핀다. 수레동자꽃(Lychnis chalcedonica)은 러시아, 몽골, 중국 북서부, 카자흐스탄 등지에 분포한다. 꽃은 10~50개의 낱꽃이 모여 핀다. 각 꽃의 지름은 1~3cm이다. 꽃잎은 1/3 정도까지 두 개로 갈라진다. 종소명의 칼케도니카(chalcedonica)는 터키의 고대도시 칼케돈을 말한다. 우단동자꽃(Lychnis coronaria)은 6~7월에 붉은색, 분홍색, 흰색 등의 꽃이 지름 3cm 정도로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관상용으로 플란넬초라고도 한다.

 

2022. 1. 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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