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연수동에는 금곡생태마을학교에서 조성한 연원뜰이라고 명명된 꽃동산이 있다. 2021년 8월 중순경 진료를 마치고 퇴근길에 집에서 가까운 연원뜰에 들렀다. 연원뜰에는 채송화, 백일홍 등 각종 화초들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연원뜰 한 귀퉁이에는 자주색 소엽(蘇葉, 차즈기) 몇 포기가 보였다. 담벼락 밑이나 시멘트 보도 블럭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것을 보니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닌 듯했다.
소엽은 화초로 대접받지는 못하지만 한약재로서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다. 소엽의 잎과 씨는 감기(cold)나 독감(flu), 코비드-19(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등 호흡기 질환의 치료에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소엽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들깨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페릴라 프루테센스 바. 아쿠타 (오다시마.) 쿠도[Perilla frutescens var. acuta (Odash.) Kudo]이다. 열어명은 페릴라(Perilla) 또는 페릴라 허바(Perilla herba)이다. 일어명은 시소(シソ, しそ, 紫蘇)이고, 이명에는 아카지소(アカジソ, あかじそ, 赤紫蘇)가 있다. 중국명은 쯔수(紫苏) 또는 수(苏), 치수(赤苏)이다. 소엽을 차즈기, 차조기, 자주깨, 붉은깨, 매기풀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정직', '성실'이다.
소엽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동아시아에 걸친 지역이 원산지라는 설도 있다.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논밭, 들판, 인가 부근에서 자란다. 약초 농가에서는 대량으로 재배한다. 소엽은 고려시대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소엽은 키가 20~80cm 정도이다. 잎이 들깨와 매우 유사하지만 색깔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소엽은 전체적으로 자색을 띤다. 줄기는 둔한 사각이 지며 곧게 선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광란형에 예두 원저이다. 잎 양면에는 털이 있으나 뒷면 맥 위에 특히 긴 털이 있다. 잎은 흔히 진한 자줏빛이 돌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은 2개로 갈라진다. 윗쪽 꽃받침은 다시 3개로 갈라지고, 아래쪽 꽃받침은 2개로 갈라진다. 판통의 내외부에는 털이 있다. 꽃부리는 짧은 통상 순형이고, 하순이 상순보다 약간 길다. 2강수술이 있고 포는 소형이다. 열매는 분과로 꽃받침 안에 들어 있으며 둥글다.
소엽의 잎은 쌈 채소나 향신료로 이용된다. 잎은 들깻잎처럼 날것으로 먹고, 된장이나 간장에 절여 반찬으로 먹기도 하며, 생선회에 양념으로 쓰기도 한다. 송송 썰어 비빔밥에 넣기도 한다. 잎으로 차를 만들기도 한다. 열매는 익기 전에 꽃차례를 뜯어 장아찌를 담거나 튀김을 해 먹는다. 씨에서 짠 기름은 강한 방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깻잎을 먹지 않는 대신 소엽을 식재료로 많이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소엽이 도시락 등 여러 음식에 많이 들어간다. 소엽은 특히 강한 항균작용이 있어 식중독 예방에 도움이 되는 향신료이다.
소엽의 잎(葉)은 자소엽(紫蘇葉) 또는 자소(紫蘇), 뿌리(根) 및 묵은 줄기(老莖)는 소두(蘇頭), 줄기(莖)는 자소경(紫蘇梗), 숙존악은 자소포(紫蘇苞), 종자는 소자(蘇子) 또는 자소자(紫蘇子)라고 한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차조기l[Perilla frutescens (L.) Britt.]와 주름소엽[尖蘇葉, Perilla frutescens (L.) Britt. var. crispa Decne.]의 잎을 자소엽, 소엽[Perilla frutescens var. acuta (Odash.) Kudo]의 종자를 소자로 등재하고 있다.
자소엽은 본초학에서 해표약(解表藥) 가운데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으로 분류된다. 해표산한(解表散寒), 행기관중(行氣寬中), 해어해독(解魚蟹毒)의 효능이 있어 감모풍한(感冒風寒), 오한발열(惡寒發熱), 해수기천(咳嗽氣喘), 흉복창만(胸腹脹滿), 태동불안(胎動不安), 어해독(魚蟹毒) 등을 치료한다. 자소엽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처방이 허약한 사람이 감기에 걸려 발열, 두통, 기침, 조열(潮熱), 구토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쓰는 삼소음(蔘蘇飮)이다. 자소엽과 자소자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한약재다.
소자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 가운데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으로 분류된다. 강기소담(降氣消痰), 평천(平喘), 윤폐(潤肺), 윤장(潤腸)의 효능이 있어 담옹기역(痰壅氣逆), 해수기천(咳嗽氣喘), 장조변비(腸燥便秘) 등을 치료한다. 소자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처방이 천식 처방인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이다.
소두는 거풍산한(祛風散寒), 거담하기(祛痰下氣)의 효능이 있어 해역(咳逆), 상기(上氣), 흉격담음(胸膈痰飮), 현기증, 신체의 통증, 코막힘, 콧물 등을 치료한다. 자소경은 이기지통(理氣止痛), 개울(開鬱), 안태(安胎)의 효능이 있어 기울(氣鬱), 식체(食滯), 흉격비민, 위장(胃腸)의 동통(疼痛), 태기불화(胎氣不和) 등을 치료한다. 자소포는 혈허(血虛, 貧血), 감기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자소(紫蘇, 차조기)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명치 밑이 불러 오르고 그득한 것과 곽란, 각기 등을 치료하는데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일체 냉기를 없애고 풍한 때 표사(表邪)를 헤친다. 또한 가슴에 있는 담과 기운을 내려가게 한다. ○ 밭에서 심는다. 잎의 뒷면이 자줏빛이고 주름이 있으며 냄새가 몹시 향기로운 것을 약으로 쓴다. 자줏빛이 나지 않고 향기롭지 못한 것은 들차조기(野蘇)인데 약으로 쓰지 못한다. 잎의 뒷면과 앞면이 다 자줏빛인 것은 더 좋다. 여름에는 줄기와 잎을 따고 가을에는 씨를 받는다. ○ 잎은 생것으로 먹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생선이나 고기와 같이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본초]'. 자소자(紫蘇子, 차조기씨)에 대해서는 '기운이 치밀어 오르며 딸꾹질이 나는 것을 치료하는데 중초를 고르게 하고 5장을 보하며 기운을 내린다. 곽란, 반위를 멎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기침을 멎게 한다. 심과 폐를 눅여 주고[潤] 담을 삭힌다. 또한 폐기로 숨이 찬 데도 쓴다. 귤껍질(橘皮)의 약효도 잘 도와준다. 약간 닦아서 써야 한다.[본초]', 자소경(紫蘇莖, 차조기 줄기)에 대해서는 '풍, 한, 습으로 생긴 비증(痺證)으로 힘줄과 뼈가 아픈 것과 각기를 치료한다. 잎과 함께 달여서 먹는 것이 좋다.[본초].'고 나와 있다.
소엽의 유사종에는 들깨(perilla seed, エゴマ, 荏胡麻), 청소엽(靑蘇葉) 등이 있다. 들깨[Perilla frutescens var. japonica (Hassk.) H. Hara]는 잎 표면과 뒷면이 녹색이다. 잎 뒷면이 종종 자주색을 띠기도 한다. 청소엽(Perilla frutescens f. viridis Makino)은 재배종이다. 잎 표면은 청색, 뒷면은 자주색이 돈다.
2022. 1. 17.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