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엉겅퀴 '건드리지 마세요'

林 山 2022. 1. 21. 21:48

엉겅퀴는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꽃이다. 엉겅퀴를 꺾으려고 했다가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엉겅퀴는 잎에 가시가 많지만 연한 부분은 먹을 수 있고, 한약재로도 쓰이는 고마운 야생초다. 엉겅퀴는 한의학에서 지혈제(止血劑)로 쓰이는 약초로서 우수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엉겅퀴(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수련꽃차, 2022. 5. 14)
엉겅퀴(단양 옥순봉, 2006. 6. 4)

엉겅퀴는 초롱꽃목 국화과 엉겅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시르시움 자포니쿰 바. 마키 (막시모비치) 마쯔무라[Cirsium japonicum var. maackii (Maxim.) Matsum.]이다. 속명 시르시움(Cirsium)은 ‘정맥 확장’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Kirsion' 또는 'cirsion'에서 유래되었다. 영어명은 코리언 씨슬(Korean thistle), 일어명은 가라노아자미(カラノアザミ), 중국명은 지(蓟)이다. 엉겅퀴를 야홍화(野紅花), 산우방(山牛旁), 가시나물, 항가새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대계(大薊)라 하는데, 조선시대 이두명칭은 대거색(大居塞)이라 하였고, 항가 또는 황가, 항가새 등으로 표기되었다. 꽃말은 '건드리지 마세요'다.

 

1690년 조선 사역원(司譯院)에서 간행한 단어집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서는 엉겅퀴를 '엉것귀'라고 했다. 엉것귀는 '피를 엉기게 하는 귀신'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824년 유희(柳僖)가 편찬한 '물명고(物名攷)'에는 엉것귀가 '엉겅퀴'로 기재되어 있다. 이후 엉겅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엉겅퀴라는 이름에는 피를 잘 엉기게 해준다는 뜻이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엉겅퀴(단양 구담봉, 2006. 6. 4)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이기도 하다. 엉겅퀴가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된 일화가 있다. 옛날 스코틀랜드에 바이킹이 쳐들어왔다. 바이킹 척후병은 성 밑까지 접근했다가 엉겅퀴 가시에 찔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비명소리를 듣고 성을 지키던 병사들이 깨어나 바이킹을 공격하여 물리쳤다. 이후 엉겅퀴는 구국의 공로로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 

 

내용이 약간 다른 전승도 있다. 스코틀랜드에 쳐들어온 덴마크 군대는 물을 건너기 위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섰다. 물을 건너자 온통 엉겅퀴밭이 나타났다. 스코틀랜드 군대는 가시에 질려 쩔쩔매는 덴마크 군대를 공격해서 물리쳤다. 엉겅퀴는 그 뒤 나라를 구한 꽃으로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엉겅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타이완,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엉겅퀴(남양주 천마산, 2006. 6. 11)

엉겅퀴의 키는 50~100cm 내외이다. 식물체 전체에 백색 털과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진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고, 경생엽보다 크며, 타원형 또는 피침상 타원형이다. 근생엽의 길이는 15~30cm, 나비 6~15cm로서 밑부분이 좁으며, 6~7쌍의 우상으로 갈라진다. 잎 양면에는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결각상의 톱니와 더불어 가지가 있다. 줄기잎은 피침상 타원형이며, 원줄기를 감싸고 우상으로 갈라진 가장자리가 다시 갈라진다. 결각진 잎의 톱니가 모두 가시로 되어 있다. 가시에 찔리면 몹시 따갑다. 

 

꽃은 6~8월에 피며, 지름은 3~5cm이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많은 낱꽃이 모여 꽃송이를 이룬다. 총포는 둥글며 길이 18~20mm, 지름 25~35mm이다. 포편은 7~8줄로 배열되며 겉에서 안으로 약간씩 길어지고 끝이 뾰족한 선형이다. 꽃은 전부 관상화이고, 꽃부리는 자주색 또는 적색이며, 길이는 19~24mm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길이 3.5~4mm이다. 관모는 길이 16~19mm이고 백색이다.

 

엉겅퀴(충주 금봉산, 2006. 6. 18)

엉겅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을 삶아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하고, 튀김으로도 먹는다. 줄기는 장에 찍어 먹거나 장아찌로 먹는다. 줄기의 식용법을 보급하면 재배 가치가 큰 채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엉겅퀴를 염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잎에서 갈색 계통의 염료를 얻을 수 있다. 관상가치가 높아 화단이나 화분에 심는다.

 

엉겅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엉겅퀴와 바늘엉겅퀴, 큰엉겅퀴의 전초(全草) 또는 뿌리(根)을 본초명 대계(大薊)라고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ussuriense Kitam) 및 동속(同屬) 근연식물(近緣植物)의 전초를 건조한 것'이며, '중국에서는 대계(Cirsium japonicum DC.)의 지상부와 뿌리를 채취하여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본초학에서 대계는 지혈약(止血藥) 중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으로 분류된다. 양혈지혈약 중 으뜸약이 바로 대계이다. 대계는 양혈지혈, 거어소종(祛瘀消腫)의 효능이 있어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혈뇨(血尿), 혈림(血淋), 혈붕(血崩), 대하(帶下), 장풍(腸風), 장옹(腸癰), 옹양종독(癰瘍腫毒), 정창(疔瘡) 등을 치료한다.  폐결핵, 급성 전염성 간염, 고혈압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대계를 종종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뿌리로 술을 담가 신경통이나 요통의 치료에 쓰기도 한다. 

 

엉겅퀴(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21. 8. 14)

엉겅퀴의 유사종에는 좁은잎엉겅퀴, 가시엉겅퀴(Spined Japanese thistle), 흰가시엉겅퀴, 바늘엉겅퀴(Korean prickly thistle), 흰바늘엉겅퀴, 고려엉겅퀴(Gondre, 곤드레나물), 흰잎고려엉겅퀴, 정영엉겅퀴(Jungyeong thistle), 가는정영엉겅퀴(Sword-leaf Jeongyeong thistle), 깃잎정영엉겅퀴, 도깨비엉겅퀴(수그린엉겅퀴, 큰엉겅퀴), 흰도깨비엉겅퀴, 큰엉겅퀴, 동래엉겅퀴(Dongrae thistle), 버들잎엉겅퀴(Linear-leaf thistle, 솔엉겅퀴), 물엉겅퀴(Island thistle), 흰잎엉겅퀴, 흰꽃잎엉겅퀴, 민흰잎엉겅퀴(Glabrous vlassoviana thistle), 서양가시엉겅퀴, 카나다엉겅퀴, 점봉산엉겅퀴(Jeombongsan thistle) 등이 있다. 

 

엉겅퀴(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21. 8. 14)

좁은잎엉겅퀴[Cirsium japonicum f. nakaianum (H.Lev. & Vaniot) W.T.Lee]는 엉겅퀴에 비해 잎이 좁고 가시가 다소 많다. 가시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spinossimum Kitam.)은 잎이 다닥다닥 달리고 보다 가시가 많다.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자란다. 흰가시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ussuriense f. alba T.B.Lee)는 흰색 꽃이 핀다.

 

바늘엉겅퀴(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바늘엉겅퀴(한라산 웃세오름, 2006. 8. 15)

바늘엉겅퀴[Cirsium rhinoceros (H.Lev. & Vaniot) Nakai]는 제주도 한라산 중턱, 보길도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키는 50cm 내외이다. 키가 작고 잎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잎 가장자리에 바늘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흰바늘엉겅퀴(Cirsium rhinoceros f. albiflorum Sakata)는 재주도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핀다.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Dunn) Nakai]는 한국 특산식물로 잎은 갈라지지 않는 긴 타원형이다. 잎에 큰 결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분홍색에 가까운 짙은 자주색 꽃이 곱다. 흰잎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var. niveoaraneum Kitam.)는 잎 뒷면이 모시풀 같이 백색이다. 정영엉겅퀴[Cirsium chanroenicum (L.) Nakai]는 지리산 정령치에서 발견되었다. 가야산, 조령 및 구례 등지에도 분포한다. 백황색 꽃이 핀다. 가는정영엉겅퀴(Cirsium chanroenicum var. lanceota Kitam.)는 지리산에 분포한다. 정영엉겅퀴에 비해 잎이 피침형 또는 선상 피침형으로 좁고 끝이 뾰족하다. 깃잎정영엉겅퀴(Cirsium chanroenicum Nakai var. pinnatifolium Y. Lee)는 지리산과 덕유산에 분포한다. 정영엉겅퀴와 흡사하나 잎의 끝이 깃 모양으로 쪼개진다. 

 

도깨비엉겅퀴(인제 대암산, 2006. 7. 9)
도깨비엉겅퀴(지리산 성제봉, 2006. 7. 23)

도깨비엉겅퀴(Cirsium schantarense Trautv. & Mey.)는 깊은 산에서 자란다. 원줄기에 홈이 파진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줄기 윗부분에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활짝 핀 꽃은 아래로 숙인다. 흰도깨비엉겅퀴(Cirsium schantarense f. albiflorum Y.N.Lee)는 백두산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피는 도깨비엉겅퀴다.

 

큰엉겅퀴(중국 화룡시 지관촌, 2012. 8. 19)

큰엉겅퀴(Cirsium pendulum Fisch. ex DC.)는 중부 이북의 주로 낮은 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1~2m이다. 덩치가 크다. 동래엉겅퀴(Cirsium toraiense Nakai Kitam.)는 동래를 비롯해서 남부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35cm 정도이다. 버들잎엉겅퀴[Cirsium lineare (Thunb.) Sch.Bip]는 서울시 중랑구, 경상북도 상주시, 경상남도 거창군, 합천군 들지에 분포한다. 잎이 버드나무 잎을 닮았다. 물엉겅퀴[Cirsium nipponicum (Maxim.) Makino]는 울릉도 성인봉 중턱에 분포한다. 키는 1~2m이다. 흰잎엉겅퀴(Cirsium vlassovianum Fisch. ex DC.)는 중부 이북에서 자란다. 잎 뒷면이 백색이다. 원줄기 밑에 회백색의 통통한 육질의 덩이뿌리가 있다. 흰꽃잎엉겅퀴(Cirsium vlassovianum f. leucanthum Kitam.)는 함경남도 개마고원에 분포한다. 흰잎엉겅퀴에 비해 꽃잎이 백색이다. 민흰잎엉겅퀴(Cirsium vlassovianum var. album Nakai)는 함경북도 송악산에 분포한다. 흰색 꽃이 핀다. 흰잎엉겅퀴에 비해 잎 뒤에 털이 없고 넓으며 줄기를 싸고 있다. 서양가시엉겅퀴[Cirsium vulgare (Savi) Ten.]는 일본에서 귀화했다. 인천 북항에서 채집되었다. 엽신의 기부로부터 흘러 내린 날개가 뚜렷하게 있으며 날개의 톱니 끝에 예리한 황백색의 가시가 있다. 카나다엉겅퀴[Cirsium arvense (L.) Scop.]는 경기도 화성, 안산 등지에 분포한다. 수평으로 5m 이상, 수직으로 2~5m 정도 자란다. 섬유상의 곁뿌리가 많다. 점봉산엉겅퀴(Cirsium zenii Nakai)는 강원도 점봉산에 분포한다. 

 

2021. 1. 21. 임 산. 2022.11.2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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