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푸른박새

林 山 2022. 1. 15. 07:18

원예에서는 녹색 꽃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자연에서도 녹색 꽃이 피는 식물을 만나기란 매우 어렵다. 왜 그럴까? 식물은 벌이나 나비 등 수분(受粉)을 매개하는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해 화사한 꽃과 향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꽃이 줄기나 잎과 같은 녹색이라면 곤충들을 유혹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녹색 꽃을 가진 식물들은 풍매화(風媒花)처럼 곤충 매개 수분이 필요없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특별히 녹색을 좋아하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는 향기라는 치명적 무기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푸른박새도 녹색 꽃이 피는 야생화다. 같은 여로속(藜蘆屬) 식물인 푸른여로도 녹색 꽃이 핀다. 꽃만 보면 푸른박새와 푸른여로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잎이 넓고 세로로 주름이 져 있으면 푸른박새, 주름이 없으면 푸른여로다.  

 

푸른박새(양평 용문산, 2006. 7. 2)

푸른박새는 백합목 백합과 여로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베라트룸 돌리코페탈룸 오토 뢰세너(Veratrum dolichopetalum O.Loes.)이다.  영어명은 롱페틀 폴스벨리보어(Long-petal false-hellebore), 일어명은 게바이케이소우(ケバイケイソウ), 중국명은 싱안리루(兴安藜芦)이다. 

 

푸른박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금강산 및 중부 이북 지방에 야생한다. 주로 산지의 습한 곳에서 자란다. 푸른박새는 유독성 식물이다. 새잎이 돋아날 때는 산마늘과 아주 비슷하다. 봄철에 산마늘로 착각하고 독초인 푸른박새를 나물로 먹고 중독된 사례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푸른박새(양평 용문산, 2006. 7. 2)

푸른박새의 근경은 굵고 짧다. 키는 1.5m까지 자란다. 잎은 크고 어긋나기한다. 잎 밑부분은 원줄기를 둘러싸고 엽초를 형성한다. 윗부분은 보통잎처럼 퍼지며 넓은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다. 중앙부의 잎은 길이 30cm, 폭 12cm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으나 많은 잎맥이 있어 주름이 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털이 있고 뒷면에 짧은 털이 산생한다.

 

꽃은 7~8월에 녹색 또는 황백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25mm이며 넓은 깔때기모양이다. 원줄기끝에서 큰 원뿔모양꽃차례가 발달한다. 화서지(花序枝)에 꽃이 총상으로 달리고, 꽃대축에는 잔털이 있다. 화피는 6장으로 가장자리는 톱니모양이다. 화피밑에는 V형의 짙은 녹색의 꿀샘이 있다. 화피의 길이는 8~17mm이다. 수술은 6개이다. 열매는 삭과로 난상 타원형이며 길이 2cm로서 3개로 갈라진다. 종자는 연한 갈색이고 날개가 있으며 반달모양이다.

 

옛날에는 가축을 토하게 할 때 푸른박새의 뿌리를 사용했다. 유기농법에서 푸른박새의 독성을 이용해서 농사용 살충제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 푸른박새는 독성이 강하므로 절대로 나물로 먹어서는 안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푸른박새의 뿌리 및 뿌리줄기를 여로(藜蘆)라 하며 약용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참여로(Veratrum nigrum L.)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여로라고 명시해 놓았다.  

 

본초학에서 여로는 용토약(涌吐藥)으로 분류된다. 용토풍담(涌吐風痰), 살충(殺蟲)의 효능이 있어 중풍담용(中風痰湧), 풍간전질(風癎癲疾), 황달, 구학(久虐), 설리(泄痢), 두통, 후비(喉痺, 후두염, 편도선염), 비식(鼻瘜), 개선(疥癬), 악창(惡瘡) 등을 치료한다. 유독성 한약재이므로 전문가인 한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복용해선 안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시용하지 않는다. 

 

푸른박새(인제 대암산, 2006. 7. 9)

푸른박새의 유사종에는 여로, 흰여로(White false-hellebore), 참여로, 푸른여로, 파란여로, 한라여로, 붉은여로(Reddish-flower false-hellebore), 삼수여로(Samsu false-hellebore, 三水藜盧), 긴잎여로(Korean meadow false-hellebore, ナガバシュロソウ), 박새(Veratrum patulum), 관모박새(산박새, 두메박새), 캘리포이나박새(California false hellebore, Corn lily) 등이 있다. 

 

여로[Veratrum maackii var. japonicum (Baker) T.Schmizu]는 전국 산지에 분포한다. 키는 40~60cm 정도이다. 잎은 좁은 피침형이며, 길이 20~35cm, 폭 3~5cm이다. 갈색 또는 자주색 꽃이 핀다. 흰여로(Veratrum versicolor Nakai, Veratrum versicolor for.albidum Nakai)는 흰색 꽃이 핀다. 참여로는 제주도, 중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자생지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희귀식물이다. 키는 1.5m 정도이다. 자주색 꽃이 핀다. 여로보다 대형이다. 푸른여로(Veratrum versicolor f. viride Nakai)는 키가 1m 정도이다. 녹색 꽃이 핀다. 파란여로[Veratrum maackii var. parviflorum (Maxim.) Hara]는 키가 50~100cm 정도이다. 자주색 또는 녹색 꽃이 핀다. 한라여로(Veratrum coreanum Loes. fil)는 한라산에 분포한다. 키는 20~30cm 정도이다. 자줏빛이 강한 꽃이 핀다. 붉은여로(Veratrum versicolor f. brunnea Nakai)는  키가 1m 정도이다. 갈색 꽃이 핀다. 삼수여로(Veratrum bohnhofii var. latifolium Nakai)는 북한 장진군과 삼수군 사이의 이승령에서 자란다. 키는  60~70cm 정도이다. 자주색 꽃이 핀다. 긴잎여로(Veratrum maackii Regel)는 강원도, 황해도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키는  50~100cm 정도이다. 잎 길이는 20~40cm, 폭 1~2.5cm 정도이다. 여로와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가 다르다. 

 

박새(Veratrum oxysepalum Turcz.)는 키가 1.5m 정도이다. 흰색 또는 노란색 꽃이 핀다. 잎은 세로로 주름이 지며, 큰 것은 길이 30cm, 폭 20cm 이상이고, 나란히 맥이 있다. 황백색 꽃이 핀다. 관모박새(Veratrum alpestre Nakai)는 함경남도 관모봉의 해발 2,400~2,500m 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50~60cm 정도이다. 박새와 비슷하다. 노란색 꽃이 핀다. 캘리포니아나박새(Veratrum californicum Durand)는 미국 서부와 멕시코가 원산지이다. 흰색 또는 녹색 꽃이 핀다.

2022. 1. 1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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