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조뱅이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林 山 2022. 1. 27. 15:51

산으로 들로 다니다 보면 지칭개인 듯, 엉겅퀴인 듯, 뻐국채인 듯, 산비장이인 듯하면서도 지칭개도, 엉겅퀴도, 뻐꾹채도, 산비장이도 아닌 야생화가 있다. 바로 조뱅이다. 조뱅이라는 이름도 독특하다. 

 

15세기에 나온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에는 엉겅퀴를 한자명 대계(大薊), 조뱅이를 소계(小薊)로 기록하고, 각각 한글명 한가싀, 조방가싀(曺方居塞)로 번역하고 있다. '대(大, 크다)'는 '한', '소(小, 작다)는 '조방(曺方)'에 대응되는 말이다. '계(薊)'는 ‘굳은 가시’를 뜻한다. 아까시나무 등 목본 식물의 가시를 뜻하는 자(刺)와는 의미가 다소 다르다. '조방가싀'는 ‘조방’과 ‘가싀’의 합성어로 조방가싀-조방가시-조방이-조뱅이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조뱅이(영월 한오봉 달운골, 2007. 5. 20)

 

조뱅이는 초롱꽃목 국화과 조뱅이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브리아 세게타 에프. 세게타 (빌데노브) 기타무라[Breea segeta f. segeta (Willd.) Kitam.]이다. 속명 '브리아(Breea)'는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신학자인 윌리엄 토머스 브리(William Thomas Bree, 1787~1863)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세게타(segeta)'는 '(금속 절단용) 쇠톱(hacksaw)'을 뜻하는 포르투갈어다.  '활톱(bow saw)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세라 데 아르꼬(serra de arco)'와 동의어(同義語)다. '폼(f.)'은 'form'의 약자로 품종을 뜻한다.

 

'빌데노브(Willd.)'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약사, 식물분류학자인 카를 루트비히 빌데노브(Carl Ludwig Willdenow, 1765~1812)이다. 빌데노브는 식물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식물지리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기타무라(Kitam)'는 국화과 식물 연구로 유명한 일본의 기타무라 시로(北村四郞, 1906~2002)이다.

 

조뱅이의 영어명은 크리핑 씨슬(Creeping thistle), 중국명은 샤오지(小薊), 일어명은 아레지아자미(アレジアザミ)이다. 조뱅이를 조바리, 조빼이, 조방가새, 자라귀, 자리귀, 조병이, 자계채(刺薊菜), 야홍화(野紅花), 청자계(靑刺薊)라고도 한다. 꽃말은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이다. 

 

조뱅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동북지방,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산과 들에 야생한다. 밭둑이나 빈터, 평지의 길가, 산기슭의 건조지에서 자란다.

 

조뱅이의 근경은 길고 가로 뻗으면서 번식하여 군집을 이룬다. 키는 높이 25~5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에는 줄이 있고 자줏빛을 띠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적게 갈라지고 거미줄털이 있거나 없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 시든다. 줄기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에 끝이 둔하고 밑부분이 좁다. 잎 길이는 7~10cm로서 가장자리에 작은 가시가 있다. 윗부분의 잎은 엽병이 없으며, 밑부분이 둥글고 거미줄같은 백색 털이 약간 있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끝에 가시가 달린 치아모양톱니가 있고, 작은 자모(刺毛)가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작아진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5~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3cm 정도이다. 꽃은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달린다. 총포는 종형이며 지름 25mm로서 수꽃의 것은 길이 18mm이다. 암꽃의 것은 길이 23mm이고 백색 털로 덮여 있다. 포편은 8줄로 배열되며 외편이 가장 짧다. 중편은 피침형으로서 가시처럼 뾰족하며 끝부분이 흑색이다. 꽃부리는 자주색이다. 수꽃 꽃부리는 길이 17~20mm, 암꽃 꽃부리는 길이 26mm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타원형 또는 달걀모양으로서 길이 3mm정도이며 털이 없다. 8~9월에 익는다. 관모는 길이 28mm이다.

 

흰조뱅이(단양 옥순봉, 2006. 6. 4)

 

조뱅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어린순을 데쳐서 된장이나 간장에 무치거나 볶아 먹기도 한다.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녹즙이나 차로 먹는다. 열매는 잼을 만들어 먹는다. 염료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조뱅이의 전초(全草) 또는 뿌리를 소계(小薊)라고 한다. 본초학에서 소계는 청열약(淸熱藥) 중 양혈지혈약(凉血止血藥)으로 분류된다. 양혈지혈, 거어(祛瘀)의 효능이 있어 토혈(吐血), 비출혈(鼻出血), 뇨혈(尿血), 혈림(血淋), 변혈(便血), 혈붕(血崩), 급성전염성 간염, 창상출혈(創傷出血), 정창(疔瘡), 옹독(癰毒)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소계보다는 주로 대계를 많이 사용한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소계(小薊, 조뱅이)에 대해 '성질은 서늘하고 독이 없다. 열독풍을 낫게 하고 오래된 어혈을 헤치며[破] 출혈을 멎게 하고 갑자기 피를 쏟거나 혈붕(血崩), 쇠붙이에 다쳐 피가 나오는 것을 멈춘다. 거미, 뱀, 전갈의 독을 풀어 준다. ○ 엉겅퀴나 조뱅이는 다 같이 어혈을 헤치는데 다만 조뱅이는 힘이 약하므로 부은 것을 잘 삭히지 못한다. ○ 엉겅퀴나 조뱅이는 다 비슷한데 다만 엉겅퀴는 키가 3~4자가 되고 잎사귀는 쭈글쭈글하며, 조뱅이는 키가 1자쯤 되고 잎이 쭈글어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다르므로 효과도 다르다. 엉겅퀴는 어혈을 헤치는 이외에 옹종을 낫게 하고 조뱅이는 주로 혈병에만 쓴다. 일명 자계(刺薊)라고도 한다[본초].'고 나와 있다. 

 

조뱅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조뱅이의 유사종에는 큰조뱅이(Big breea), 흰조뱅이 등이 있다. 큰조뱅이[Breea setosa (Willd.) Kitam.]는 함남 혜산진에 분포한다. 키는  50~180cm 정도이다. 조뱅이보다 식물체가 크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 가장자리가 갈라진다. 흰조뱅이[Breea segeta f. lactiflora (Nakai) W.T.Lee]는 흰색 꽃이 핀다.

 

2022. 1. 27. 林 山. 2022.12.2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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