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가지

林 山 2022. 1. 28. 15:18

가지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토마토나 감자 꽃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가지와 토마토, 감자의 꽃은 색은 다르지만 꽃의 구조나 생김새가 똑닮았다. 왜 그럴까?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세 가지는 사실 같은 가지과(科)로 친척간이기 때문이다. 가지와 감자는 더 가까운 같은 가지속(屬)으로 사촌간이기도 하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식물 세상이다.  

 

가지에 얽힌 옛날 이야기가 전해온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방귀를 잘 뀌는 며느리가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는는 방귀를 막기 위해 잠들기 전 항문에 가지를 끼워 두었다. 바로 그날 밤이었다. 도둑이 그 집에 들어와 부엌의 가마솥을 훔쳐 나가려고 할 때 며느리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방귀가 큰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며 가지가 총알처럼 튕겨 날아갔다. 방귀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도둑은 기절초풍해서 가마솥을 내던지고 달아났다는 이야기다.   

 

가지 꽃(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2021. 8. 14)

가지는 통화식물목 가지과 가지속의 한해살이풀이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솔라눔 멜롱게나 린네(Solanum melongena L.)이다. 영어명은 에그플랜트(Eggplant, 영국) 또는 오버진(Aubergine, 미국), 브린즐(Brinjal, 인도, 남아공)이다. 일어명은 나스(ナス, なす, 茄子, 茄) 또는 나스비(なすび)이다. 중국명은 치에즈(茄子) 또는 아이과(矮瓜), 뤄수(落苏)이다. 불어명은 메롱젠(melongène), 이탈리아어명은 멜라자네(melanzane), 스페인어명은 베렌헤나(berenjena)이다. 타이어명은 마쿠아야오(makuayao), 필리핀어명은 딸롱(talong),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어명은 떼롱(terong)이다. 꽃말은 '진실'이다.

 

가지의 원산지는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로 알려져 있다. 가지는 아라비아와 페르시아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에 전해졌다. 17세기 이후 가지는 유럽 남부, 지중해 지역에서 즐겨 이용하는 채소가 되었다. 현재는 열대에서 전 세계 온대 지방에 걸쳐 가지를 재배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가지 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9. 30)

베이송(北宋)의 쓰마광(司馬光)이 지은 '즈지통졘(資治通鑑)'에는 한(漢)나라 때 이미 가지를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가지는 1~2세기 무렵 인도에서 티베트를 넘어 중국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탕(唐)나라 때의 문헌인 '여우양자주(酉陽雜俎)'와 송나라 때 문헌인 '뻰차오옌이(本草衍義)'를 인용하여, 신라에서 재배되는 가지는 꼭지가 길쭉하고 끝은 달걀모양인데, 맛이 좋아서 중국에서도 수입해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밍(明)나라 때 의학서인 '이쉬에루먼(醫學入門)'을 인용하여 '신라에서 나는 가지는 약간 반들반들하면서 연한 자줏빛이 나고 꼭지가 길며 맛이 달다. 이것은 이미 중국에 널리 퍼졌으나 몸에는 이로운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약효도 없다'는 기록있다. 이 기록으로 미루어 가지는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도 집에서 가지를 재배하여 날로 먹거나 삶아먹는다는 내용의 시가 있다.

 

가지(충주시 연수동 아이파크 상가, 2021. 10. 12)

가지의 키는 약 60~100cm이다. 줄기 전체에는 회색 성모(星毛)가 밀포한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긴 엽병이 있고 난상 타원형이다. 잎 길이는 15~35cm 정도이다. 잎 끝은 뾰족하거나 둔하고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지만 다소 물결모양으로 되며 좌우가 같지 않다.

 

꽃은 6~9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마디사이의 중앙에서 화경이 나와 소수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은 종모양으로 보통 자주색이고 5개로 깊게 갈라진다. 열편은 피침형으로 자모(刺毛)가 있다. 꽃부리는 얕은 술잔모양이며 지름 3cm 정도로서 끝이 5개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진다. 수술은 5개, 꽃밥은 황색이다. 1개의 화경 중에서 밑부분의 것만 성숙하지만 품종에 따라서는 여러 개가 모두 성숙하는 것도 있다. 보통 흑자색이며 형태는 품종에 따라서 각각 다르다. 열매는 장과로서 보통은 흑색이지만 종류에 따라서 홍자색, 자색, 백색, 녹백색을 이룬다.

 

가지 꽃(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10. 31)

가지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채소이다. 가지를 재료로 하는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지로는 무침이나 절임, 구이, 볶음, 조림, 튀김 등 온갖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가지소박이도 담근다. 가지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파스타, 스테이크 등에 곁들여 먹거나 삼겹살을 구울 때 버섯 대신 사용해도 좋다. 가지마파두부, 가지치즈오븐구이, 차돌가지볶음, 가지된장덮밥 등의 요리도 개발되었다. 식빵 위에 구운 가지를 올려 만든 가지 카나페도 있다. 가지구이에 모차렐라 치즈와 옥수수를 올려 만든 요리는 디저트로 좋다. 햄, 양파 등과 함께 잘게 다져 넣은 리조또, 가지를 구워 치즈와 토마토 소스를 올려 만든 라자냐 등도 있다. 중국 요리 중 가지탕수육도 인기 메뉴다. 지중해 지역 요리의 주원료인 가지는 그리스의 무사카(moussaka), 이탈리아의 가지 파르미자나(eggplant parmigiana), 중동의 양념인 바바 가노우시(baba ganoush) 등과 같은 요리에 많이 쓰인다. 

 

가지의 보라색에 많이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의 단백질 성분과 가지의 칼륨 성분을 함께 섭취하면 고혈압 예방에 좋다고 한다.

 

가지(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11. 9)

가지의 열매는 가자(茄子), 뿌리는 가근(茄根), 잎은 헛잎, 꽃은 가화(茄花), 숙존악(宿存萼)은 가체라 하며 약용한다. 가자는 청열(淸熱), 활혈지통(活血止痛),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장풍하혈(腸風下血), 열독(熱毒)에 의한 창옹(瘡癰), 피부의 궤양 등을 치료한다. 가근은 구리(久痢)와 혈변, 각기(脚氣), 치통(齒痛), 동창(凍瘡) 등을 치료한다. 헛잎은 산혈소종(散血消腫)의 효능이 있어 혈림(血淋), 혈리(血痢), 장풍하혈, 옹종(癰腫), 동상(凍傷), 하혈 등을 치료한다. 가화는 도창상(刀槍傷), 치통 등을 치료한다. 가체는 장풍하혈, 옹저종독(癰疽腫毒), 구내염(口內炎), 치통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가자를 비롯해서 가근, 가화, 헛잎, 가체를 거의 안 쓴다. 

 

가자(茄子)는 '동의보감' <탕액편 : 나무>에 나오는 가자(訶子)와는 전혀 다른 한약재다. 본초학에서 수삽약(收澀藥)에 속하는 가자(訶子)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수재되어 있다. 하지만, 가자(茄子)는 수재되어 있지 않다. 

 

가지 꽃 (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11. 19)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가자(茄子, 가지)에 대해 '성질이 차고[寒] 맛이 달며[甘] 독이 없다.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5장허로와 전시노채[傳尸勞]를 치료한다. ○ 밭에 심어서 먹는데 일명 낙소(落蘇)라고도 한다. 기를 동하게 하여 고질병이 생기게 하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가지의 종류에는 자줏빛가지, 누런 가지가 있는데 남북 지방에 다 있다. 푸른 물가지나 흰 가지는 북쪽에만 있다. 약으로는 흔히 누런 가지를 쓴다. 그밖의 가지는 오직 채소로만 먹는다[본초]. ○ 신라에서 나는 한 가지 종류는 약간 반들반들하면서 연한 자줏빛이 나고 꼭지가 길며 맛이 달다. 이것은 이미 중국에 널리 퍼졌으나 몸에는 이로운 것이 아무 것도 없고 약효도 없다[입문].'고 나와 있다. 근급고경엽(根及枯莖葉, 가지의 뿌리와 마른 줄기와 잎)에 대해서는 '얼어서 헌데가 생긴 것을 치료한다. 달여서 그 물에 담그고 씻는다[본초].'고 나와 있다. 

 

'약이 되는 열대과일'에는 가지에 대해 '가지 열매는 장염이나 간경화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유선염에도 좋다. 일본 연구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가지는 탄 음식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브로콜리나 시금치보다도 2배 가량 높다. 또한 비타민 함량도 높아 세포의 스트레스를 없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줘 만성피로에도 효과가 있으며 꾸준히 섭취하면 체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2022. 1. 2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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