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개미취

林 山 2022. 2. 14. 18:24

노루귀나 매발톱, 병아리풀, 제비꽃, 까치수영 등 동물이나 곤충의 이름을 붙인 식물들이 있다. 개미취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개미취의 잎이나 줄기, 꽃을 보면 개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개미취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자. 먼저, 개미취는 개미(蟻)+취(나물)의 합성어로 꽃자루에 개미가 붙어 있는 것처럼 작은 털이 있고 나물로 식용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설은 꽃자루에 있는 작은 털의 모습이 전혀 개미와 비슷하지 않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두 번째는 개미가 곤충이 아니라 연줄을 질기고 세게 만들기 위하여 실에 먹이는 물질이라는 설이다. 부레풀에 사기나 유리 가루를 타서 끓인 것을 연줄에 먹이면 굉장히 강해지는데 이를 개미라고 한다. 꽃자루에 붙어 있는 작은 털의 모습이 연줄에 먹인 이 개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개미취의 '개'가 개울의 '개'와 같은 뜻이라는 설이다. 습한 지역에서 사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개'를 붙여 개미취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설은 다소 견강부회 (牽强附會)가 아닌가 한다. 

 

네 번째는 개미취의 뿌리를 장아찌로 만들기 위해 초간장에 절여놓은 놓은 모습이 곤충 개미와 비슷하다는 설이다. 초간장에 절인 모습이 개미 같고, 어린순을 나물로 이용하기 때문에 개미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설들을 검토해보면 네 번째 설이 가장 그럴 듯하다.   

 

개미취(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개미취는 초롱꽃목 국화과 참취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애스터 타타리쿠스 린네 더 영거(Aster tataricus L.f.)이다. 영어명은 타테어리언 애스터(Tatarian Aster)이다. 중국명은 '자주색의 꽃이 무성하게 핀다'는 뜻의 즈완(紫菀) 또는 '자주색의 꽃이 동산처럼 핀다'는 뜻의 즈위안(紫苑), '혼을 돌아오게 하는 풀'이라는 뜻의 판훈차오(返魂草)이다. 일본명은 한자명을 음역한 시온(シヲン, しおん 紫菀, 紫苑)이다. 중국명과 일본명은 우리말 이름 개미취와는 관련이 전혀 없다. 개미취를 탱알, 자원(紫苑), 산백채(山白菜) 협판채(夾板菜), 자영(紫英), 야견우(夜牽牛), 들개미취, 애기개미취라고도 한다. 꽃말은 '추억, 추상, 너를 잊지 않으리. 이별, 기억, 먼 곳의 벗을 그리워하다'이다. 

 

개미취의 원산지는 아시아이다.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깊은 산에서 자란다. 햇볕이 잘 드는 계곡 주변이나 풀밭에 다른 잡초들과 섞여서 자란다. 

 

개미취의 근경은 짧으며 옆으로 길게 뻗으면서 마디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키는 1~1.5m까지 자란다. 중부지방 야생종이나 재배종은 2m까지 자란다. 줄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짧은 털이 있다. 근생엽은 꽃이 필 때쯤 없어진다. 밑부분은 점차 좁아져서 엽병의 날개로 되고, 양면에 짧은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에 예두 원저이며 흔히 엽병으로 흘러 날개처럼 된다. 잎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엽병은 위로 가면서 작아지다가 거의 없어진다.

 

꽃은 7~10월에 연자주색 또는 연보라색으로 핀다. 울릉도 자생종의 개화시기는 10월 중순~11월 중순이다. 꽃 지름은 2.5~3.3cm이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꽃이 달린다. 화경은 길이 1.5~5cm로서 짧은 털이 밀생한다. 총포는 반구형으로서 길이 7mm, 나비 13~15mm이다. 포는 3줄로 배열되고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며 짧은 털이 있고 가장자리가 건막질이다. 혀꽃은 길이 16~17mm, 나비 3~3.5mm로서 담자색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길이 3mm 정도로서 털이 있다. 관모는 길이 6mm 정도이다. 종자는 10~11월에 성숙한다.

 

개미취는 조경용 소재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척박지 녹화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절화용 소재로 개발이 가능하다. 개미취의 어린순은 맛과 향이 뛰어난 나물이다. 연한 잎과 순을 나물로 데쳐 먹고, 말려서 묵나물로도 이용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개미취와 좀개미취의 뿌리 및 근경(根莖)을 본초명 자완이라고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개미취만을 자완으로 수재하고 있다. 본초학에서 지완은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 가운데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으로 분류된다. 윤폐하기(潤肺下氣), 화담지해(化痰止咳)의 효능이 있어 풍한(風寒)에 의한 해수(咳嗽), 천식(喘息), 허로(虛勞)에 의한 기침으로 농혈(膿血)을 토하는 증상, 후비(喉痺), 소변불통(小便不通) 등을 치료한다. 자완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는 자완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평(平)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고 매우며[苦辛] 독이 없다. 폐위(肺痿)로 피를 토하는 것을 낫게 하고 담을 삭이며 갈증을 멎게 하고 기침하면서 기가 치미는 것, 기침할 때 피고름을 뱉는 것,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것, 기가 몰리는 것을 낫게 한다. 피부를 윤택하게 하며 골수(骨髓)를 보태어 주고 위벽증(痿躄證)을 낫게 한다. ○ 들과 벌판에서 자라고 이른 봄에 돋아나서 땅에 퍼진다. 그 잎은 3`4개씩 잇닿아 나고 음력 5~6월에 누른 자줏빛과 흰색의 꽃이 핀다. 흰털이 있으며 뿌리는 아주 부드럽고 가늘다. 음력 2월, 3월에 뿌리를 캐 그늘에서 말리는데 자줏빛이 나면서 눅진눅진하고[潤] 연한[軟] 것이 좋다[본초]. ○ 또 백원(白苑)이 있는데 즉 여원(女苑 )이다. 낫는 효과가 서로 같으므로 자원이 없을 때는 쓸 수 있다[본초]. ○ 일명 반혼초(返魂草)라고도 하는데 꿀물에 담갔다가 약한 불기운에 말려 쓴다[입문].'고 설명하고 있다. 

 

개미취의 유사종에는 좀개미취, 벌개미취(Montane aster), 갯개미취(Michaelmas daisy) 등이 있다. 좀개미취(Aster maackii Regel)는 오대산 계곡, 정선 냇가 근처에 자생한다. 개미취에 비해 잎이 좁고 키도 작다. 꽃은 개미취보다 크고 화려하다. 희귀식물이다. 벌개미취(Aster koraiensis Nakai)는 경기, 전남, 경상, 충청도에 분포한다. 키는 60~100cm 정도이다. 꽃은 6~10월에 담자색으로 핀다. 꽃의 지름은 4~5cm이다. 잎은 긴타원모양으로 길이 12~19cm이다. 갯개미취(Aster tripolium L.)는 전국의 바닷가에 분포한다. 줄기 잎은 엽병이 없으며 선상 피침형에 끝이 뾰족하다. 잎 길이는 6.5~10cm, 나비 6~12mm이다. 밑부분이 반 정도 원줄기를 감싸고 가장자리가 거의 밋밋하다. 꽃은 9~10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2022. 2. 14.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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