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자생하는 현호색속(玄胡索屬, Corydalis) 식물들은 대개 봄철에 꽃이 핀다. 그런데, 현호색속 식물 중에서 가을에 꽃이 피는 종이 있다. 바로 눈괴불주머니다. 눈괴불주머니는 다른 현호색속 식물들과는 달리 가을에만 꽃이 핀다.
괴불 또는 괴불주머니는 옛날 어린아이의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를 고양이의 음낭에 비유하여 이르던 말이다. 오색 비단 헝겊에 여러 가지 모양의 수를 놓아 만든 노리개를 괴불주머니라고 했다. 옛날에는 부녀자나 어린이들이 빨강, 노랑, 파랑색을 한 벌로 하여 주머니끈 끝에 달고 다녔다. 고양이의 음낭과 비슷한 노리개를 닮았다고 해서 괴불주머니, 식물체가 누운 모양이라고 하여 눈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었다.
'야생화백과사전'은 괴불주머니의 이름 유래에 대해 '괴불은 오래된 연뿌리에 나는 열매를 말하며, 이것이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알려져 있다. 꽃 모양이 꼭 이 괴불주머니를 닮아 괴불주머니라고 하며, 이것이 누워 있다고 해서 눈괴불주머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눈괴불주머니는 양귀비목 현호색과 현호색속의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코리달리스 오코텐시스 투르크자니노(Corydalis ochotensis Turcz.)이다. 영어명은 프라스트레이트 코리달리스(Prostrate corydalis)이다. 중국명은 황즈진(黄紫堇) 또는 슈화황진(疏花黄菫)이고, 이명에는 황롱퉈챠오(黄龙脱壳), 치차오(气草) 등이 있다. 일본명은 쯔루케만(ツルケマン, つるけまん, 蔓華鬘), 별명은 쯔루키케만(ツルキケマン, つるきけまん, 蔓黄華鬘)이다. 눈괴불주머니를 누운괴불주머니, 눈뿔꽃, 덩굴괴불주머니, 개현호색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보물주머니'이다.
눈괴불주머니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러시아 극동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생한다. 주로 산골짜기의 개울가나 숲 가장자리의 습지에서 자란다.
눈괴불주머니의 뿌리는 땅속에 원뿌리가 있다. 키는 6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모가 지고 능선이 있다. 전체에 분백색이 돌며,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엉킨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고 삼각형이다. 잎의 길이와 나비는 7~12cm로서 2~3회 3출엽이다. 최종소엽은 흔히 3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편은 긴 타원형 또는 거꿀달걀모양이며, 길이 10~15mm, 나비 5~10mm로서 끝이 둥글고 엽병에 날개가 있다.
꽃은 7~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의 길이는 15~20mm이다. 10여개의 순형화(脣形花)가 줄기나 가지 끝에 한쪽 옆을 향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포는 달걀모양 또는 넓은 달걀모양이고, 나비 3~10mm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자루는 길이 4~7mm이다. 꽃받침조각은 길이 1mm 가량이며 막질이다. 꽃잎은 4개로 순형(脣形)에 거(距)가 있다. 수술은 6개이고, 암술머리는 4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긴 거꿀달걀모양이고, 길이 12~15mm, 넓이 3.5~4.5mm이며 7월부터 성숙한다. 종자는 흑색으로 2줄로 배열되고, 광택이 나며 밋밋하다.
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의 뿌리를 국화황련(菊花黃連)이라고 한다. 청열해독(淸熱解毒), 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 옹창(癰瘡), 열절(熱癤), 무명종독(無名腫毒), 풍화안통((風火眼痛, 급성결막염) 등을 치료한다. '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에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이 일어난다.'고 되어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국화황련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눈괴불주머니의 유사종에는 괴불주머니, 가는괴불주머니(Dissected-leaf yellow corydalis), 산괴불주머니(Beautiful corydalis, エゾキケマン), 선괴불주머니(Upright yellow corydalis), 염주괴불주머니(Beaded yellow corydalis, 갯현호색), 갯괴불주머니(Seashore yellow corydalis), 자주괴불주머니(Incised corydalis, 자근), 흰자주괴불주머니, 큰괴불주머니 등이 있다.
괴불주머니[Corydalis pallida (Thunb.) Pers.]는 꽃이 4~7월에 핀다. 화관의 끝은 짧게 뾰족하고 흰빛이 도는 노란색이다. 가는괴불주머니(Corydalis raddeana Regel)는 키가 1m 이상으로 자란다. 꽃은 7~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삭과가 눈괴불주머니보다 작다. 삭과의 나비는 2~2.5mm이다. 산괴불주머니(Corydalis speciosa Maxim.)는 꽃이 4~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삭과는 길이 2~3cm이며, 염주같이 잘록하게 10~15개의 마디가 생기고, 마디마다 종자가 있다. 이른 봄 줄기 끝에서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여름이면 시든다. 어린 싹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지면에 바짝 붙어 지내는 강인한 식물이다. 선괴불주머니(Corydalis pauciovulata Ohwi)는 꽃이 7~9월에 피고 노란색이며 붉은 점이 있다. 줄기와 가지가 서는 특징이 있다. 염주괴불주머니(Corydalis heterocarpa Siebold & Zucc.)는 바닷가에서 자란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삭과는 넓은 선형이며 길이 25~35mm, 지름 3~4mm이고 염주처럼 잘록잘록하다. 종자는 흑색이고 1줄로 배열되며 돌기가 밀생한다. 전체가 분백색이며, 자르면 불쾌한 냄새가 난다. 갯괴불주머니[Corydalis platycarpa (Maxim.) Makino]는 울릉도에 분포한다. 삭과는 길이 2cm, 지름 3~4mm로서 거의 염주모양으로 되지 않으며, 종자가 2줄 또는 거의 2줄로 배열된다. 자주괴불주머니[Corydalis incisa (Thunb.) Pers.]는 제주도, 전라도 및 함북의 산지에 분포한다. 꽃은 5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흰자주괴불주머니(Corydalis incisa f. albiflora Y.N.Lee)는 자주괴불주머니와 분포지가 같다. 자주괴불주머니와 비슷하나 흰색 꽃이 피는 것이 다르다. 큰괴불주머니(Corydalis gigantea Trautv. & Meyer)는 함남의 부전고원, 노봉, 동백산 등지에 분포한다.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1.5m가지 자란다. 꽃은 6∼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2022. 2. 16.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