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川芎)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한약재 가운데 하나다. 보혈제(補血劑) 중 대표적인 처방이 사물탕(四物湯)이다. 사물탕의 처방은 숙지황(熟地黃), 당귀(當歸), 백작약(白芍藥), 천궁 등 4가지 한약재로 구성된다. 임신부의 순산(順産)과, 출산 후 오로(惡露)의 배출을 돕는 명약 궁귀탕(芎歸湯)에도 당귀와 함께 천궁이 중요한 한약재로 들어간다. 그래서, 궁귀탕을 부처님 손이 아기와 산모를 보살피듯 순산을 돕는다는 뜻에서 불수산(佛手散)이라고도 한다. 천궁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약재이기도 하다.
천궁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나온다. '뻰차오강무'에 '芎本作营, 名義未詳. 或云 人頭穹窿窮高, 天之象也. 此藥上行, 專治頭腦 諸疾, 故有芎藭之名(芎궁은 본래 营영이라 쓰지만 그 이름의 뜻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사람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은 것처럼 하늘의 형상이라고 했다. 이 약은 위로 올라가 오로지 머리의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므로 궁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옛 문헌에서는 천궁(川芎)과 궁궁(芎窮)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나는 궁궁이가 가장 품질이 좋고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쓰촨성(川)에서 나는 궁궁이(芎)를 천궁(川芎)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천궁은 천궁속(Cnidium), 궁궁이는 당귀속(Angelica)으로 속(屬)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천궁은 산형화목 산형과 천궁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크니디움 오피시날레 마키노(Cnidium officinale Makino)이다. 영어명은 크니디움 오피시날레(Cnidium officinale), 일어명은 센큐우(センキュウ, せんきゅう, 川芎), 중국명은 촨숑(川芎)이다. 천궁이라는 이름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일하다. 천궁을 궁궁(芎藭), 천궁이, 참천궁, 서궁(西芎), 향과(香果), 사휴초(蛇休草)라고도 한다. 꽃말은 '외로움'이다.
천궁은 중국 쓰촨성(四川省)이 원산지이다.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약용 식물로 재배한다. 천궁은 강원도 영월에서 재배한 것이 유명하다.
천궁의 근경은 비대하며 약간 염주상(念珠狀)이다. 뿌리에는 강한 방향(芳香)이 있다. 키는 30~60cm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2회 우상복엽이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다. 줄기잎은 위로 갈수록 점차 작아지며 밑부분이 엽초로 되어 원줄기를 감싼다. 소엽은 달걀모양 또는 피침형으로서 결각상의 톱니와 더불어 예리한 톱니가 있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겹우산모양꽃차례로 줄기끝이나 가지끝에 정생한다. 총산경(總傘梗)은 10개 내외이고, 소산경은 15개이다. 총포와 소총포는 각각 5~6개이고 선형이다. 꽃부리는 소형이며 꽃잎은 5개이고 안으로 굽는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고, 1개의 씨방이 있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며 성숙하지 않는다. 결실하지 않으므로 뿌리를 나누어서 번식시킨다.
천궁은 민물 낚시를 할 때 미끼나 밑밥으로 쓰기도 한다. 천궁을 미끼로 쓰면 많은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한다. 천궁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죽어가는 소나무 뿌리에 천궁 삶은 물을 주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민간에서는 천궁을 옷장에 넣어두어 좀을 예방한다.
천궁의 근경을 본초명 천궁(川芎)이라고 한다. 천궁은 본초학에서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으로 분류된다. 활혈거어약 중 제일의 한약재다. 활혈행기(活血行氣), 거풍지통(祛風止痛)의 효능이 있어 월경부조(月經不調), 경폐통경(經閉痛經), 징가복통(癥瘕腹痛), 산후어조괴통(産後瘀阻塊痛), 흉협자통(胸脇刺痛), 협복동통(脇腹疼痛), 질타종통(跌打腫痛), 두통(頭痛), 풍습비통(風濕痺痛), 풍냉(風冷)으로 인한 두통선운(頭痛旋暈), 한사(寒邪)에 의한 근육 마비, 난산, 옹저창양(癰疽瘡瘍) 등을 치료한다. 천궁은 두통을 치료라는 데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약재다. 한의사들이 약장에 반드시 갖춰놓아야 하는 한약재이기도 하다.
천궁의 유사종에는 벌사상자(Common cnidium, オカゼリ), 갯사상자(Seashore snowparsley) 등이 있다. 벌사상자[Cnidium monnieri (L.) Cusson]는 키가 1m에 달한다. 줄기 밑부분은 때때로 자줏빛을 띠고 털이 있다. 줄기 윗부분은 털이 없고 가지를 치며, 속이 비고 세로로 능선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삼각상 달걀모양이고, 3회 우상으로 잘게 갈라지며 최종열편은 선형이다. 꽃은 6~7월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갯사상자(Cnidium japonicum Miq.)는 키가 10~30cm이다. 줄기는 비스듬히 자라고 종선이 있으며 전체에 털이 없다. 근생엽은 엽병이 길고 한군데에서 여러 대가 나와 지상으로 처지며, 줄기잎은 엽초가 줄기를 약간 감싼다. 꽃은 8월에 흰색으로 핀다. 긴 산경끝에 10여개의 소산화서가 달리는 겹우산모양꽃차례이다.
'동의보감' <탕액편 : 풀>에 수재된 궁궁이는 천궁에 대한 설명이다. 동의보감은 천궁에 대해 '성질은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모든 풍병, 기병, 노손(勞損), 혈병 등을 치료한다. 오래된 어혈을 헤치며 피를 생겨나게 하고 피를 토하는 것, 코피, 피오줌, 피똥 등을 멎게 한다. 풍한사가 뇌에 들어가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나는 것을 낫게 하며 명치 밑과 옆구리가 냉으로 아픈 것을 치료한다. ○ 어느 곳에나 다 심는다. 음력 3월, 9월에 뿌리를 캐어 볕에 말린다. 오직 죽은 것은 덩이져 무거우면서 속이 딴딴하고 참새골(雀腦)처럼 생겼다. 이것을 작뇌궁(雀腦芎)이라 하는데 제일 약효가 좋다[본초]. ○ 수, 족궐음경, 소양경에 들어가는 본경 약(本經藥)이다. 혈허로 일체 두통을 치료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간경(肝經)의 풍사(風邪)를 헤친다. ○ 관궁(貫芎)은 소양경 두통이 심한 것을 낫게 한다. 또한 약 기운이 위로는 머리와 눈에 가고 아래로는 자궁에까지 간다. 두면풍을 치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정수리와 속골이 아픈 데는 반드시 궁궁이를 써야 한다[탕액]. ○ 무궁(蕪芎)은 싹이 돋아나는 대가리가 적은 것인데 약 힘이 위[上]로 가므로 몰린 것을 잘 흩어지게 한다. 작뇌궁과 효력이 같다[단심]. ○ 궁궁이 한 가지만 먹거나 오랫동안 먹으면 진기(眞氣)가 흩어지는데 혹 갑자기 죽게도 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다른 약을 좌사약으로 써야 한다. 골증열이 나거나 땀이 많은 사람은 더욱 오랫동안 먹지 말아야 한다[본초]. ○ 크게 덩어리가 지고 빛이 희며 기름기가 없는 것이 좋은 것이다[본초].'고 나와 있다.
'동의보감'은 또 미무(蘼蕪, 천궁싹)에 대해 '일명 강리(江籬)라고도 하는데 즉 궁궁이싹이다. 풍사, 두풍, 눈이 아찔한 것[目眩] 등을 치료하며 사기(邪氣), 악기(惡氣)를 물리치고 고독을 없애며 3충을 죽인다. 음력 4월, 5월에 잎을 따서 볕에 말린다[본초].'고 설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궁궁이와 천궁을 구별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 2. 19.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