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궁궁이(芎窮)

林 山 2022. 2. 18. 17:42

궁궁이(芎窮)는 깊은 산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야생화 가운데 하나다. 궁궁이를 볼 때마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궁궁이는 '궁궁(芎窮)'에 접미사 '이'가 붙은 합성어다.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 '芎本作营, 名義未詳. 或云 人頭穹窿窮高, 天之象也. 此藥上行, 專治頭腦 諸疾, 故有芎藭之名(芎궁은 본래 营영이라 쓰지만 그 이름의 뜻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사람의 머리가 하늘 높이 솟은 것처럼 하늘의 형상이라고 했다. 이 약은 위로 올라가 오로지 머리의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므로 궁궁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궁궁(芎窮)은 활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모습을 나타내며, 약성이 주로 사람의 머리를 치료하는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옛 문헌에서는 궁궁(芎窮)과 천궁(川芎)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나는 궁궁이가 가장 품질이 좋고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쓰촨성(川)에서 나는 궁궁이(芎)를 천궁(芎)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궁궁이는 당귀속(Angelica), 천궁은 천궁속(Cnidium)으로 속(屬)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궁궁이(청옥산 중봉계곡, 2013. 9. 1)

궁궁이는 산형화목 산형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앤젤리카 폴리모파 막시모비치(Angelica polymorpha Maxim.)이다. 영어명은 앤젤리카 폴리모파(Angelica polymorpha) 또는 폴리모픽 앤젤리카(polymorphic-angelica)이다. 일어명은 시라네센큐우(シラネセンキュウ, しらねせんきゅう, 白根川芎), 이명에는 스즈카제리(スズカゼリ)가 있다. 중국명은 꽈이친(拐芹), 이명에는 샤오예친(小叶芹), 샹두훠(香独活), 시당구이(西当归), 쯔진샤(紫金砂, 紫金沙), 꽈이친당구이(拐芹当归), 두훠(独活), 쯔간친(紫杆芹), 샨숑(山芎), 시숑(西芎), 따오거우친(倒钩琴), 샨두훠(山独活), 당구이(当归), 바이근두훠(白根独活), 따오거우친(倒钩芹), 꽈이즈친(拐子芹), 꽈이즈친당구이(拐子芹当归), 뚜어싱당구이(多型当归), 쯔간친(紫秆芹), 샨친차이(山芹菜) 등이 있다. 궁궁이를 산궁궁이, 도랑대, 천궁(川芎), 토천궁, 심산천궁, 백봉천궁, 두궁(杜芎), 경궁(京芎), 향과(香果), 사휴초(蛇休草)라고도 한다. 북한명은 백봉궁궁이이다. 꽃말은 '고결', '정신적인 아름다움'이다. 

 

궁궁이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동북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제주, 전남, 전북, 경남, 경북, 강원, 경기, 평남, 평북, 함남 등지의 산지나 골짜기의 냇가에 야생한다.

 

궁궁이의 뿌리는 다소 굵다. 키는 0.8~1.5m 정도이다. 줄기는 자주색을 띠고, 털이 없으며, 곧게 자란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길이 20~30cm로서 삼각형 또는 삼각상 넓은 달걀모양에 대부분 털이 없으며, 3개씩 3~4회 갈라진다. 소엽은 달걀모양 또는 피침형이며, 길이 3~6cm로서 3개로 갈라지는 것도 있고, 결각상의 톱니가 있으며, 끝이 뾰족하다.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며, 엽병은 백색이고,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꽃은 백색으로 8~9월에 핀다. 큰 겹우산모양꽃차례에 많은 꽃이 달리고, 총산경(總傘梗)은 20~40개 내외이며, 각각의 길이는 4~6cm로서 끝에 20~40개의 꽃이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5~15mm로서 산경 윗부분 및 소산경 안쪽과 더불어 안쪽에 백색 돌기가 있다. 총포조각은 대개 5개이고, 길이 10mm 정도로서 선형이다. 꽃부리는 소형이고, 꽃잎은 5개이며 거꿀달걀모양이다. 5개의 수술은 길게 나오며, 1개의 씨방이 있다.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이며, 양끝이 오목하고, 길이 4~5mm로서 털이 없으며, 늑(肋)사이에 1개씩, 합생면에 2개의 유관이 있고 날개가 있다.

 

궁궁이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약간 매운맛을 가지고 있다. 연한 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된장국 같은 국물 요리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효소를 담그기도 한다. 줄기나 뿌리도 식용이 가능한데, 주로 차나 술로 만들어 먹는다. 다만 과다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궁궁이의 뿌리를 궁궁(芎窮) 또는 산궁궁(山芎窮)이라고 한다. 진통, 진정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두통의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어 고혈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옛날에는 궁궁이를 옷장에 넣어 옷이 좀먹는 것을 막는 데에 사용하기도 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궁궁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궁궁이의 유사종에는 바디나물(까막발나물), 흰바디나물(흰꽃바디나물), 처녀바디, 잔잎바디(Diverse-petal angelica), 구릿대(Dahurian Angelica, 白芷, 大活, 흥안백지, 굼배지), 개구릿대(Eumenol angelica), 삼수구릿대(Amrock angelica), 제주사약채, 참당귀(文歸, 大芹, 乾歸, 辛甘菜, 토당귀, 한당귀, 대당귀, 조선당귀, 숭엄초, 승검초), 중국당귀(中國當歸), 갯강활(Japanese angelica, ハマウド, 日當歸, 일본당귀, 왜당귀, 차당귀), 지리강활, 고본(chinese lovage , 藁本), 왜당귀(倭當歸), 두메당근(Montane angelica), 왜천궁(Kneeling angelica) 등이 있다. 

 

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 (Miq.) Franch. & Sav.]은 줄기에 세로로 조선이 발달한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며, 삼각상 넓은 달걀모양이고 우상으로 갈라진다. 상부의 잎은 작지만 엽병은 길며, 거꿀달걀모양의 엽초로 되고, 흔히 자줏빛이 돈다. 꽃은 8~9월에 긴 화경끝에 겹우산모양꽃차례로 핀다. 10~20개의 소산경 끝에 20~30개의 짙은 자주색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흰바디나물[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var. distans (Nakai) Kitag.]은 경기(광릉, 북한산), 전남(광주) 등 중부지방에 자생하나 거의 멸종 상태다. 처녀바디와 비슷하나, 잎의 첫번 갈래가 바로 엽초에 달리는 것이 다르다. 백색 꽃이 핀다. 뿌리를 백전호(白前胡)라고 한다. 처녀바디[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Makino) Nakai]는 경북 이북에 분포한다. 줄기에 털이 없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있고 1회우상복엽이며 3~9개의 깃조각으로 된다.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고 엽초는 원통형이며 가장자리가 안으로 말린다. 꽃은 8~9월에 백색으로 핀다. 대산경은 길고 소산경은 8~12개로서 안쪽에 잔돌기가 있다. 잔잎바디[Angelica czernaevia (Fisch. & C.A.Mey.) Kitag.]는 높은 지대의 습지 근처에서 자란다. 잎은 기수 2~3회 우상복엽으로서 엽병이 길며, 엽병 밑부분이 편평한 엽초로 되어 원줄기를 둘러싼다. 소엽은 긴 달걀모양 또는 피침형이고, 가장자리에 딱딱한 톱니가 있다.  

 

구릿대[Angelica dahurica (Fisch. ex Hoffm.) Benth. & Hook.f. ex Franch. & Sav.]는 뿌리가 굵고 겉은 토갈색이다. 뿌리를 백지(白芷)라 한다. 줄기는 녹색에 흰가루가 덮인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3개씩 2~3회 우상으로 갈라지며, 정소엽은 밑으로 흐르고 다시 3개로 갈라진다. 윗부분의 잎은 작고 엽초는 굵어져서 거꿀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으로 된다. 꽃은 백색으로 6~8월에 피며, 겹우산모양꽃차례에 달리고 소산경은 20~40개이다. 개구릿대(Angelica anomala Ave-Lall.)는 줄기 속이 비어 있고, 털이 없으며 흔히 자줏빛이다. 삼수구릿대(Angelica jaluana Nakai)는 압록강 유역에 분포한다. 근경은 굵고, 방추형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고, 지름 2.5cm 정도로서 소산화서에 달린다. 제주사약채[Angelica polymorpha var. fallax (Boiss.) Kitag.]는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 꽃은 처음에 칼집같이 생긴 잎 모양의 총포에 싸인다.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는 전체에 털이 없고, 자줏빛이 돈다. 뿌리는 크고, 향기가 강하며, 줄기는 곧게 선다. 8~9월에 큰 겹우산모양꽃차례가 가지와 줄기끝에서 발달하며, 15~20개로 갈라지고 끝에 20~40개의 자주색 꽃이 달린다.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 (Oliv.) Diels]는 중국이 원산지다.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에서 종자를 수입하여 시험재배하고 있다. 갯강활(Angelica japonica A.Gray)은 제주도와 거문도에 분포한다. 줄기 속에 황백색의 수액이 있고, 겉에 암자색의 줄이 있다. 지리강활(Angelica purpuraefolia T.H. Chung)은 맹독성 독초다. 뿌리에서 흰색 즙이 나오며 악취가 난다. 잎 줄거리는 갈라지는 부분이 붉은빛을 띤다. 

 

고본(Angelica tenuissima Nakai)은 전체에 털이 없으며, 뿌리의 향기가 강하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3회 우상으로 갈라지며, 열편은 선형이고 윗부분에서는 엽병 전체가 엽초로 되어 굵어진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과 가지끝의 큰 우산모양꽃차례에 달리고 총산경은 15~20개, 꽃자루는 20~22개이다. 왜당귀[Angelica acutiloba (Siebold & Zucc.) Kitag.]는 일본 원산으로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 토당귀 대용으로 사용되었다. 전체에 특이한 향취가 있다. 두메당근(Angelica florenti Franch. & Sav. ex Maxim.)은 제주도에 분포한다. 키는 15~30cm이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2~3회 우상 또는 3출 깃모양겹잎이며, 종렬편은 가늘게 깊이 갈라지고, 열편은 피침형 또는 선상 장 타원형이다. 꽃은 8~9월에 백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겹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리며, 소산경은 6~10개이다. 왜천궁(Angelica genuflexa Nutt. ex Torr. & A.Gray)은 강원도 금강산 이북에 분포한다. 일본 원산이 아니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근생엽과 줄기잎은 엽병이 있고, 1~2회 3출우상복엽이다. 소엽은 좁은 달걀모양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핀다. 겹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리고, 화경 윗부분에 산경 및 꽃자루와 더불어 돌기같은 잔털이 밀생한다. 우산모양꽃차례는 50~60개이다. 

 

2022. 2. 1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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