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담쟁이덩굴 '우정(友情, 아름다운 매력, 공생(共生)'

林 山 2022. 2. 28. 16:24

담쟁이를 볼 때마다 도종환 시인의 시가 떠오르곤 한다. 그의 시 '담쟁이'에서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인민(人民)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독재정권 시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시인의 경험이 '담쟁이'라는 시 한 편에 잘 녹아 들어가 있다.  

  

담쟁이덩굴 열매(충주시 연수동, 2022. 6. 28)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덩굴 열매(충주시 연수동, 2022. 6. 28)

담쟁이덩굴은 미국 글지(작가) 오 헨리(O. Henry, 1862~1910)가 쓴 유명한 단편소설 ‘The Last Leaf(마지막 잎새)’에도 등장한다. 폐렴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뉴욕 거주 여자 화가 존시(Johnsy)는 이웃집 담쟁이덩굴의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밤이 지나고 이튿날 이파리가 다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담쟁이덩굴에 마지막 잎새 하나가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존시는 다시 기력을 되찾는다. 존시에게 친구 수우는 담쟁이 덩굴의 마지막 잎새가 아래층에 사는 불우한 늙은 화가 베어먼(Behrman)이 밤을 새워 담벼락에 그려 넣은 진짜 이 세상의 마지막 잎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베어먼은 밤새 폐렴에 걸리면서까지 존시를 위해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새를 그렸던 것이다. 이틀 뒤 베어먼은 폐렴으로 결국 죽고 만다. 필생의 걸작 '마지막 잎새'를 남긴 채 말이다. 

 

담쟁이덩굴(충주시 교현동 부강아파트, 2005. 7. 31)

담쟁이덩굴은 갈매나무목 포도나무과 담쟁이덩굴속의 낙엽 활엽 덩굴성 식물이다. 담장에 잘 붙어서 자란다고 하여 ‘담장의 덩굴’이라고 부르다가 담쟁이덩굴이 되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담장넝쿨, 담장이덩굴, 돌담장이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담장넝쿨이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꽃말은  '우정(友情, 아름다운 매력, 공생(共生)'이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담쟁이덩굴의 학명은 파르테노키수스 트리쿠스피다타 (지볼트 & 추카리니) 플랑숑[Parthenocissus tricuspidata (Siebold & Zucc.) Planch.]이다. 속명 '파르테노키수스(Parthenocissus)'는 '생식을 위해 수컷이 필요하지 않은(Not requiring a male for reproduction)' 또는 '처녀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파르텐(Parthen)'에 '담쟁이덩굴(ivy)'의 뜻을 가진 '키수스(kissós)'에서 유래한 '키수스(Cissus)'가 붙어서 이루어진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이다.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아도 종자를 생산하는 담쟁이덩굴의 처녀생식(處女生殖)으로부터 유래한 이름이다. 종소명 '트리쿠스피다타(tricuspidata)'는 '삼첨판(tricuspidate)'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트리쿠스피다토(tricuspidato)'의 여성형 단수 형용사이다. '트리쿠스피다토(tricuspidato)'는 라틴어 '트리스(tris, 3)에서 유래한 '트리(tri)'에 '뽀족하게 만들다(make pointed)'의 뜻을 가진 '쿠스피다토(cuspidato)'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다.    

 

'지볼트(Siebold)'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이다. 지볼트는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했다. '추카리니(Zucc)'는 독일의 식물학자 요제프 게르하르트 추카리니(Joseph Gerhard Zuccarini, 1797~1848)이다. 뮌헨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였던 추카리니는 지볼트가 일본에서 수집한 식물을 분류하는 것을 도왔으며, 멕시코 등지의 식물도 함께 기술했다. '플랑숑(Planch)'은 프랑스의 식물학자 줄스 에밀 플랑숑(Jules Émile Planchon, 1823~1888)이다.  

 

담쟁이덩굴(충주시 연수동, 2022. 9. 21)

국표와 국생정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담쟁이덩굴의 영어명은 보스턴 아이비(Boston ivy)다. FOM에는 재퍼니즈 아이비(Japanese Ivy), 재퍼니즈-크리퍼(Japanese-creeper)라는 영어명도 실려 있다. 

 

미국 북동부 보스턴과 뉴욕은 담쟁이덩굴이 흔하다고 한다. 북동부 지역에 있는 하버드(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예일(코네티컷 주 뉴헤이번), 프린스턴(뉴저지 주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컬럼비아(뉴욕 주 뉴욕 시), 코넬(뉴욕 주 이타카), 다트머스(뉴햄프셔 주 해노버), 브라운(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대학교 등 8개 명문 사립대를 아이비 리그(Ivy League)라고 부른다. 이들 역사가 오래된 대학교 건물 외벽에는 담쟁이덩굴이 무성했다고 한다. 아이비 리그 최고의 대학은 하버드 대학교이고, 하버드 대학교는 매사추세츠 주에 있으며, 매사추세츠 주의 주도는 보스턴이기에 담쟁이덩굴의 이름을 보스턴 아이비(Boston ivy)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국표와 국생정 등재 담쟁이덩굴의 일본명은 나츠즈타(ナツズタ, 夏蔦)이다. '여름담쟁이덩굴'이라는 뜻이다. FOM과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일본명은 쓰타(ツタ, 蔦)이다. FOM에는 나츠즈타(ナツヅタ, 夏蔦)가 이명으로 실려 있다. 국표와 국생정의 'ナツズタ'는 'ナツヅタ'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FOM 등재 중국명은 띠진(地锦), 파샨후(爬山虎)이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띠진(地锦)이다. 이명에는 파챵후(爬墙虎), 파샨후(爬山虎), 투구텅(土鼓藤), 홍푸타오텅(红葡萄藤) 등이 실려 있다. 중국어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파챵후(爬墙虎)이다. 이명에는 파샨후(爬山虎), 띠진(地锦), 투구텅(土鼓藤), 홍푸타오텅(红葡萄藤) 등이 실려 있다.  

 

담쟁이덩굴(장흥 가지산 보림사, 2016. 10. 2)

담쟁이덩굴은 한강토(조선반도), 일본, 중국,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자란다. 속성수로 돌담이나 바위 또는 나무줄기에 붙어서 자라며, 가을에 단풍이 붉게 물든다(국생정). 쓰타(蔦)의 원산지는 일본 한강토,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에 분포한다(FOM). 파챵후(爬墙虎)의 원산지는 조선반도(朝鮮半島, 한강토), 일본, 중국 화베이(華北)와 둥베이(東北) 지방이다(維基百科). 띠진(地锦)은 중국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샨동(山东), 안후이(安徽), 쟝쑤(江苏), 쩌쟝(浙江), 푸젠(福建) 등지에 자란다. 한강토와 일본에도 분포한다. 해발 150~1200m의 절벽 또는 관목 지대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담쟁이덩굴(충주 계명산, 2019. 10. 13)

담쟁이덩굴의 곁뿌리는 잔뿌리로 발달하여 천근성(淺根性)이다. 키는 10m까지 자란다. 줄기는 덩굴손 잎과 마주나며, 갈라지고, 끝에 둥근 흡착근(吸着根)이 생기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넓은 달걀형에 점첨두(漸尖頭), 심장저(心臟底)이다. 잎 길이는 4~10cm, 폭은 10~20cm로,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잎 뒷면 맥 위에는 잔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어린 잎자루의 잎은 3개의 소엽(小葉)으로 된 겹잎이며, 잎자루가 잎보다 길다. 

 

꽃은 암수한꽃이며 5월 말에 황록색으로 핀다. 취산꽃차례는 잎겨드랑이나 짧은 가지 끝에서 자라며 많은 꽃이 달린다. 열매는 구형(球形)이고 지름 6~8mm로 검은색이며, 백분(白粉)으로 덮여 있다. 종자는 8월 말~10월 중순에 성숙한다.

 

담쟁이덩굴(충주시 연수동 구 국도유지건설사무소, 2021. 10. 20)

담쟁이덩굴은 줄기에서 공기뿌리가 나와 바위나 나무에 흡착하여 피복시키기 때문에 황폐한 절사지나 벽면의 녹화용으로 좋다.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분재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담쟁이덩굴이 건축물의 담을 덮고 있으면, 단열과 장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담쟁이덩굴로 덮은 건물벽은 수명이 더 길다. 표면을 보호하며 벽과 공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미국담쟁이덩굴(Virginia creeper)을 많이 심고 있다. 담쟁이덩굴의 잎은 차로 하여 마신다. 열매는 과일로 먹을 수 있고, 술을 담그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낙석(絡石, 담쟁이덩굴)에 대해 '성질은 약간 차고[微寒](따뜻하다[溫]고도 한다) 맛이 쓰며[苦] 독이 없다. 옹종이 잘 삭아지지 않는 데와 목 안과 혀가 부은 것, 쇠붙이에 상한 것 등에 쓴다. 뱀독으로 가슴이 답답한 것을 없애고 옹저, 외상과 입 안이 마르고 혀가 타는 것[舌焦] 등을 치료한다. ○ 일명 석벽려(石薜荔)라고도 하는데 바위나 나무에 달라 붙어서 자라며 겨울에도 잘 시들지 않는다. 잎은 자질구레한 귤잎 비슷하며 나무와 바위에 붙어 덩굴이 뻗어 나가는데 줄기의 마디가 생기는 곳에 잔뿌리가 내려서 돌에 달라 붙으며 꽃은 희고 씨는 검다. 음력 6월, 7월에 줄기와 잎을 뜯어서 볕에 말린다[본초]. ○ 잔뿌리가 내려 바위에 달라 붙으며 잎이 잘고 둥근 것이 좋은 것이다. 나무에 뻗은 것은 쓰지 않는다[입문]. '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낙석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낙석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띠진(地锦)의 덩굴줄기를 중약명(中藥名) 띠진차오(地锦草)라고 한다. 띠진차오는 '쟈여우벤자오(嘉祐本草)'에 처음 등재되었다. 어혈을 깨뜨리고(破淤血), 종기의 독을 없애 주며(消肿毒), 풍(風)을 제거하고 경락을 풀어주며(祛风活络), 출혈을 멎게 하고 통증을 멈추게 하는(止血止痛) 효능이 있어 이질(痢疾), 설사(泄泻), 각혈(咯血), 뇨혈(尿血), 변혈(便血), 붕루(崩漏), 창절옹종(疮疖痈肿), 습열황달(湿热黄疸)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담쟁이덩굴(충주 계명산, 2015. 10. 20)

국표에 등재된 담쟁이덩굴속 자생식물은 담쟁이덩굴 1종밖에 없다. 국표 등재 담쟁이덩굴의 유사종 재뱃기물에는 미국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quinquefolia (L.) Planch.], 미국담쟁이덩굴 '몬함'(Parthenocissus quinquefolia 'Monham'), 은선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henryana Graebner. ex Diels) 등 3종이 있다. 

 

담쟁이덩굴(충주시 연수동, 2022. 11. 15)

미국담쟁이덩굴(Virginia Creeper, Five-leaved ivy, アメリカヅタ, 五叶地锦)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뿌리는 덩굴손이 갈라져서 끝에 둥근 흡착근이 생기고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줄기의 길이는 10m 정도이다.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며, 끝에 둥근 흡착근이 생긴다. 잎은 5개의 소엽(小葉)으로 이루어진 손 모양 겹잎이다. 꽃은 암수한꽃이며, 6~7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취산꽃차례는 잎겨드랑이나 짧은 가지 끝에서 자라며 많은 꽃이 달린다. 열매는 구형이며 지름 6~8mm로 검은색이고 백분으로 덮여 있다. 열매는 8월 말~10월 중순에 성숙한다(FOM). 미국담쟁이덩굴 '몬함'(Virginia creeper, Woodbine)은 국표에 학명과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줄기의 길이는 9~15m 정도이다.  잎은 5개의 소엽으로 이루어진 손 모양 겹잎이다. 소엽은 녹백색 바탕에 녹색 무늬가 얼룩덜룩 들어 있다. 꽃은 5~7월에 녹백색으로 핀다(Missouri Botanical Garden). 은선담쟁이덩굴(ヘンリーヅタ, 花叶地锦)은 국표에 국명과 학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록종이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1880년대 중국 중부 여행에서 이 종을 발견한 아일랜드 식물 수집가 어거스틴 헨리(Augustine Henry, 1857~1930)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줄기는 10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큰 손바닥 모양이고, 소엽은 5개로 구성되어 있다. 소엽 입맥을 따라 은색의 선명한 무늬가 있다. 꽃은 5~7월에 핀다.   

 

2022. 2. 28. 林 山. 2023.10.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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