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삿갓우산이끼

林 山 2022. 2. 25. 16:56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충주시 연수동 체육관 사거리를 거의 날마다 몇 해를 지나다녔는데도 삿갓우산이끼를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관 사거리를 지나가는데, 문득 화단 응달진 곳에서 땅에 붙어 깔려 있는 삿갓우산이끼가 눈에 들어왔다. 삿갓우산이끼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눈길을 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모든 인연은 다 때가 있다. 인연이 되려면 마음이 먼저 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배우체(配偶體, gametophore)가 나오기 전에는 삿갓우산이끼의 이름 유래를 알기가 어렵다. 배우체가 나오면 비로소 '아하!' 하고 왜 이름을 삿갓우산이끼라고 지었는지 단박에 이해하게 된다. 삿갓우산이끼의 배우체가 삿갓 우산을 똑닮았기 때문이다.  

 

삿갓우산이끼( 충주시 연수동 체육관사거리, 2022. 5. 3)

삿갓우산이끼는 선태식물문(蘚苔植物門) 태강(苔綱) 우산이끼목 삿갓우산이끼과 삿갓우산이끼속의 태류(苔類)이다. 선태식물(蘚苔植物)은 선류(蘚類)와 태류(苔類)로 나뉘는데, 삿갓우산이끼는 잎이 없고 엽상체(葉狀體)만 있는 태류(liverwort)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이나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삿갓우산이끼의 학명이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에는 진가사고케(ジンガサゴケ, 陣笠苔)의 학명이 레보울리아 헤미스파에리카 (린네) 라디 섭스피시즈. 오리엔탈리스 R.M.슈스터[Reboulia hemisphaerica (L.) Raddi subsp. orientalis R.M.Schust.], 레보울리아 헤미스파에리카 (린네.) 라디.[Reboulia hemisphaerica (L.) Raddi, 廣義] 등 두 가지가 등재되어 있다. 국내에서 전자는 김삿갓우산이끼(Reboulia hemisphaerica ssp. orientalis) 학명과 거의 같고, 후자는 삿갓우산이끼[Reboulia hemisphaerica (L.) Raddi] 학명과 동일하다.

속명 '레보울리아(Reboulia)'의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종소명 '헤미스파에리카(hemisphaerica)'는 '반(half)'이란 뜻의 그리스어 '헤미(hemi)'와 '공(ball), 구형(globular)'이란 뜻을 가진 '스파에르(sphaer)'의 합성어에서 유래했으며, '반구형의(hemispherical)'라는 뜻이다. 삿갓을 닮은 자기상(雌器床, 암꽃받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라디(Raddi)'는 이탈리아 식물학자이자 피렌체 자연사 박물관의 큐레이터였던 주세페 라디(Giuseppe Raddi, 1770~1829)이다. 그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식물군을 탐험하고 정리한 최초의 유럽인 중 한 사람이다. '섭스피시즈(subsp)'는 'subspecies'의 약자로 아종(亞種), 변종(變種)을 뜻한다. 'R.M. 슈스터(R.M.Schust.)'는 독일계 미국 식물학자 루돌프 M. 슈스터(Rudolf M. Schuster, 1921~2012)이다.

FOM 등재 삿갓우산이끼의 일본명은 진가사고케(陣笠苔)다. 진가사고케(陣笠苔)는 자기상(雌器床, 암꽃받침)이 진가사(陣笠) 모양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자기상은 이끼류 엽상체(葉狀體)에서 조란기(造卵器, 藏卵器)가 형성되는 부위로서 자기탁(雌器托, 암그루), 조란기탁(造卵器托)이라고도 한다. 진가사(陣笠)는 옛날 왜군(倭軍) 졸병들이 전쟁터에서 투구 대신 쓰던 일종의 전투모인 전립(戰笠)을 말한다.

FOM과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삿갓우산이끼의 중국명은 싀디치엔(石地銭)이다. 百度百科에는 싀하마(石蛤蟆, 贵州)라는 이명도 실려 있다.

 

삿갓우산이끼(충주시 연수동 체육관사거리, 2022. 7. 19)

삿갓우산이끼는 난온대~아고산대 산지의 습한 바위지대 및 민가 주변의 습한 땅과 바위에 모여 자란다. 한강토 전역에 나며, 전 세계에 분포한다(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진가사고케(陣笠苔)는 일본 재래종이다. 일본 전토와 동아시아에 분포한다(FOM). 싀디치엔(石地銭)은 둥베이(东北), 화베이(华北), 시베이(西北), 화둥(华东), 중난(中南), 시난(西南) 등지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삿갓우산이끼(충주시 연수동 체육관사거리, 2021. 10. 18)

진가사고케(陣笠苔)의 키는 1~4cm 정도이다. 엽상체(葉狀體)는 포크의 끝 모양(二又状)으로 갈라진다. 길이는 1~4cm, 너비는 5~7mm이다. 뒷면(背面) 가장자리는 홍자색을 띤다. 복면(腹面)도 홍자색을 띤다. 복린편(腹鱗片)은 2열이고, 홍색에 넓은 초승달 모양(広三日月形)이며, 털처럼 가는 피침형 부속물이 2개 있다. 자웅동주(雌雄同株)다. 암기탁(雌器托)은 엽상체의 끝 또는 단복지(短腹枝)에 길이 약 1~2cm의 자루가 있고, 자루에는 1개의 홈이 있다. 암기상(雌器床)은 전립(戰笠) 또는 삿갓 우산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3~5번 얕게 갈라진다. 포막(包膜)은 열편의 아랫면에 대해 세로로 2열한다. 웅기탁(雄器托, 수그루)은 엽상체의 끝 또는 단복지에 붙는다. 웅기상(雄器床)은 자루가 없고, 반상(盤状)이며, 비늘조각으로 둘러싸인다. 무성아(無性芽)는 나지 않는다. 탄사(弾糸)는 길이 약 10μm이다. 포자(胞子)는 이른 봄에 성숙하고 황갈색이며, 지름은 60~90μm이다(FOM).

삿갓우산이끼의 엽상체는 약간 윤기가 있는 녹색이며 가장자리는 적자색이다. 엽상체는 길이 1~4cm, 너비 5~7mm이고 2차상으로 갈라지며 건조가 심하면 가장자리는 밖으로 말린다. 복인편은 헛뿌리가 난 잎맥을 중심으로 양쪽에 각 1열씩 붙는다. 복인편은 적자색이고 거의 반달 모양이며 부속체는 2개이고 피침형이다. 무성아를 만들지 않는다. 암수한그루이다. 암생식기탁은 엽상체의 끝이나 복면에서 나온 가지에 붙는다. 자루는 길이 2~5cm이고 우산은 삿갓모양이다. 우산은 3~5개로 짧게 갈라진다. 수생식기탁은 엽상체 끝이나 복면에서 나온 짧은 가지에 붙고 자루는 없다. 둥글고 검은 자주색이다(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삿갓우산이끼(충주시 연수동 체육관사거리, 2021. 10. 18)

싀디치엔(石地銭)은 엽상체를 약으로 쓴다. 맛(味)은 담백하고(淡) 떫으며(涩), 성질(性)은 차(凉)다. 청열해독(清热解毒), 소종지혈(消肿止血)의 효능이 있어 부스럼과 옴(疮疥), 종독(肿毒), 화상(烧烫伤), 타박상(跌打肿痛), 외상출혈(外伤出血)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삿갓우산이끼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삿갓우산이끼를 거의 쓰지 않는다.

 

2022. 2. 25. 林 山. 2023.10.13.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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