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서양등골나물 '주저(躊躇), 망설임'

林 山 2022. 3. 4. 16:15

2021년 가을도 다 끝나가는 11월 중순경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을 찾았다. 남한산성 남문(南門) 지화문(至和門) 초입에는 흰색의 서양등골나물 꽃이 막 피어나고 있었다.  

 

등골나물 앞에 '서양(西洋)'이란 접두사(接頭辭)가 붙은 것으로 보아 유럽이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외래종 귀화식물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한강토(조선반도)에는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를 오가는 사람에 의해 옮겨졌을 것이다. 환경부는 2002년 서양등골나물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람을 따라서 들어온 서양등골나물이 무슨 죄가 있을까?  

 

서양등골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서양등골나물은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서양등골나물속(Ageratina)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미국등골나물, 사근초(蛇根草), 주름등골나물(북한명)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표에는 외래식물, 귀화식물로서 생태계교란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미국등골나물이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꽃말은  '주저(躊躇), 망설임' 이다.  

 

서양등골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국표, 국생정 등재 서양등골나물의 학명은 아게라티나 알티시마 (린네.) R.M.킹 & H.로빈슨[Ageratina altissima (L.) R.M.King & H.Rob.]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학명은 유파토리움 루고숨 후투인(Eupatorium rugosum Houtt.)이다. 국표에 이 학명이 이명으로 실려 있다. 서양등골나물속은 예전에 등골나물속(Eupatorium)에 속했지만, 재분류되었다. 

 

속명 '아게라티나(Ageratina)'는 '아게라툼(Ageratum)'의 어미 변화형으로서 '아게라툼 같은(like Ageratum)'이라는 뜻이다. '아게라툼(Ageratum)'에 라틴어 형용사화 접미사 '-이누스(-inus)의 여성형인 '-이나(-ina)'가 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네이크루트(snakeroot)로 알려진 '아게라티나(Ageratina)'는 국화과(Asteraceae)에 속하는 330여종의 식물로 이루어진 속이다.  서양등골나물속 식물들은 주로 아메리카 대륙과 서인도 제도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다. 150종 이상이 멕시코가 원산지다. 일부는 US 동부 지역에 자생한다. 멕시코 원산의 두 종은 호주와 타이완에서 유해 식물로 지정되었다. 종소명 '알티시마(altissima)'는 라틴어 형용사 '알티시무스(altissimus)'의 어미 변화형이다. '알티시무스(altissimus)'는 '높은 큰(high, tall), 깊은(deep, profound), 뿌리 깊은(deep-rooted)'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알투스(altus)에 최상급 접미사 '-이시무스(-issimus)'가 붙은 것이다. ‎altus(high) + ‎-issimus -> ‎altissimus(highest)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R.M.킹(R.M.King)'은 US 식물학자 로버트 메릴 캉(Robert Merrill King, 1930~2007)이다. 'H.로빈슨(H.Rob.)'은 US 식물학자이자 곤충학자인 해럴드 어니스트 로빈슨(Harold Ernest Robinson, 1932~2020)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서양등골나물의 영어명은 와이트 새니클(White sanicle)이다. '와이트(White)'는 '흰', '새니클(sanicle)'은 '참반디나물'이다. 국표, 일문판 위키피디아에는 화이트 스네이크루트(White snakeroot)라는 영어명도 실려 있다. '스네이크루트(snakeroot)'는 '뱀에 물린 데 좋다는 각종 식물이나 식물의 뿌리(bugbane, senega root 등)'다. 일문판 위키피디아에는 톨 보운셋(Tall Boneset)이라는 영어명도 실려 있다. '보운셋(Boneset)'은 '등골나무의 일종(thoroughwort)'이다. 

 

일문판 위키피디아 등재 서양등골나물의 일본명은 마루바후지바카마(マルバフジバカマ, 丸葉藤袴)이다. 후지바카마(藤袴, 등골나물)의 잎은 3열(三裂)되어 있는데, 본종은 달걀형이므로 '둥근 잎'이라는 뜻의 '마루바(丸葉)'가 앞에 붙었다.  

 

서양등골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서양등골나물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한강토에서는 귀화식물이다. 한강토에서는 1978년 임양재(任良宰), 이우철(李愚喆)이 서울 남산에서 처음으로 서양등골나물을 발견했다. 지금은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 지방에 분포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에도 분포한다. 숲 속의 그늘에서 잘 자라며, 소나무와 아까시나무 숲 아래에서 주로 자란다.  

 

서양등골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1. 11. 13)

 서양등골나물의 뿌리는 짧은 근경(根莖)이 있다. 키는 30~130c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거의 털이 없으며 상부에만 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기(對生)잎차례이며, 2~6cm의 잎자루가 있다. 잎몸은 달걀모양(卵形), 길이 2~10cm, 폭 1.5~6cm이다. 큰 것은 길이 15cm, 폭 9cm인 것도 있다. 잎 끝은 점첨두(漸尖頭)이고, 기부는 예저(銳底) 또는 원저(圓底)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거칠게 예거치(銳鋸齒)가 있다. 

 

꽃은 8~11월에 흰색으로 핀다. 머리모양꽃차례는 폭 7~8mm, 15~25개의 통상화(筒狀花)로만 이루어지며 편평꽃차례를 만든다. 총포(總苞)는 원통형(圓筒形)으로 길이 4~5.5mm이다. 총포조각은 1열로 배열되고 10개 내외로 같은 크기이며, 좁은 긴타원모양이고 배면에 털이 있다. 통상화는 흰색이며 끝이 5갈래로 갈라진다. 암술머리는 실모양이며 2번 깊게 갈라지고 꽃부리 밖으로 튀어나온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길이 2mm, 4~5능(稜), 흑색이며 광택이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원산지인 북미 지역에서 우유병(Milk Sickness)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병은 떨림, 구토, 심한 복통을 특징으로 하는 일종의 중독으로 우유나 유제품, 소고기를 섭취할 경우에 생긴다. 일부 문헌에는 서양등골나물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서양등골나물(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1. 11. 13)

국표 등재 서양등골나물의 유사종 자생식물은 단 1종도 없다. 국표 등재 서양등골나물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서양등골나물 '초콜릿'(Ageratina altissima 'Chocolate') 1종이 있다. 서양등골나물 '초콜릿'(snakeroot 'Chocolate')은 일본에서 도우바후지바카마(銅葉フジバカマ) 또는 시소바후지바카마(シソバフジバカマ)라는 상품명으로 유통되고 있다. 키는 80~100cm  정도이다. 봄~여름에는 갈색 잎이 관상 가치가 있으며, 가을부터는 흰색 꽃과 갈색 잎이 대비되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2022. 3. 4. 林 山. 2023.7.13. 최종 수정

#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