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성스러운 사랑' 참외(眞瓜)

林 山 2022. 3. 7. 16:34

참외는 수박과 함께 여름철의 대표적인 과일이다. 참외가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원두막이 있는 참외밭 풍경은 지금도 전원적이고 낭만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참외가 노릇노릇한 색을 띠고 익어갈 때면 그 풋풋하고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했다. 방학이면 참외밭을 하는 동무네 원두막에 올라 소꿉놀이를 하며 놀던 때가 엊그제 같다.     

 

참외(충주시 연수동 체육관사거리, 2022. 7. 27)

참외는 박목 박과 오이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참외를 진과(眞瓜), 감과(甘瓜), 고체(苽蔕), 과채(瓜菜), 첨과(甛瓜), 왕과(王瓜), 향과체(香瓜蔕), 백사과(白沙瓜), 고정향(苦丁香)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참외의 학명은 쿠쿠미스 멜로 바. 마쿠와 마키노(Cucumis melo var. makuwa Makino)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쿠쿠미스 멜로 린네(Cucumis melo L.)가 정명, Cucumis melo var. makuwa Makino는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참외의 속명 '쿠쿠미스(Cucumis)'는 '오이(cucumber)'의 뜻을 가진 라틴어 '쿠쿠미스(cucumis)'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종소명 '멜로(melo)'는 '사과(apple)'의 뜻을 가진 '멜론(mêlon)'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멜론(melon)'의 고대 그리스어 '멜로페폰(mēlopépōn)'에서 유래한 '멜로페포(mēlopepō)'의 구어체 줄임말로 보인다. '멜로(melo)'는 서기 117~284년에 걸친 로마 황제들의 전기인 '히스토리아 아우구스타(Historia Augusta)'에 등장하며, 4세기 후반 라틴어로 글을 쓴 고대 작가 팔라디우스(Rutilius Taurus Aemilianus Palladius)도 언급했다.

 

'바(var.)'는 '변종(variant, 베리언트)'의 약자이다. 변종명 '마쿠와(makuwa)'는 일본어 마쿠와우리(マクワウリ, 真桑瓜·甜瓜, 참외)'의 준말 '마쿠와(マクワ, 참외)'를 라틴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1957)이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에 등재된 참외의 영어명은 오리엔틀 멜론(Oriental melon), 일본명은 마쿠와우리(マクワウリ, 真桑瓜·甜瓜)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참외의 품종명은 코리언 멜론(Korean melon), 영어명은 참외 멜론(Chameh melon), 골든 멜론(Golden melon), 일본명은 마쿠와우리(マクワウリ, 真桑瓜·甜瓜) 또는 챠메(チャメ), 중국명은 톈과(甜瓜)이다. 중국 식물과학데이터센터(植物科学数据中心)에 등재된 참외의 중국명은 톈과(甜瓜), 이명에는 샹과(香瓜), 하미과(哈密瓜), 빠이란과(白兰瓜) 등이 있다.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영어명은 머스크멜론(muskmelon), 톈과(甜瓜)의 이명에 깐과(甘瓜), 화라이싀과(华莱士瓜)도 등재되어 있다. 국표에도 중국명을 등재하면 좋겠다.

 

참외꽃(충주시 연수동 연수성당, 2021. 9. 18)

참외의 근연(近緣) 야생종과 재배종의 분포에 따르면 1차 원산지는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 또는 서아프리카 기니로 추정된다. 참외는 1차 기원 중심지에서 고대 이집트를 통해 이란 등 중동, 튀르키예 등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신쟝(新疆), 인도에 전해졌다. 중앙아시아에서 참외는 껍질이 두꺼운 종으로 진화했다.

두꺼운 껍질 참외의 1차 기원 중심지는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코커서스, 이란, 소아시아, 아랍 등을 포함한 서아시아이다. 두꺼운 껍질 참외의 2차 기원 중심지는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중국 신쟝 등 중앙아시아이다.

중국은 얇은 껍질 참외의 1차 및 2차 기원의 중심지이다. 중국 화베이(華北)는 얇은 껍질 멜론의 2차 기원 중심지이다. 이처럼 참외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로 기원전 9세기~기원전 7세기에 걸쳐 완성된 중국 최초의 시가집 '싀징(诗经)'에도 그 이름이 등장한다. 후난 성(湖南省) 창사 시(長沙市) 동쪽 교외 마왕뚜이(马王堆)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시대의 무덤에서 발굴된 창사국(長沙國) 따이허우(軑候)의 부인 위장에서는 참외씨가 발견되었다. 뻬이웨이(北魏, 386~534)의 농학가(農學家) 쟈쓰시에(贾思勰)가 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적 농서 '치민야오슈(齐民要术)'에는 샤오과(小瓜, 작은 참외)가 등재되어 있다. 샤오과(小瓜)는 고대부터 존재했던 똥과(冬瓜, 大瓜)와는 다른 것이다. 중국에서는 샨동(山东), 신쟝(新疆), 안후이(安徽), 쟝쑤(江苏)를 비롯해서 여러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다.

12~13세기에 참외는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로, 16세기 초에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1960년대에 미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인도에 전래된 참외는 얇은 껍질의 종으로 더욱 분화하여 중국, 한강토(조선반도), 일본에 전래되었다. 참외는 현재 세계의 온대부터 열대 지역까지 널리 재배되고 있다.

참외는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에 중국 화베이로부터 한강토에 들어왔으며, 통일신라시대에는 이미 재배가 일반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참외는 한강토 전국 각처에서 재배한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개구리참외, 감참외, 열골참외 등 재래종이 재배되었다. 그러나, 1957년 일본에서 과피가 노랗고 줄이 있는 은천참외가 도입되어 재래종이 이와 교잡되면서 국내 재래종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은천참외와 함께 과피가 줄이 없이 매끄러운 황진주단참외가 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과피가 녹색 바탕에 개구리 무늬 같이 얼룩져 있는 개구리참외는 충남 천안의 성환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참외꽃(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0. 10. 13)

참외의 원줄기는 길게 옆으로 뻗으며 덩굴손으로 감으면서 다른 물체에 붙고 굽은 털이 있다. 덩굴손은 잎겨드랑이에서 나온다. 어긋나기하는 잎은 엽병이 길고 장상으로 얕게 갈라지며, 밑부분은 얕은 심장저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일가화로서 6~7월에 피며 단성꽃이다. 꽃부리는 5개로 갈라지며 황색이다. 암꽃에 씨방하위가 있다. 열매는 장과이다. 장과는 원주상 타원형이고 황록색, 황색 및 그 밖의 여러가지 색으로 익으며 향기가 나고 단맛이 있다.

 

참외꽃(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0. 10. 13)

참외는 생과일로 먹는다. 오이와 함께 미역냉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넣어 장아찌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쇠고기와 함께 참외국을 끓인다고 한다. 어린잎은 소의 먹이로 한다.

 

참외의 과실은 본초명 첨과(甛瓜), 뿌리는 첨과근(甛瓜根), 줄기는 첨과경(甛瓜莖), 잎은 첨과엽(甛瓜葉), 꽃은 첨과화(甛瓜花), 미숙(未熟)한 과실의 꼭지는 과체(瓜蔕), 과피(果皮)는 첨과피(甛瓜皮), 종자는 첨과자(甛瓜子)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첨과경(甛瓜莖)과 첨과피(甛瓜皮) 외에는 모두 수재되어 있지만,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과체(瓜蔕) 한 가지만 수재되어 있다. 

 

과체는 본초학에서 용토약(涌吐藥)으로 분류된다. 과체는 토풍담숙식(吐風痰宿食), 사수습정음(瀉水濕停飮)의 효능이 있어 담연숙식(痰涎宿食), 옹색상완(壅塞上脘), 흉중비경(胸中痞硬), 풍담전간(風痰癲癎), 습열황달(濕熱黃疸), 사지부종(四肢浮腫), 비색(鼻塞), 후비(喉痺, 편도선염, 인후두염) 등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이 실제 임상에서 많이 쓰는 한약재는 아니다.  

 

첨과는 청서열(淸暑熱), 해번갈(解煩渴), 이뇨(利尿)의 효능이 있어 풍습(風濕)에 의한 마비와 사지동통(四肢疼痛)을 치료한다. 첨과근을 달인 물로는 풍라(風癩)를 치료한다. 첨과경(甛瓜莖)은 비용(鼻茸), 비폐색(鼻閉塞), 월경불통(月經不通)을 치료한다. 첨과엽의 생즙을 내어 바르면 머리카락이 나온다. 첨과엽 가루를 술로 복용하면 어혈(瘀血)이 없어지고 소아의 감기(疳氣)가 치료된다. 달인 물로 환부를 씻으면 풍라가 치료된다. 첨과화는 심통(心痛), 해역(咳逆)을 치료한다. 창(瘡)에 붙이면 해독(解毒)한다. 첨과피 껍질을 달인 물을 졸여서 만든 갱제(羹劑)는 열(熱)을 다스리고 번갈(煩渴)을 제거한다. 껍질의 침출액(浸出液)은 치통(齒痛)을 멈추게 한다. 첨과자는 산결(散結), 소어(消瘀), 청폐(淸肺), 윤장(潤腸)의 효능이 있어 복부의 결취(結聚, 病塊), 장옹(腸癰), 해수구갈(咳嗽口渴)을 치료한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거의 안 쓴다. 

 

참외꽃(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0. 10. 13)

'동의보감' <탕액편 : 채소>에는  첨과에 대해 '성질이 차고[寒] 맛이 달며[甘] 독이 있다(독이 없다고도 한다).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을 없애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 3초에 기가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입과 코에 생긴 헌데를 치료한다. ○ 어느 곳에나 심는데 많이 먹으면 오래된 냉병이 동하여 배가 상하게 되고 다리와 팔의 힘이 없어진다. ○ 징벽(癥癖)이나 각기병이 있을 때에는 더욱 먹지 말아야 한다. 물에 잠겨 있고 꼭지와 배꼽이 2개씩인 것은 다 사람을 죽게 한다[본초].', 과체에 대해 '성질이 차고[寒] 맛이 쓰며[苦] 독이 있다. 온몸이 부은 것을 치료하는데 물을 빠지게 하며 고독을 죽인다. 코 안에 생긴 군살을 없애고 황달을 치료하며 여러 가지 음식을 지나치게 먹어서 체했을 때 토하게 하거나 설사하게 한다. ○ 이것이 첨과체(甛瓜蔕)인데 일명 고정향(苦丁香)이라고도 한다. 참외는 퍼런 것과 흰 것 2가지가 있는데 반드시 퍼런 참외꼭지를 써야 한다. 음력 7월에 참외가 익어서 저절로 떨어진 꼭지를 쓰는데 덩굴에서부터 약 반치 정도 되게 잘라서 그늘에 말려 밀기울과 함께 누렇게 되도록 볶아 쓴다[본초].'고 나와 있다.  

 

또, 과자(瓜子, 참외씨)에 대해서는 '뱃속의 적취를 없애고 피고름이 고인 것을 헤치기 때문에 장옹(腸癰)이나 위옹(胃癰)에 써야 할 약이다. 또한 부인의 월경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치료한다. ○ 햇볕에 말려 가루내서 종이로 3겹 싼 다음 눌러 기름을 빼버리고 쓴다[본초].', 엽(葉, 참외잎)에 대해서는 '머리털이 없는데 즙을 내어 바른다[본초].', 화(花, 참외꽃)에 대해서는 '가슴앓이와 딸꾹질을 치료한다[본초].', 야첨과(野甛瓜, 들참외)에 대해서는 '마박아(馬剝兒)라고도 하는데 맛이 시다[酸]. 참외같이 생겼으나 그보다 작다. 열격(噎膈)을 치료한다[입문].'고 나와 있다. 

 

참외(출처 익생양술대전)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국표 등재 참외의 유사종에는 오이(cucumber, キュウリ)와 캔털루프(Cantaloupe, Charentais Melon, カンタループ) 등 2종이 있다. 재배 품종은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오이(Cucumis sativus L.)는 전체에 굵은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잎자루의 길이는 8~15cm이다. 잎은 얕게 갈라진 손바닥 모양이고, 갈래는 끝이 뾰족하고 꺼칠꺼칠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장과는 원주형이며, 길이 15~30cm이다. 어릴 때는 자모(刺毛)가 있다. 녹백색 또는 짙은 녹색에서 황갈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황백색이고, 편평한 난상(卵狀) 피침형(披針形이다.

캔털루프는 국표에 Cucumis melo L. cantalupo Ser., '三河の植物観察'에 Cucumis melo var. cantalupensis로 등재되어 있다. 원산지는 아시아이다. 열매의 크기는 중형~대형이다. 껍질은 평활하거나 비늘편상(鱗片状), 그물망상(網目状) 등이 있다. 껍질의 색은 색은 다양하고 향기가 있으며, 달콤하고 육즙이 풍부한 과육을 가진다. 품종 캔털루프(Cantaloupe, カンタロープ)는 유럽 남부, 미국, 태국 등지에서 노지 재배한다. 과육이 붉은색 계통이다.

2022. 3. 7. 林 山. 2023.3.14. 최종 수정.

#참외 #멜론 #캔털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