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일편단심' 해바라기(Sunflower)

林 山 2022. 3. 10. 18:27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비토리오 데 시카(Vittorio De Sica) 감독, 소피아 로렌(Sophia Loren)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Marcello Mastroianni) 주연의 1970년 이탈리아 영화 '기라솔리(Girasoli, Sunflower, 해바라기)'가 떠오르곤 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지오반나(소피아 로렌 분)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러시아에 살게 된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날 때 들판에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의 장관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해바라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해바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1887년 프랑스 파리에서 그린 바닥에 놓여있는 해바라기, 다른 하나는 1년 뒤 아를에서 그린 꽃병에 담긴 해바라기이다.

 

해바라기는 중국명 '해를 향해 핀다'는 뜻의 샹르쿠이(向日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된 합성어다. 꽃이 해를 따라 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바라기 꽃은 태양을 따라서 돌지는 않는다. 해바라기는 꽃을 피우는 영양소 합성을 위해 꽃봉오리가 피기 전까지만 해를 향해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꽃이 핀 후에는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꽃에는 광합성(光合成) 기능이 없으므로 주광성(走光性)도 없다.   

 

해바라기(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월현, 2005. 9. 18)

그리스에 전해오는 해바라기에 얽힌 전설이 있다. 그리스 어느 연못에 바다신의 딸인 두 자매가 살았다. 자매에게는 해진 후부터 동틀 때까지만 연못 위에서 놀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그러나 동이 트고 태양신 아폴로가 빛을 발하자 자매는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그 황홀한 빛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자매는 아폴로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언니는 동생이 규칙을 어겼다고 말해 동생이 죄수로 갇혔다. 언니는 아폴로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하였으나 아폴로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 그녀는 며칠간 아폴로의 사랑을 애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발이 땅에 뿌리박혀 한 포기 꽃으로 변했다. 그 꽃이 바로 해바라기라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해바라기 신화는 사실 후세에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해바라기는 금잔화나 천수국처럼 15~17세기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해바라기(충주 계명산 막은대미재, 2015. 9. 24)

해바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해바라기속의 한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헬리안투스 아누스 린네(Helianthus annuus L.)이다. 영어명은 선플라워(Sunflower)이다. 영어명 'sunflower'는 'helios'(태양)와 'anthos'(꽃)의 합성어인 속명 헬리안투스(Helianthus)를 번역한 것이다. 일어명은 히마와리(ヒマワリ, ひまわり, 向日葵)이다. 중국명은 샹르쿠이(向日葵)이고, 이명에는 쿠이화(葵花), 왕르쿠이(望日葵), 샹양화(向阳花), 차오양화(朝阳花), 샹르롄(向日莲) 등이 있다. 해바라기 씨는 쉬에모즈(雪末籽)라고 한다. 해바라기를 향일화(向日花), 조일화(朝日花), 규곽(葵藿)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일편단심, 당신을 사랑합니다. 기다림, 동경, 숭배, 의지, 신앙' 등이다. 

 

해바라기의 원산지는 라틴아메리카이다. 해바라기속 식물은 약 60종 이상이 있다. 약 2,000~3,000년 전부터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식량작물로 해바라기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탐험가 콜럼부스를 통해 1510년 스페인으로 건너갔다. 1600년대 후반에는 러시아 땅에 도착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특히, 러시아, 유럽의 중부와 동부, 인도, 페루, 중국 북부에서 많이 심는다. 해바라기는 페루의 국화(國花)이자 미국 캔자스 주의 주화(州花)이다. 한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해바라기(충주시 연수동 연원시장, 2021. 10. 6)

해바라기의 키는 3m까지 자란다. 줄기 전체에는 가는 센털이 있다. 잎은 대형이고 어긋나기하며, 엽병이 길다. 잎 모양은 심장상 달걀모양 또는 타원상 넓은 달걀모양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 길이는 10~30cm로서 가장자리에 큰 톱니가 있으며 3행맥이다.

 

꽃은 8~9월에 핀다. 꽃 지름은 8~60cm로서 옆을 향해 달린다. 가장자리의 혀꽃은 밝은 노란색이며 중성화이다. 통상화(筒狀花)는 갈색 또는 황색이며 양성화이다. 총포는 반구형이며, 포편은 난상 피침형으로서 끝에 긴 연모(軟毛)가 있다. 해바라기 꽃 한 송이에는 500~2,000개 정도의 관상화가 있으므로 열매도 그만큼 생긴다. 열매는 수과이다. 수과는 거꿀달걀모양 또는 아원형이고 백색 또는 회색이며 흑색 줄이 있다. 길이는 9mm, 나비 4~8mm로서 끝부분을 제외하고는 평활하다.

 

해바라기(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20. 10. 15)

해바라기는 꽃이 특이해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씨는 견과류로 식용한다. 종자를 대량 재배하여 식용유를 짠다. 해바라기 씨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고급 불포화 지방산 많이 들어 있다. 옛 소련에서 기름용으로 개발한 품종들은 씨가 검은색을 띠고 기름을 50% 정도 함유한다. 기름은 비누, 도료의 원료로 쓰인다. 해바라기 기름은 세계에서 콩기름과 야자유 다음으로 중요한 식물성 기름이다. 종자의 대량 재배를 위해 많은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꽃잎은 말린 뒤 우려내서 차로 마신다. 줄기는 제지에 이용한다.

 

해바라기의 종자는 향일규자(向日葵子), 뿌리는 향일규근(向日葵根), 줄기의 속(莖隨)는 향일규경수(向日葵莖隨), 잎(葉)은 향일규엽(向日葵葉), 꽃(花)은 향일규화(向日葵花), 꽃턱(花托)은 향일규화탁(向日葵花托), 종자 껍질(果殼)은 향일규각(向日葵殼)이라고 한다. 향일규자는 옹농(癰膿)을 속까지 없애는 효능이 있다. 혈리(血痢)를 치료한다. 해바라기유(油)는 기(氣)를 소통(疏通)해서 농(膿)을 제거한다. 향일규근은 이변불통(二便不通), 타박상, 위장흉통(胃腸胸痛), 협륵체통(脇肋滯痛), 소갈인음(消渴引飮), 감창유황수(疳瘡流黃水)를 치료한다. 또, 윤장통변(潤腸通便)한다. 향일규경수는 혈림(血淋), 요로결석(尿路結石), 유탁뇨(乳濁尿), 소변불리(小便不利), 배뇨곤란(排尿困難) 등을 치료한다. 향일규엽은 고미건위제(苦味健胃劑)다. 향일규화는 거풍(祛風), 명목(明目)의 효능이 있어 두혼(頭昏), 면종(面腫)을 치료하고 분만(分娩)을 촉진한다. 향일규화탁은 두통, 목혼(目昏, 눈이 침침해지는 것), 치통(齒痛), 위복통(胃腹痛), 월경통, 창종(瘡腫)을 치료한다. 향일규각은 이명(耳鳴)을 치료한다. 향일규자~향일규각은 '동의보감'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수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향일규자~향일규각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해바라기(충주시 교현동 주공아파트, 2019. 10. 23)

해바라기의 유사종에는 뚱딴지(돼지감자)가 있다. 뚱딴지(Helianthus tuberosus L.)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머리모양꽃차례는 지름 8cm 정도이다. 땅속줄기 끝이 굵어져서 덩이줄기가 발달하는 것이 해바라기와 다르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길이 15cm 내외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하늘을 향한다. 

 

2022. 3. 10.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