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한라새우난초 '미덕, 겸허, 성실'

林 山 2022. 6. 23. 12:39

2022년 5월 초순경 경기도(京畿道) 포천(抱川)에 있는 국립수목원(國立樹木園)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정문에는 때마침 한라새우난초가 활짝 피어 있었다. 한라새우난초는 뿌리줄기가 새우(蝦)의 등을 닮았고, 제주도(濟州島) 한라산(漢拏山)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라새우난초(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한라새우난초는 식물계(植物界, Plantae)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Angiospermae) 백합강(百合綱, Liliopsida) 백합아강(百合亞綱, Liliidae) 난초목(蘭草目, Orchidales)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 새우난초속(Calanthe)의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 등재(登載) 한라새우난초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칼란테 스트리아타 R.브라운 엑스 스프렝겔(Calanthe striata R.Br. ex Spreng.)이다. 한국 야생란 한살이백과 등재 학명은 Calanthe bicolor Lindl.이다. 이 학명은 국표에 이명(異名, synonymy)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라새우난초는 국가생물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 국립생물자원관(국생관) 미등재종(未登載種)이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칼란테(Calanthe)'는 '아름다운(beautiful), 좋은(nice)'이란 뜻의 그리스어 형용사 '칼로스(kalos)'와 '꽃(blossom)'이란 뜻의 그리스어 명사 '안테(anthē)'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명사다. '꽃(flower)'이란 뜻의 그리스어 '안토스(anthos)와 비슷한 말이다. 아름다운 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스트리아타(striata)'는 '고랑이 있는, 주름진(furrowed), 홈이 있는(grooved, fluted), 줄이 있는(striated)'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분사 '스트리아투스(striātus)'의 여성형이다. 깊은 주름이 진 잎을 표현한 이름이다.

 

'R.브라운(R.Br.)'은 UK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 1773~1858)이다. 브라운은 에든버러 대학 의학부를 나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서 식물 조사를 했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스프렝겔(Spreng.)'은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의사 쿠르트 폴리카르프 요아힘 스프렝겔(Kurt Polycarp Joachim Sprengel, 1766~1833)이다. 스프렝겔은 1826년 'Systema vegetabilium [Caroli Linnaei ... ]. Editio decima sexta. Gottingae'에서 최초로 학명 Calanthe striata R.Br. ex Spreng.을 출판했다.

 

국표, 한국 야생란 한살이백과 등재 국명(國名, common name)은 한라새우난초(추천명), 큰새우난초 등이 있다. 큰새우난초는 새우난초보다 전체적으로 대형이고, 꽃도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라새우난초의 꽃말은 '미덕(美德), 겸허(謙虛), 성실(誠實)'이다.

 

국표 등재 한라새우난초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할라 스트리아타 칼란테(Halla striata calanthe)다. '한라산(Halla) 잎이 주름진(striata) 새우난초속(calanthe) 식물'이란 뜻이다.

 

일본어판 YList 등재 한라새우난초의 일문명(日文名, Japanese name)은 타카네(タカネ, 飴)다. 타카네(飴)는 꽃이 엿 또는 조청(飴) 색을 띠고 있어서 그 옛 이름 타카네(タカネ)를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YList에는 소노에비네(ソノエビネ, 園海老根, Makino 1889), 타카네에비네(タカネエビネ, 高嶺海老根) 등의 별명(別名, Synonym)이 실려 있다.

  

한라새우난초(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한라새우난초는 한국 국가적색목록(Redlist)에 정보부족(DD)으로 평가되어 있다(국표). 한라새우난초는 제주도의 산림 아래에서 난다. 주변 습도가 높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자란다. 한라새우난초는 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의 교잡종으로 알려져 있다(한국 야생란 한살이백과).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도 한라새우난초 자생지가 발견되었으나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불법 도채(不法盜採)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한국 야생란 한살이백과). 

타카네(飴, 한라새우난초)는 에비네(エビネ, 海老根, 새우난초)와 키에비네(キエビネ, 黄海老根, 금새우난초)의 자연 교잡종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독립종이라는 설도 있다. 한라새우난초(飴)는 생태와 형태에서 새우난초(海老根)와 금새우난초(黄海老根)의 특징을 갖고 있다. 꽃의 모양이나 색채 변이가 심해 새우난초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금새우난초에 가까운 것까지 다양하다. 새우난초의 입술판(唇弁) 중열편(中裂片) 선단부(先端部)는 오목하고 금새우난초는 뾰족하지만, 한라새우난초는 중간적 특징을 갖고 있다(四国の野生ラン エビネ属)

 

한라새우난초(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한라새우난초의 키는 30~50㎝ 정도이다. 뿌리줄기는 짧고, 알뿌리는 달걀 모양(卵形)으로 2~3개가 연결된다. 줄기는 새 잎이 자라기 전에 30~50cm 정도로 자라며 짧은 털이 많다. 잎 길이는 10~30cm, 너비는 5~8cm이다. 잎은 긴 타원형(長楕圓形)으로 깊은 주름이 지고 3~5장이 안에서 자란다. 잎은 이듬해 봄에 쓰러진다.   

꽃은 4~5월에 핀다. 20~40cm의 꽃대 윗부분에 10~20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위로 올라가며 핀다. 꽃은 주로 주황색(朱黃色)이지만 색의 변이가 심하다. 꽃잎은 길이 1.2~1.5cm, 너비 1.5~2cm로 부채꼴 모양(扇形)이다. 아래 입술 모양의 꽃잎은 밑으로 처지고, 3갈래로 갈라지며, 너비는 0.7~1cm 정도이고, 밑으로 처지는 돌기는 없다. 열매는 9~10월경에 밑으로 처지며 달린다.

한라새우난초는 더위와 추위에 강하고 재배가 쉬워 난초 애호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잎이 크고 꽃이 아름다우며 꽃 색도 다양해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한라새우난초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한때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제주도 현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보호 노력이 이루어지면서 자생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라새우난초(포천 국립수목원, 2022. 5. 8)

 

국표 등재 한라새우난초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에는 금새우난초(Calanthe sieboldii Decne. ex Regel.), 다도새우난초(Calanthe insularis S.H.Oh, H.J.Suh & C.W.Park), 붉은새우난초(Calanthe rubra S.H.Oh, H.J.Suh & C.W.Park), 새우난초(Calanthe discolor Lindl.), 신안새우난초(Calanthe aristulifera Rchb.f.), 여름새우난초(Calanthe reflexa Maxim.) 등 6종이 있다.

금새우난초(Island golden calanthe, Siebold's hardy calanthe orchid, Siebold's hardy orchid, キエビネ, 黄海老根, 大黄花虾脊兰)의 원산지는 조선(朝鮮), 일본 , 중국, 타이완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 경북 울릉도, 충남 안면도, 전남 신안군, 완도군 등에 자생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키이반도(紀伊半島) 이남, 시코쿠(四国), 큐슈(九州)에 난다. 땅속줄기는 염주 모양이고, 마디가 많으며 옆으로 뻗는다. 꽃은 4~6월 꽃줄기 끝의 총상꽃차례에 밝은 노란색으로 달린다. 꽃에서 향기가 조금 난다. 새우난초에 비해 꽃이 노란색이라서 구분된다. 금새우난, 노랑새우난초라고도 부른다.

다도새우난초(Bicolor Island calanthe)는 한강토,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신안에 난다. 뿌리는 염주 모양이다. 꽃은 5월에 핀다. 꽃자루는 가는 털이 산포하고, 다수의 꽃이 수평으로 달린다. 꽃 색은 연한 황색에서 백색까지 다양하며 간혹 외화피편과 순판을 제외한 내화피편에 연한 홍갈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새우난초와 신안새우난초의 자연잡종으로 추정되며(Karasawa and Isida, 1998; Ito, 1979; Hong et al., 2010) 일본에서 들여온 개체들을 다도새우난초라는 이름으로 재배하여 왔다. 국내에서는 Hong et al.,(2010)에 의해 자생지가 보고 되었으며, 국명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도새우난초로 하였다.

붉은새우난초(Red Island calanthe)는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국생관 미등재종이다. 금새우난초, 다도새우난초의 꽃은 노란색이지만 이 종은 꽃이 자줏빛이 도는 적색(赤色)이어서 노란색 꽃이 피는 금새우난초, 다도새우난초와 구분된다. 꽃의 크기는 다도새우난초와 금새우난초에 비해 조금 작다. 오상훈, 서화정, 박종욱이 2015년 학술지 'Phytotaxa'에서 이 종의 학명을 최초로 출판했다.

새우난초(Common calanthe, エビネ, 海老根, 虾脊兰)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이다. 한강토에서는 충남 태안군, 전남 가거도, 전북 변산반도, 경남 거제도, 제주도에 분포한다. 근경은 포복성이고 마디가 많으며 염주형이다. 수염뿌리가 다수 있다. 꽃은 4~5월에 10여개의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자줏빛이 도는 갈색이다, 꽃잎은 백색, 연한 자주색 또는 적자색이다.

신안새우난초(Sinan calanthe, キリシマエビネ, 霧島海老根, 翘距虾脊兰, 翘距根节兰, 垂花根节兰)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혼슈 키이반도 서쪽, 시코쿠, 큐슈, 이즈제도(伊豆諸島), 아마미오오시마(奄美大島)에 분포한다. 2017년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신규 지정된 식물이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신안에 난다. 꽃은 5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순판은 부채 모양으로 붉은색을 띠는 3줄의 돌기가 있으며, 3개의 열편으로 갈라지고, 가운데 열편은 끝이 뾰족하게 돌출된다. 거는 내화피편보다 길고 자방보다 위로 올라간다. 자방은 털이 있다. 잎 뒷면에 털이 있고 거가 있어 새우난초속 다른 종들과 구별된다. 새우난초와 미지의 종과 자연교잡종이다.

여름새우난초(Summer-flowering calanthe, ナツエビネ, 夏海老根, 镰萼虾脊兰, 反瓣虾脊兰, 反捲根節蘭、捲萼根節蘭)는 전남 흑산도, 진도, 제주도 등에 드물게 자란다. 세계적으로 타이완, 일본, 중국 등에도 분포한다. 짧은 뿌리줄기 밑에서 많은 수염뿌리가 난다. 가짜비늘줄기는 난상 구형으로 2~3개가 옆으로 연결된다. 꽃은 8월에 연한 홍자색으로 핀다. 꽃줄기 윗부분에 10~20개의 꽃이 총상으로 달린다. 여름에 꽃이 피기 때문에 봄에 피는 다른 새우난초속 식물들과 구분된다.

2022. 6. 23. 林 山. 2024.5.9.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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