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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윔블던] '흙신' 라파엘 나달 3회전 진출, 베란키스 3-1 격파

林 山 2022. 7. 1. 11:56

'클레이 코트의 제왕' 라파엘 나달(에스빠냐, 세계 순위 4위)이 2022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에 이어 2022 윔블던 챔피언쉽 테니스 대회 제패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에스빠냐의 황소' 나달은 6월 30일 10시 45분(한국 시간) 영국 런던 머튼 구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리카르다스 베란키스(리투아니아, 106위)를 3-1(6-4, 6-4, 4-6, 6-3)로 힘겹게 물리치고 3회전에 올라갔다. 남녀 단식 3회전 진출 상금은 12만 파운드(약 1억8,900만원)이다.

 

1회전에서 샘 퀘리(미국, 85위)를 3-0(6-4, 7-5, 6-3)으로 완파하고 올라온 베란키스는 그랜드 슬램 대회 22회 우승에 빛나는 '살아 있는 전설' 나달을 맞아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패하고 말았다. 1회전에서 프란시스코 세룬돌로(아르헨티나, 41위)를 3시간 33분의 혈투 끝에 3-1(6-4, 6-3, 3-6, 6-4)로 이기고 올라온 나달은 2회전에서도 3시간이 넘는 경기를 펼친 끝에 다시 한번 베란키스에게 진땀승을 거뒀다.   

 

라파엘 나달

2022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챔피언 나달은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으로 2022 윔블던 참가가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나달은 신경에 열을 가하여 장기간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고주파 절제술을 받은 후 윔블던에 참가해 본선 2회전을 통과함으로써 그랜드 슬램 22회 챔피언의 건재를 과시했다. 

 

두 선수는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나달은 강력한 서브에 이어 묵직하고 예리한 스트로크를 퍼부으며 베란키스를 몰아붙여 1, 2세트를 각각 6-4로 연속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베란키스는 반격에 나서 탄탄한 수비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역습으로 3세트를 6-4로 잡고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나달은 3세트에서 잔디 코트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심기일전한 나달은 4세트에 들어서자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순식간에 3-0으로 달아났다. 이때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센터 코트의 개폐식 지붕을 닫는 동안 약 1시간 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다시 코트에 들어선 나달은 4-1로 앞서갔다. 추격에 나선 베란키스는 3-5까지 따라붙으며 분전했다. 하지만 나달은 9번째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강서브로 상대를 압도하며 4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나달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13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킨 것이 결정적인 승인으로 작용했다. 베란키스는 더블 폴트(3-4)와 첫 서브 성공률(68%-66%)에서는 나달을 근소하게 앞섰고, 첫 서브 득점률(67%-72%)과 서비스 포인트(77-81)에서는 근소하게 뒤졌다. 하지만, 에이스(3-13)와 두 번째 서브 득점률(50%-68%), 리시브 포인트(50-38)에서 나달에게 압도당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 베란키스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달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극복하지 못하고 2회전에서 탈락했다. 주로 챌린저 대회에서 활약한 베란키스는 ATP 투어에서 두 번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윔블던에서는 3회전까지 진출한 경험이 없다. 호주 오픈에서는 두 번, 프랑스 오픈에서는 한 번 3회전에 올라갔을 뿐이다.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보유한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현재 나달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은 22회로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 경쟁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쌍벽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위)와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97위)는 20회 우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나달이 2022 윔블던에 이어 2022 US 오픈까지 제패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생애 첫 캘린더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오픈 시대 이후 로드 레이버(호주, 은퇴) 단 한 명밖에 성공하지 못한 엄청난 대기록이다. 

 

2022 윔블던 챔피언쉽은 나달과 '무결점 테니스'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세계 1위 다닐 메드베데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이나 침략전쟁으로 제재를 받아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차세대 주자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2위)는 2022 프랑스 오픈에서 입은 발목 부상 수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페더러도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번 윔블던에서 조코비치는 1번 시드, 나달은 2번 시드를 받았다. 따라서 나달과 조코비치 모두 패하지 않고 올라갈 경우 결승전에서 만나게 된다. 2022 프랑스 오픈에서는 두 선수를 준준결승전에서 맞붙도록 시드 배정을 하는 바람에 아주 재미없는 대회가 되어버렸다.  

 

나달은 7월 2일 로렌조 소네고(이탈리아, 54위)와 16강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겨룬다. 코트와 경기 시간은 아직 미정이지만 센터 코트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소네고는 2회전에서 위고 가스통(프랑스, 66위)을 3-0(7-6, 6-4, 6-4)으로 완파하고 3회전에 올라왔다. 

 

백핸드 스트로크를 날리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한편, 밤 9시 1번 코트에서 열린 남자 단식 2회전에서는 차세대 주자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5위)가 조던 톰슨(호주, 76위)을  3-0(6-2, 6-3, 7-5)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3회전에 진출했다. 1회전에서 로베르또 까르바예스 바에나(에스빠냐, 87위)를 3-0(6-4, 6-1, 6-1)으로 이기고 올라온 톰슨은 세계 5위라는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치치파스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2021 프랑스 오픈 준우승이 그가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윔블던에서는 2018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것이 최고의 성적이다. 2021 윔블던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한 바 있다. 

 

치치파스는 7월 2일 열리는 3회전에서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 랭킹 40위)와 대결한다. 코트와 경기 시간은 아직 미정이다. 키리오스는 2회전에서 필리프 크라이노비치(세르비아, 31위)를 3-0(6-2, 6-3, 6-1)으로 완파하고 3회전에 올라왔다. 키리오스는 치치파스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1패로 우위에 있다. 지난달 15일 열린 독일 할레 오픈 16강전에서는 키리오스가 2-1(5-7 6-2 6-3)로 치치파스를 이겼다.

 

키리오스는 단식에 전념하기 위해 타니스 코키나키스(호주, 79위)와 짝을 이뤄 출전하기로 예정된 남자 복식 1회전을 포기했다. 대진표에 따르면 키리오스-코키나키스 조의 볷기 1회전 상대는 권순우(당진시청, 81위)-알야즈 베데네(슬로베니아, 200위) 조였다. 키리오스-코키나키스 조는 지난 1월에 열린 2022 호주 오픈 남자 복식에서 우승한 세계 최강 팀이다. 물론 이번 윔블던에서도 남자 복식 우승 후보 0순위였다. 

 

키리오스의 복식 경기 포기 결정에 따라 코키나키스도 남자 복식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코키나키스는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3(1-6, 4-6, 2-6)으로 패해 3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권순우-베데네 조의 남자 복식 1회전 상대는 디에고 히달고(에콰도르, 94위)-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콜롬비아, 424위) 조로 교체되었다. 7월 1일 14번 코트에서 열린 1회전 경기는 히달고-로드리게스 조가 1세트 1-0(7-6), 2세트 게임 스코어  3-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연기되었다. 

 

키리오스는 숱한 기행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다. 키리오스의 윔블던 성적은 별로 좋지 않다. 2014 윔블던에서 8강까지 진출한 이후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1 윔블던에서는 3회전에서 탈락했다.

 

키리오스는 이번 윔블던에서도 신사답지 못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회전 경기를 마친 키리오스는 자신과 말다툼을 벌인 관중이 있는 곳을 향해 침을 뱉었다. 이 행동으로 또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키리오스는 2022 BNP 파리바 오픈과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격하게 항의했다가 6만 달러(약 7천750만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7월 1일부터는 남녀 단식 3회전 경기가 벌어진다. 밤 10시 2번 코트에서는 남자 단식 3회전 야닉 시너(이탈리아, 13위)-존 이스너(미국, 24위)의 경기가 열린다. 10시 45분 센터 코트에서는 메인 이벤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3위)-미오미르 케크마노비치(세르비아, 30위)의 대결이 펼쳐진다. 11시 30분에는 10대 돌풍의 주인공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7위)-오스카 오테(독일, 36위)의 경기가 벌어진다. 다음날 오전 12시 45분 센터 코트에서는 영국의 희망 캐머런 노리(12위)-스티브 존슨(미국, 93위)의 경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