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세계 순위 2위)가 아프리카-아랍 국가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 슬램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자베르는 7월 7일 밤 9시 45분(한국 표준시간) 센터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절친 타티아나 마리아(독일, 103위)를 2-1(6-2, 3-6, 6-1)로 제압하고 생애 첫 윔블던 결승에 올라갔다. 자베르는 결승 진출과 함께 상금 105만 파운드(약 16억3,700만 원)를 확보했다.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200만 파운드(약 31억1,800만원)이다.
WTA 투어 최초의 아랍 국가 출신 선수 우승자인 자베르는 윔블던에서 아프리카-아랍 지역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자베르는 이번 대회 여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남녀를 통틀어 아랍 국가 출신 선수로서 최초로 그랜드 슬램 대회 4강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남자 선수 중에는 이스마엘 엘 샤페이(이집트), 유네스 엘 아이나위와 히참 아라지(이상 모로코)가 메이저 대회 4강에 오른 적은 있었다.
자베르는 아랍 국가 출신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2020 호주 오픈 8강에 진출한 이후 2021 윔블던에서도 8강까지 올라간 바 있다. 이번 윔블던에서 자베르는 아프리카-아랍 국가 남녀 선수 통틀어 그랜드 슬램 대회 4강에 이어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마리아는 두 딸의 어머니이자 34살의 노장으로 지난 2020년 둘째를 임신한 뒤 휴식을 선언했다. 둘째 딸 출산 후 코트에 복귀한 마리아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윔블던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전까지 마리아가 거둔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15 윔블던 3회전 진출이었다. 마리아 이전에 만 34세에 윔블던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선수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빌리 진 킹, 크리스 에버트, 비너스 윌리엄스, 세리나 윌리엄스 등 이른바 '테니스 전설'들뿐이었다.
자베르와 마리아는 7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베큐도 함께 먹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마리아의 첫 딸 샤를로트는 자베르를 이모라고 부른다. 그런데, 평소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들이 윔블던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것이다.
두 선수는 1세트 첫 게임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자베르는 마리아의 끈질긴 백핸드 슬라이스를 무력화시키며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잡고 3-1로 달아났다. 자베르는 막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반격에 나선 마리아는 2-4까지 추격했지만 7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며 게임 스코어는 2-5로 더 벌어졌다. 이어 자베르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1세트를 6-2로 따냈다.
2세트는 자베르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마리아는 이번 경기 첫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3-1로 앞서갔다. 마리아는 끈질긴 슬라이스 공격으로 자베르의 범실을 유도하며 4-1로 달아났다. 이후 마리아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2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3세트에 들어서 자베르는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마리아를 압박하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강서브와 백핸드 스트로크가 살아나고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패싱샷에 힘입어 자베르는 순식간에 5-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마리아는 1게임을 따내며 분전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베르는 3세트를 6-1로 가볍게 따내고 대망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자베르가 그랜드 슬램 결승에 오른 최초의 아프리카 여성이 되는 순간이었다. .
경기가 끝나자 자베르와 마리아는 네트로 달려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날 경기 승리로 자베르는 마리아와의 상대 전적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자베르는 서브 에이스 4개를 성공시킨 반면에 마리아는 단 하나의 에이스도 기록하지 못했다. 더블 폴트도 마리아가 상대보다 3개 많은 5개를 범했다. 마리아는 첫 서브 성공률(56%-53%)과 서비스 포인트(55-51)에서는 상대를 앞섰다. 반면에 자베르는 첫 서브 득점률(58%-54%)에서 앞서는 한편 두 번째 서브 득점률(72%-60%)과 리시브 포인트(44-23), 위너(39-17)에서 상대를 압도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범실은 자베르가 마리아보다 3개 많은 30개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자베르는 “수년 간의 노력과 희생으로 꿈이 실현되고 있다. 성과를 내고 있어 정말 기쁘고 이제 한 경기를 더 치르겠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저배르는 이어 “나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자랑스러운 튀니지 여성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영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튀니지뿐만이 아니다. 나는 투어에서 점점 더 많은 아랍-아프리카 선수들을 보고 싶다. 나는 단지 게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자베르의 결승전 상대는 신예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23위)이다. 리바키나는 7월 7일 밤 10시 45분 센터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2019 윔블던 챔피언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18위)을 2-0(6-3, 6-3)으로 완파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라갔다. 리바키나의 이전 그랜드 슬램 대회 최고 성적은 2021 프랑스 오픈 8강전 진출이다. 자베르-리바키나의 결승전은 7월 9일 밤 10시 센터 코트에서 열린다. 두 선수 중 누가 이기던지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스포츠 레저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 윔블던] 엘레나 리바키나 여자 단식 우승, 자베르에 2-1 역전승 (0) | 2022.07.10 |
---|---|
[2022 윔블던] '무결점' 노박 조코비치, '악동' 닉 키르기오스와 결승 격돌 (0) | 2022.07.09 |
[2022 윔블던] '챔피언의 귀환' 시모나 할렙 4강행, 장신 리바키나와 준결승 격돌 (0) | 2022.07.07 |
[2022 윔블던] '흙신 라파엘 나달 4강행, '악동' 닉 키리오스와 준결승 (0) | 2022.07.07 |
[2022 윔블던]'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 절친 타티아나 마리아와 준결승 (0) | 2022.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