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조형예술의 모든 것

홍성국 초대전 '응시 - 인간, 자연, 사회'

林 山 2023. 3. 9. 12:46

홍 성 국 초 대 전

Hong Seong Gook Solo Exhibition

 

응시 - 인간, 자연, 사회

 

홍성국 개인전 '응시 - 인간, 자연, 사회' 포스터

전시 기간 : 2023년 3월 9일(목요일)~3월 18일(토요일)

전시 장소 : 나인갤러리(광주광역시 동구 예술길 20-6)

나인갤러리 : 062-232-2328

응 - 사유, 45x15cm, 먹, 한지, 캔버스

작가 노트 - 홍성국

이성과 양심과 진실이 지배하는 사회, 인간의 고양된 정신과 품격있는 사회를 나는 갈망한다. 작품에서의 장식성과 감성을 자제하고 이성적 절제미를 추구하는 이유다. 나의 작품 활동의 대부분은 인간. 자연. 사회의 조화로운 관계를 위한 모색과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민중미술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형 방법은 자신만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도모하고자 부단히 탐색하고 고뇌한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과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라는 소설 제목의 기억은 창작 활동에 특별한 영향을 주었다. 

1970년대의 유화작업과 '80년대 초의 문인화와 한국화 그리고 후반의 혼합매체를 이용 한 작업시기에 이은 '93년의 첫 개인전 주제는 '터'이다. 기존의 법과 재료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에 대한 질책과 충고도 있었지만 그것은 또 다른 영감을 주고 받는 자리가 되었다. '90년대 후반의 먹추상 작품들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심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2008년도의 혼합매체작업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주제전에서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사회에서의 소외되고 지친 영혼들의 아픔을 달래고자 했다. 지난 2019년의 서울과 광주전은 인간의 절제와 연대로써 촛불혁명정신을 구현하고 적폐 청산과 남.북.미 평화회담의 성공을 염원하는 작업이었다.

 

응시 - 역사, 85x90cm, 먹, 한지, 판넬

'응시'는 이번 전시의 화두로써 나로부터의 변혁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주장을 담는다.

 

<이젠 절박하다. 결자해지의 시간이다. 사유와 대성찰로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과 자연과 사회를 응시하자. 기후재앙은 현실이 되었고 코로나19 펜데믹은 인류의 대각성을  촉구한다. 승자독식의 탐욕과 생각 없는 줄세우기와 빨리빨리라는 저급하고 치욕스런 문화에서 이젠 탈피하자. 사람의 의식과 가치기준을 경제논리로만 세뇌시키는  내 안팎의 일상들에서 결별하고 진실이 지배하 는 세상으로의 담대한 대전환을 시작하자. 그리하여 미래세대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세상으로의 전망을 세워나가자!>

 

'응시'는 시대를 향한 포효이다.

 

홍성국

 

응시 - 수난, 60.6x72.7cm, 아크릴, 캔버스
응시 - 연대, 800x165cm, 먹, 천
응시 - 분노, 105x70cm, 아크릴, 판넬
응시 - 서울의 하늘, 72.7x60.6cm,&nbsp; 아크릴, 판넬
응시 - 성찰, 83x86cm, 먹, 천, 판넬
응시 - 연대, 135x69cm, 먹, 천, 판넬
응시 - 인간,자연,사회 1, 162.2x130.3cm, 먹,천,폐기물

따뜻한 시선과 응시 - 김찬호(미술평론가)

 

홍성국은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환경과 생태, 사회적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 유화 작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들어와 한국화에 다양한 기법과 소재를 활용해 작업했다. 1994년 인재미술관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 <터>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는 붉은 황톳빛 남도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희재 문장호(文章浩, 1939-2014)는 “필법과 화법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한 조형화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했고, 미술평론가 장석원은 “강렬한 욕구를 끊임없이 내뱉고 싶은 기질”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2000년에 들어와 선보인 <평화 기원도> 시리즈는 불의에 저항하는 연대의 깃발과 촛불을 상징적으로 작품화해 모두가 잘 사는 대동사회大同社會를 꿈꾸고 있다. 

작품은 시대현실의 거울이다. 2023년 ‘응시’전은 지금의 시대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작가의 사회에 대한 시각을 따뜻한 시선과 응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렇듯 작품 속에는 인간과 자연과 사회가 살아 숨 쉬고 진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의 담대한 대전환을 시작하자는 기원이 담겨있다. 

홍성국은 "작가의 소명은 창작이다. 내 작품을 미술의 한 장르 안에 한정시키고 싶지 않다. 리얼리티Reality의 경계를 뛰어넘어 내면을 압축해 드러내는 심상의 언어를 추상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예술가의 올바른 정신적 상태는 준비 과정과 제작 과정, 기술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상황적인 것과 대상적인 것이 물 흐르듯 서로 교류하며 달성된다. 작가는 리얼리티를 뛰어넘어 물상을 압축해서 드러내는 추상으로, 꿈과 이상을 기호화 상징화한 추상 작업을 보여준다. 상징적 기호와 색채를 통해 추상적 조형으로 자신이 느끼는 평등한 사회적 연대, 시선과 응시의 담론을 화면에 펼쳐내고 있다.   

 

응시 - 인간,자연,사회 2, 162.2x130.3cm, 먹,천,폐기물

응시Gaze는 내가 타자를, 또 타자가 나를 바라봄을 의미한다. 응시는 감춤에 의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 보인다. 이성을 통해 형태를 파악하는 것을 시선이라고 한다면, 색의 파동으로 다가오는 것을 응시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에는 개인이 바라보는 사회적 응시와 사회를 바라보는 개인의 응시가 함께 하고 있다. 작가의 세상에 대한 응시는 그의 작업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응시>(2023)는 그가 90년대 추구했던 수묵을 끄집어와 단순함과 깊이감을 통해 내면의 울림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예술 사조나 재료의 경계에 머물지 않고 매번 다양한 실험을 즐겼다. 캔버스 대신 천이나 재활용 박스 등을 사용했고, 먹, 유채, 수채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했다. 그가 활용한 재료는 일상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과를 의도하지 않고 자유롭게 여러 형태를 조합해 새로운 형상에 색조를 더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번 전시의 작품을 보면 이성적 절제에서 오는 단순함, 역동적 필치에서 오는 터질듯한 강렬함을 보여준다. 또한 매체의 다양화를 통해 선과 면이 어울려 이루어지는 선율을 느끼게 한다. <평화 기원도>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단일한 색과 기하학적 질서는 사회적 연대 의식이 내면에 응축되어 나타나고 있다면, <서울의 하늘>(2023)은 한 화면에서 응축과 발산, 정적과 동적, 안정과 불안이 교차되어 드러나고 있다. 붉은색은 화산이 곧 분출되어 터질듯한 불안감을 보여주고, 하늘에 떠 있는 새들은 어지럽게 흩어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바로 여기의 사회적 문제를 단순한 색조와 조형감으로 작가는 시대현실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있다. 이렇듯 작가의 작품은 예술 자체이자, 사회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은 시선에서 응시로 보이는 것을 감추고, 감추어진 내면의 진실을 표현한다. 작가는 기후 생태 문제에 주목하고 있으며, 인간‧자연‧사회의 조화로운 상호관계를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억압과 이기심이 지구촌을 위험하게 만들었다. 베토벤은 “나보다 더 전원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숲과 나무와 바위는 인간의 욕심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자연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생성하고 소멸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자연에서 법을 얻는다. 작가는 오늘도 따뜻한 시선과 응시로 세상을 관조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인간, 자연, 사회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글쓴이 김찬호(미술평론가)

 

응시 - 전망, 85.5x85.5cm, 먹, 아크릴

#홍성국 #응시 #나인갤러리 #초대전 #그림 #화가 #김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