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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응답하는 여섯 가지 길 - 신남호

林 山 2023. 7. 27. 05:33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응답하는 여섯 가지 길

 

신남호  인천교육청 대안교육 자문관, 교육칼럼니스트

꿈 많았던 한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제어되지 않는 학생의 공동체성 결핍, 학생지도와 같은 기피업무로 인한 것이라면, 이는 개인적이고 우연적인 죽음을 뛰어 넘는다. 이는 곧 사회적 타살의 성격을 띤다. 짚어야 할 것을 6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사건을 학생인권과 교권의 대립구도로 단순화시켜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문제의 원인진단을 흐리게 할 뿐이다. 학생인권 때문이 아니라 교육권의 확립이 안 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우선, 아동학대방지법을 교사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교육관련법을 고쳐서 교사의 학생지도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부모와 빚어지는 갈등에 대비해 학교 및 지역교육 전담 변호사를 대폭 확충할 수 있어야 한다. 대체로 미국에서 일찍부터 부당한 교육권 침해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발 벗고 나서서 전문 변호사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관련도서: 김승운, 미국 교사를 보면 미국 교육이 보인다, 2009). 그러나 한국은 무방비 상태다.

 

둘째, 새내기 교사 및 기간제 교사들에게 기피 업무를 전담시키는 관행을 끊고 행정 업무 전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교사들에게 아무런 법적 의무도 없는 행정업무를 부담지우고 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자리배치를 행정부서 중심으로 하는 등 ‘교육논리’가 아니라 ‘행정논리’를 중심으로 학교가 움직이고 있을 정도다. 교육기관에 교육이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셋째, 경쟁 교육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력, 직업별 임금 불평등부터 바로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입시학원이 가장 밀집한 강남구다. 무기경쟁 같은 극한의 입시경쟁이 더욱 표면화된 곳에서 학부모들은 더욱 더 불안의 메카니즘에 의해 지배된다. 자녀를 입시전사로 키워내야 한다는 강박증은, 때로 한 자녀를 둔 데서 비롯되는 과잉보호까지 겹쳐 초등학교 그것도 새내기 교사의 교권을 간과하기 쉽게 만든다.

 

넷째, 교육 과정 운영 및 교재 제작 등의 자율성을 일선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어야 한다.

 

입시경쟁의 여파는 초등학교까지 미친 지 오래다. 극한의 교육경쟁을 완화시켜야 비로소 교사들이 발표 및 토론수업을 기획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 및 학부모와 함께 하는 벼룩시장, 학예회, 독서토론대회 등을 구상할 수 있다.

 

이 때 마땅히 학부모와 교사들의 교육적이고 인간적인 교감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교사에 대한 이른바 갑질 민원이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이다. 현재 북서유럽의 학교문화가 이에 가장 가깝다. 학생을 다그치는 문화는 교사도 다그치게 되어 있다.

 

프랑스처럼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교실 의자를 빙 둘러 배치해 앉아 교사와 함께 철학 수업의 주제로 ‘우정’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은 한국에서 언제 발견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 그간 얘기되어 온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은 사실상 빈 말이다.

 

다섯째, 교사의 교육적 욕망을 꺾는 데에는 학교의 교사조직이 교장을 정점으로 서열화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위계적이고 제왕적 교장상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새내기 교사들 및 계약직 기간제 교사들은 자기표현을 사실상 거의 못한다.

 

따라서 시대착오적인 교장승진제도를 전면 손보고, 프랑스처럼 교장을 교내에서 선출하거나 다른 대부분의 나라와 같이 교장을 공모제로 전환하여 민주적인 교장상으로 재편해야 한다. 전근대적인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곳에서 약자의 희생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해왔으나 현 기득권층이 전혀 응답하지 않고 있다.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들의 부재가 우리 교육정책의 난맥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교사의 죽음에 대해 황선준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도 그 대안으로 교사의 참정권 보장을 제안하고 있다(기사제목: “선생님 자살은 학생 인권 때문이 아니다“, 2023.7.23. 민들레).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이 마련된 전북교육청 로비(사진 지성배 기자)

외국어대 전학선 교수가 다른 논문을 인용하여 이렇게 전한다. “프랑스에서 선출직으로 진출한 교원의 비율은 1981년 총선에서 전체 491석 중 167석을 차지한 이래, 1997년 총선의 경우 577석 중 150석으로, 이전 20여년 동안 의회에 진출한 직종 가운데 단일 직종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 교원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는 학부모가 교원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가 그 원동력인데, 교원으로서의 윤리의식과 이들이 행하는 교육에 대한 믿음이 사회적으로 교원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가능케 하고 있다(원출처: 신율, ”한국의 정치․교육현실과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초․중등교원 및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방향과 과제“, 2001).

 

2020년 보도에 의하면 독일은 교사출신이 81명으로 13%나 된다(2020.1.21. 프레시안. 기사제목: “우리 국회엔 왜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거의 없을까?). 한국은 국회교육위 활동을 하는 의원이 강민정 의원 1명뿐이다. ‘정치적 존재’로서의 권리가 교사들로부터 사실상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주권이 없는 한국의 교사들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단지 악성 민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교사의 죽음이 주는 메시지는 바로 이런 원인들을 찾아내 개선함으로써 또 다른 교사가 희생되지 않게 함은 물론이거나와 교육을 바로 세워달라는 것이다.

 

글쓴이 신남호 인천교육청 대안교육 자문관, 교육칼럼니스트

출처 : 교육플러스(http://www.edp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