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쪽 능선길을 따라가다가 성곽 바위틈에서 연분홍색 꽃이 피어 있는 향유(香薷)를 만났다. 척박한 바위 틈바구니에서 자라서 그런지 식물체가 왜소하고 여려 보였다. 부성(父性)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식물체가 너무 작아서 애기향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향유는 통화식물목(筒花植物目, Tubiflorales) 꿀풀과(Lamiaceae) 향유속(香薷屬, Elsholtzia)의 한해살이풀이다. 위키실록사전에는 이름 유래에 대해 '향유(香薷)라는 이름에서 향(香)은 향기가 있다는 의미이고, 유(薷)는 들깻잎과 같은 향기가 나며 맵지만 부드러우며 가늘다는 의미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향여(香茹)라는 이명(異名)이 나오는데, 채소로 먹을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항유의 꽃말은 '가을의 향기(香氣)'이다. 한자로 표현하면 '추향(秋香)'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노야기, 봄꽃향유, 봄향유, 흰향유 등의 이명(異名)이 실려 있다. 향유(추천명), 각시향유, 노야기, 바위향유, 애기향유, 좀향유 등의 북한명도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노야기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조선시대의 이두향명(吏頭鄕名)은 노야지(奴也只)였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 제중신편(濟衆新編), 산림경제(山林經濟) 등에는 '노야기'로 수록되어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국표, 국생정 등재 향유의 학명은 엘스홀치아 킬리아타 (툰베리) 힐랜더[Elsholtzia ciliata (Thunb.) Hyl.]이다. 속명 '엘스홀치아(Elsholtzia)'는 프로이센의 박물학자(博物學者) 요한 지기스문트 엘스홀츠(Johann Sigismund Elsholtz, 1623~1688)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킬리아타(ciliata)'는 '눈꺼풀, 안검(eyelid, palpebra)'이란 뜻의 라틴어 명사 '킬리움(cilium)'에서 기원한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카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힐랜더(Hy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균류학자 닐스 힐랜더(Nils Hylander, 1904~1970)이다. 그는 1953년 11월부터 죽을 때까지 웁살라 대학교 식물원의 큐레이터였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어명은 크레스티드 레이트-서머 민트(Crested late-summer mint)이다. '크레스티드(Crested)'는 '(조류나 동물이) 볏(돌기, 갈기)이 있는', '레이트-서머 민트(late-summer mint)'는 '늦여름 박하'이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일본명은 나기나타코우쥬(ナギナタコウジュ, 薙刀香薷)이다. '나기나타(薙刀)'는 '언월도(偃月刀), 왜장도(倭長刀), 또는, 그것을 사용하는 무술'이다. 나기나타는 겐페이(源平) 시대에 한창 사용되었지만, 에도(江戸)시대에는 무가의 여인들이 사용했다고 한다. '고쥬(香薷)'는 '향유'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가타가나 일본명에 한자어(漢字語)를 병기할 것을 제안한다. 중국명도 등재하면 좋겠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샹루(香薷)이다. 百度百科에는 샹루(香茹), 샹차오(香草)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향유는 일본, 쿠릴열도, 대만, 중국, 유럽에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산이나 들 또는 길가에 난다(국생정). 나기나타코우쥬(薙刀香薷)는 일본 재래종(在来種)이다. 일본(北海道, 本州, 四国, 九州), 중국, 몽골, 러시아, 인도,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타이, 베트남에 분포한다(FOM). 샹루속(香薷屬)속 식물은 약 40종이 있으며, 주로 아시아 동부에 분포한다(維基百科). 샹루(香薷)는 한강토, 러시아(시베리아), 몽골, 일본, 인도, 인도차이나반도, 중국에 분포한다. 유럽, 북아메리카에도 도입되었으며 재배도 한다. 중국에서는 신쟝(新疆), 칭하이(青海)를 제외한 전국 각지의 도로변, 산비탈, 황무지, 숲속 및 강둑에서 자란다(百度百科).
향유의 키는 30~60cm이다. 원줄기는 사각형이고 털이 있으며, 곧추서고 잎, 꽃과 더불어 강한 향기를 내뿜는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긴 달걀 모양이다. 잎 끝은 뾰족하고 길이 3~9cm, 너비 1~4(6)cm로서 양면에 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잎 밑부분은 예저(銳底)로서 엽병(葉柄)으로 흐른다. 엽병은 길이 0.5~2mm이다.
꽃은 8~9(10)월에 홍자색(紅紫色)으로 핀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서 나오는 화수(花穗) 길이는 5~10cm, 지름 7mm이다. 꽃은 화수 한쪽으로 치우쳐서 빽빽하게 달린다. 포(苞)는 둥근 부채 같고, 꽃받침보다 길거나 같으며, 때로는 자줏빛이 돈다. 꽃받침은 종형(鐘形)이며 5개로 갈라지고, 열편(裂片)은 끝이 뾰족하며 털이 있다. 꽃부리는 소형으로서 통상 순형(筒狀脣形)이고, 길이 5mm로서 4개로 갈라지며 털이 있다. 상순(上脣)은 끝이 오목하고, 하순(下脣)은 3열된다. 4개의 수술은 길게 나오고 암술대는 2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분과(分果)이다. 분과는 좁은 도란상(倒卵狀)으로 편평해지고, 길이 1mm정도로서 물에 젖으면 점성이 있다.
향유는 민간에서 전초를 욕탕료로 사용한다(국생정). 어린순은 식용하며 밀원용, 관상용으로도 이용한다(우리주변식물생태도감). 여름에 달여서 차로 마시면 갈증을 그치게 하고, 입 안에서 구취(口臭)가 날 때에는 달인 물로 자주 세척하면 효과가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어린순은 돼지의 사료로 쓴다(百度百科).
향유와 꽃향유, 애기향유, 가는잎향유의 전초(全草)를 향유(香薷)라 하며 약용한다. 발한(發汗), 해서(解暑), 화습(化濕), 온위(溫胃), 조중(調中)의 효능이 있다. 두통발열(頭痛發熱), 오한무한(惡寒無汗), 복통(腹痛), 구토, 하리(下痢), 수종(水腫), 각기(脚氣)를 치료한다. 곽란, 복통토하(腹痛吐下)를 치료한다. 열풍(熱風)을 가시게 하고 갑작스런 전근(轉筋)에는 끓인 국물을 돈복(頓服)하면 좋다. 또 건조분말을 물로 복용하면 비출혈을 멈추게 한다. 기(氣)를 내리고 번열(煩熱)을 제거하며 구역냉기(嘔逆冷氣)를 치료한다. 사시(四時)의 상한(傷寒)을 근절한다. 상서(傷暑)를 치료하며 소변을 이(利)하게 한다. 표(表)를 풀고 사(邪)를 제(除)하며 서열해수(暑熱咳嗽)를 치료하고 발한(發汗), 위(胃)를 따뜻하게 하며 중(中)을 부드럽게 한다. 여름에 끓여서 차(茶) 대신으로 마시면 열병(熱病)을 없애고, 중(中)을 조정하며 위(胃)를 따뜻하게 한다. 즙으로 양치질을 하면 취기(臭氣)가 가신다. 각기한열(脚氣寒熱)을 치료한다(국생정).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향유와 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Nakai ex F.Maek.)의 과실이 성숙했을 때 지상부를 채취하여 건조한 것을 본초명 향유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향유의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맵다. 간경(肝經)과 위경(胃經)으로 들어간다. 발한해서(發汗解暑), 행수산습(行水散濕), 온위조중(溫胃調中)의 효능이 있다. 하월감한음냉(夏月感寒飮冷), 두통발열(頭痛發熱), 오한무한(惡寒無汗), 흉비복통(胸痞腹痛), 구토복사(嘔吐腹瀉), 수종(水腫), 각기(脚氣) 등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 향유는 거서해표(祛暑解表)의 요약(要藥)이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향유를 종종 처방한다.
샹루(香薷)는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급성위장염(急性肠胃炎), 복통토사(腹痛吐泻), 하계양서(夏秋阳暑, 일사병), 두통발열(头痛发热), 오한무한(恶寒无汗), 곽란(霍乱), 수종(水肿), 비뉵(鼻衄, 비출혈), 구취(口臭)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百度百科).
국표에 등재된 향유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Nakai ex F.Maek.), 가는잎향유[Elsholtzia angustifolia (Loes.) Kitag.], 다발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Nakai ex F.Maek. var. fasciflora N.S.Lee, M.S.Chung & C.S.Lee), 변산향유(Elsholtzia byeonsanensis M.Kim), 애기향유(Elsholtzia serotina Kom.), 좀향유(Elsholtzia minima Nakai), 한라꽃향유[Elsholtzia splendens Nakai ex F.Maek. var. hallasanensis (Y.N.Lee) M.Kim] 등 7종이 있다.
꽃향유(Shiny mint, ニシキコウジュ, 海州香薷)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와 남부, 중부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키는 60c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엽병과 더불어 굽은 털이 줄로 돋아 있다. 꽃은 9~10월에 분홍빛이 나는 자주색으로 핀다. 많은 꽃이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삭꽃차례를 이룬다. 방향성 식물이다. 가는잎향유(Narrow-leaf mint, ホソバナギナタコウジュ)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이다. 한강토에는 충북 보은 속리산과 괴산 조령, 제천시, 경상북도 문경시에 분포한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선형이다. 잎 길이는 2~7cm, 폭 1.5~5mm이다. 꽃은 9~10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다발꽃향유(Scattered-flower balm)는 제주도 서귀포시에 분포하는 한강토 특산종이다. 줄기의 단면은 4각형이고 털이 있다. 꽃은 10월~11월 자주색으로 핀다. 꽃이 줄기 끝 또는 액생(腋生)하여 수상화서(穗狀花序)로 달린다. 변산향유(Byeonsan balm, 邊山香薷)는 전북 변산에 분포하는 한강토 특산종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자주색을 띤다. 꽃은 자주색이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수상화서에 달린다.
애기향유(Rocky mint, イワナギナタコウジュ, 岩薙刀香需, 岩生香薷)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러시아다. 한강토에는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줄기는 가늘고 네모지며,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자색을 띠며, 미모(微毛)가 있고 강한 향기가 있다. 꽃은 10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줄기와 가지 끝에 이삭꽃차례로 달리며, 한쪽으로 치우쳐 빽빽이 난다. 좀향유(Smallest mint, ヒメナギナタコウジュ)는 제주도 한라산 해발 1,500m 지대에서 자란다. 키는 2~5cm 정도이다. 꽃은 9~10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의 이삭꽃차례에 빽빽하게 달린다. 향유와 비슷하지만 왜소형이다. 한라꽃향유(Halla mint)는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하는 한강토 특산종이다. 키는 7~15cm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자주색이며, 줄기 밑동에서 가지를 친다. 꽃은 자주색으로 핀다. 줄기와 가지 끝에 납작한 이삭꽃차례를 이룬다.
국표에 등재된 향유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꽃향유 '자향'(Elsholtzia splendens 'Jahyang'), 목향유(Elsholtzia stauntonii Benth.), 남방향유(Elsholtzia griffithii Hook. f.) 등 3종이 있다. 목향유(mint bush, mint shrub, キダチナギナタコウジュ, 木香薷)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꽃향유 '자향', 남방향유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2023. 8. 8. 立秋. 林 山
#향유 #꽃향유 #노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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