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큰기름새

林 山 2023. 8. 14. 11:30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쪽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큰기름새를 만났다. 큰기름새는 깊어가는 가을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고향 집에는 어미 암소 한 마리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종종 뒷산에서 큰기름새를 베어 와 소에게 주면 아주 맛있게 잘 먹곤 했다. 당시에는 풀 이름도 몰랐다. 다만, 소가 아주 좋아하는 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큰기름새라는 이름은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게 되면 새로운 의미,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오게 된다. 산꽃, 들꽃도 그렇고, 모든 사물이 다 그렇다.

 

큰기름새(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큰기름새는 화본목(禾本目, Graminales) 벼과(Poaceae) 기름새속(Spodiopogon)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큰 기름 (냄새가 나는 참억)새'라는 뜻이다. 줄기에서 나는 기름 냄새를 표현한 국명이다.

국표에는 이들메기가 이명, 아들매기(추천명)와 큰기름새가 북한명으로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이들메기가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기름새속 식물은 큰기름새와 기름새 2종뿐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큰기름새의 학명은 스포디오포곤 시비리쿠스 트리니우스(Spodiopogon sibiricus Trin.)이다. 속명 '스포디오포곤(Spodiopogon)'의 기원은 구글링을 통해서도 찾지 못했다. '골탄(骨炭, spodium, bone charcoal)'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스포디오(Spodio)'는 고대 그리스어 '스포디온(spódion)'->라틴어 '스포디움(spodium)'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리스어 '포곤(pōgōn)'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포곤(pogon)은 '수염(beard)'이라는 뜻이다. 영문판 '그리스의 점(Greek divination)'에는 '스포이디오스(Spodios)'가 '제단에 바쳐진 희생 동물의 새까맣게 탄 뼈에서 나온 재의(of the ashes)'라고 정의되어 있다. '재'의 상징색은 '회색'이다. 수염 같은 회색의 꽃이삭을 표현한 이름으로 보인다. '스포디오포곤(Spodiopogon)'이 '작은 꽃이삭의 까락이나 거친 털(pogon)과 회색(spodios)을 의미한다.'는 설도 있다. 종소명 '시비리쿠스(sibiricus)'는 '시베리안(Siberian)'을 라틴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원산지나 자생지가 시베리아라는 뜻이다. '트리니우스(Trin.)'는 독일 태생의 식물학자이자 의사 카를 베른하르트 폰 트리니우스(Carl Bernhard von Trinius, 1778~1844)이다. 트리니우스는 뷔르템베르크 공작부인 앙투아네트의 주치의로도 유명하다.

극표, 국생정 등재 큰기름새의 영어명은 사이비어리언 스포디오포곤(Siberian spodiopogon)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오오아브라스스키(オオアブラススキ, 大油薄)이다. '오오(大)'는 '큰', '아부라스스키(油薄)'는 '기름새'다. '아부라(油)'는 '기름', '스스키(薄·芒)'는 '참억새'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따여우망(大油芒)이다. '따(大)'는 '큰', '여우망(油芒)'은 '기름새'다. '여우(油)'는 '기름', '망(芒)'은 '참억새, 뾰족한 잎. 이삭(颖), (곡식 따위의) 까끄라기'이다. 일본명 오오아브라스스키(大油薄)와 중국명 따여우망(大油芒)을 한글로 옮기면 '큰기름새'다. 한중일 국명이 모두 줄기에서 나는 기름 냄새를 표현한 이름이다.

큰기름새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에 분포하며, 산지의 양지쪽 풀밭에서 자란다(국생정). 오오아브라스스키(大油薄)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러시아, 일본(北海道, 本州, 四国, 九州)이다(FOM). 따여우망(大油芒)은 조선(朝鮮, 한강토), 일본, 몽골, 러시아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샨시(陝西), 닝샤(寧夏), 깐쑤(甘肅), 후베이(湖北), 광둥(廣東), 쓰촨(四川), 네이멍구(內蒙古) 등 각 성(省)에 고르게 분포한다(維基百科). 따여우망(大油芒)은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 아시아 북부의 온대 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룽쟝, 지린, 랴오닝, 네이멍구, 허베이, 샨시(山西), 허난(河南), 샨시(陕西), 깐쑤, 샌둥(山东), 쟝쑤(江苏), 안후이(安徽), 쩌쟝(浙江), 쟝시(江西), 후베이, 후난(湖南) 등 각 성에 난다(百度百科).

큰기름새의 뿌리는 인엽(鱗葉)이 덮인 긴 근경(根莖)이 가로로 뻗는다. 키는 80~120cm 정도이다. 줄기는 털이 없으며 곧게 선다. 가지는 2~4개의 마디가 있고, 마디에는 털이 있다. 잎은 편평하고 선형(線形)이며 길이 20~40cm, 너비 1~1.5cm로서 털이 다소 있거나 없다. 엽초(葉鞘)는 털이 없거나 가장자리에 잔털이 발생한다. 잎혀(葉舌)는 길이 1~1.5mm로 막질(膜質)이고 끝이 둥글며, 갈색이고 털이 있다.

꽃은 8월에 핀다. 원뿔꽃차례(圓錐花序)는 길이 11~25cm, 너비 2~5cm로서 곧게 선다. 엽축(葉軸)과 가지에는 털이 없고 희미한 유선(油腺)이 있다. 가지는 길이 4~6cm로서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퍼지며, 때로는 가지가 다소 갈라지고 흔히 돌려나기한다. 이삭꽃차례(穗狀花序)는 가지 끝에 달리고 길이 2~3.5cm로서 곧게 선다. 마디 사이와 꽃자루 길이가 비슷하며 길이 2~3mm로서 끝이 굵고 속모가 있다. 작은이삭은 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각 마디에 달리며, 좁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 4.5~5.5mm로서 예두(銳頭)이다. 길이 2mm 정도의 털이 있고 연한 녹색이며 까락이 있다. 까락은 길이 7~12mm로서 자갈색이고 꺾이며 비틀린다. 포영(苞穎)은 길이가 거의 같으며 5~9(11)맥이 있고, 전체에 긴 부드러운 털이 있으며, 끝은 뾰족하거나 짧은 가락이 있다. 첫째 잔꽃은 수꽃으로 3개의 수술이 있고, 외영(外穎)은 난상피침형(卵狀披針形)으로 1~3맥이 있고 끝에 털이 있으며, 길이 5~6.5mm이고 내영(內穎)은 짧다. 둘째 잔꽃은 양성꽃이며 외영은 피침형으로 2개로 깊게 갈라진다. 까락은 열편(裂片) 중간에 붙어 길이 7~12mm이며, 자갈색으로서 달리고 물결 모양으로 굴곡되었다.

이른 봄에는 큰기름새가 연하고 부드러워 말이나 소, 양 등 가축이 가장 즐겨 먹는다(百度百科). 큰기름새는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도 쓰인다. 전초(全草)는 민간에서 월경과다(月經過多), 최산약(催産藥)으로 쓴다(국생정).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큰기름새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국표 등재 큰기름새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기름새[Spodiopogon cotulifer (Thunb.) Hack.] 1종이 있다. 기름새(Articulation-bearing spodiopogon, アブラススキ, 油薄, タカサゴアブラススキ, ヤノネアブラススキ, 油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인도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를 포함하여 전국 각처에 분포한다. 키는 80~120cm이다. 줄기는 원주형(圓柱形)으로 곧게 서고 매끄러우며, 기름 냄새가 난다. 잎에는 긴 털이 있거나 없고 양끝이 좁으며, 밑부분이 엽병 같이 되고 윗부분에 대가 없다. 꽃은 8월에 핀다. 꽃차례는 길이 20~30cm로서 옆으로 처지며, 가지는 돌려나기하여 밑으로 처지고 가지의 각 마디에 긴 대가 있는 소수(小穗)와 짧은 대가 있는 소수가 달린다. 소수는 길이 5mm 정도이다. 포영은 연한 녹색 바탕에 자갈색(紫褐色)이 돌고, 겉에 흰색 털이 있다. 호영(護穎)은 막질이고, 내영은 끝이 2개로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소수 길이의 3배 정도되는 자주색(紫朱色)의 까락이 자란다.

2023. 8. 14. 林 山

#큰기름새 #기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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