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제1남옹성(第一南甕城)에서 능선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 근처 개울가에서 푼지나무를 만났다. 푼지나무 덩굴에는 바알간 열매가 주렁주랑 달려 있었다. 푼지나무는 언뜻 보면 노박덩굴과 비슷하다. 열매도 그렇다. 푼지나무와 노박덩굴은 같은 속(屬) 식물로서 사촌 간이기 때문이다.
푼지나무는 노박덩굴목(Celastrales) 노박덩굴과(Celastraceae) 노박덩굴속(Celastrus)의 낙엽(落葉) 만경목(蔓莖木)이다. 만경목은 목본(木本) 덩굴식물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푼지나무의 이명으로 분지나무, 청다래넌출 등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분지나무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푼지나무의 꽃말은 '깊은 사랑'이다.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푼지나무의 이름 유래에 대해 '푼지나무라는 이름은 직접적으로 조선삼림수목감요(朝鮮森林樹木監要)에서 전라남도 방언을 채록한 것에서 유래했다. 전라남도에서 분지나무로 불리던 발음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푼지나무의 학명은 켈라스트루스 플라겔라리스 루프레히트(Celastrus flagellaris Rupr.)이다. 속명 '켈라스트루스(Celastrus )'는 '호랑가시나무(holly, 잎가에 뾰족뾰족한 가시가 돋아 있고 새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로 흔히 크리스마스 때 장식용으로 쓰임)'의 뜻인 고대 그리스어 '켈라스트로스(kḗlastros)'에서 유래한 다국어 고유명사이다. 푼지나무의 열매가 붉은색으로 익는 것을 표현한 속명으로 보인다.
종소명 '플라겔라리스(flagellaris)'는 '채찍질하다(flog, whip, lash or scourge)'는 뜻을 가진 라틴어 동사 '플라겔로(flagello)'의 2인칭 단수 현재 수동태다. '플라겔로(flagello)'는 '플라겔룸(flagellum)'에 남성 명사화 라틴어 접미사 '-오(-ō)'가 붙은 것이다. '플라겔룸(flagellum)'은 '채찍(scourge, whip)'이라는 뜻의 라틴어 명사 '플라그룸(flagrum)'에 작거나 젊음을 나타내는 명사의 지소형(指小形)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라틴어 접미사 '-루스(-lus)'의 주격 중성 단수형 '-룸(-lum)'이 붙은 것이다. 가늘고 길어서 채찍처럼 휘어지는 덩굴성 줄기를 표현한 이름으로 보인다.
'루프레히트(Rupr.)'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식물학자 프란츠 요셉 루프레히트(Franz Josef Ruprecht, 1814~1870)이다. 프란츠 이바노비치 루프레히트(Frants Ivanovič Ruprekht)로도 알려져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푼지나무의 영어명은 후크트-스파인 비터스위트(Hooked-spine bittersweet)이다. '갈고리가시 노박덩굴 무리'란 뜻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YList 등재 일본명은 이와우메즈루(イワウメズル, 岩梅蔓)이다. 이와우메즈루(岩梅蔓)는 '바위(岩)에 나는, 또는 바위를 타고 오르는 즈루우메모도키(ツルウメモドキ, 蔓梅擬, 노박덩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바위에 나는 것은 드물다. YList,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츠바오난셔텅(刺苞南蛇藤)이다. '가시 포(苞) 노박덩굴(南蛇藤)'이란 뜻이다. 維基百科에는 츠예난셔텅(刺葉南蛇藤, 中國樹木分類學), 츠난셔텅(刺南蛇藤, 東北木本植物圖志)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푼지나무는 한강토(조선반도), 중국, 헤이룽강 유역, 일본에 분포한다. 함경북도를 제외한 한강토 각지에 자생한다. 산기슭 및 하천 둑의 수풀 속, 비탈 암석지 등에서 자란다(국생정). 이와우메즈루(岩梅蔓)는 한강토, 일본, 중국 동북 지방, 아무르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 간토 지방 서쪽(本州 関東地方以西)에서 규슈(九州)까지 분포한다(京都府). 츠바오난셔텅(刺苞南蛇藤)은 한강토, 중국, 일본,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지린(吉林), 허베이(河北), 랴오닝(遼寧), 헤이룽쟝(黑龍江)의 해발 350~800m 지대 저습지, 숲 가장자리, 계곡 및 관목 지대에서 자란다(維基百科, 百度百科).
푼지나무의 줄기는 5m 정도까지 자라고, 여러 개가 모여서 난다. 줄기에는 공기뿌리가 있어 노목의 줄기나 바위에 붙어서 자란다. 줄기는 갈색 또는 회갈색이고 짧은 털이 있다. 가지가 길어져서 덩굴로 되는 것도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넓은 타원형(楕圓形) 또는 달걀 모양이며 점첨두(漸尖頭)에 넓은 예저(銳底)이다. 잎 길이는 2.0~2.5cm, 너비 1.8~4.0cm로서 털 같은 톱니가 있고 얇으며, 뒷면에 털이 산생(散生)한다. 엽병(葉柄)은 길이 1~3cm이다. 탁엽(托葉)은 갈고리 모양으로 변한다.
꽃은 이가화(二家花, 雌雄異株)로서 6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6~7mm이다. 액생(腋生)하는 취산꽃차례(聚繖花序)에 1~3개씩 달린다. 화경(花莖)이 없고, 꽃자루는 길이 2~6mm이다. 꽃받침은 작으며 5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긴 타원상 주걱 모양으로서 현저하지 않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둥글고 지름 5~8mm로서 10월에 연황색(軟黃色)으로 익으며 3개로 갈라진다. 종자(種子)는 황적색 종의(種衣)에 둘러싸여 있다. 소과경(小果梗)은 길이 5~10mm이다.
푼지나무는 가지가 치밀하고 잎의 색감이 아름다워 울타리나 벽면 차단용으로 이용한다(국생정). 츠바오난셔텅(刺苞南蛇藤)은 자태가 아름답고 관상 가치가 높으며, 도시의 수직녹화(垂直绿化)에 좋은 수종이다(百度百科).
츠바오난셔텅(刺苞南蛇藤)은 맵고 쓰며(辛苦) 평(平)하다. 거풍제습(祛风除湿), 활혈지통(活血止痛), 해독소종(解毒消肿)의 효능이 있다. 풍습비통(风湿痹痛), 사지마목(四肢麻木), 질타손상(跌打损伤), 경폐(闭经), 이질(痢疾), 옹저(痈疽), 독사교상(毒蛇咬伤) 등을 치료한다. 임신부 복용 금기약이다(百度百科).
푼지나무의 뿌리, 줄기, 과실을 자남사등(刺南蛇藤)이라 하며 약용한다. 거풍습(祛風濕), 강근골(强筋骨)의 효능이 있어 류머티즘통(痛), 관절염, 좌상(挫傷), 염좌종통(捻挫腫痛), 무명종독(無名腫毒) 등을 치료한다(국생정). 자남사등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 미등재 본초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자남사등을 거의 안 쓴다.
국표 등재 푼지나무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노박덩굴(Celastrus orbiculatus Thunb.), 개노박덩굴[Celastrus orbiculatus Thunb. var. strigillosus (Nakai) Makino], 털노박덩굴[Celastrus stephanotiifolius (Makino) Makino], 해변노박덩굴(Celastrus punctatus Thunb.) 등 4종이 있다.
노박덩굴(Oriental bittersweet, Asian bittersweet, Asiatic bittersweet, ツルウメモドキ, 蔓梅擬, 南蛇藤)은 한강토,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縄) 등지에 난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잎에는 잎자루가 있다. 잎은 둥근 모양 또는 타원형이며 털이 없다. 꽃은 작고 연두색이며, 취산꽃차례이다. 개노박덩굴(Bristle oriental bittersweet, オニツルウメモドキ, イワツルウメモドキ, ナガバツルウメモドキ)은 잎 뒷면 맥 위에 주상의 돌기(突起)가 있다. 일년생 가지와 꽃차례가 평활하며 털이 없다. 털노박덩굴(Hairy oriental bittersweet, ケツルウメモドキ, オオツルウメモドキ, シタキツルウメモドキ)은 중부 이남에서 자란다. 잎 뒷면에 털이 있다. 꽃은 녹황색이며, 짧고 굽은 센털이 있다. 해변노박덩굴(Coastal oriental bittersweet, テリハツルウメモドキ, 東南南蛇藤, 光果南蛇藤)은 전남 보길도 등의 해변가에 자란다. 잎이 두껍고 윤채가 있으며, 길이 3~5cm로서 예두 미둔단(微鈍端)이다. 껍질눈이 뚜렷하고, 표면의 잎맥이 오목하다. 꽃은 5~6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2023. 8. 17. 林 山
#푼지나무 #노박덩굴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깨비바늘 '멀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 (0) | 2023.09.15 |
---|---|
오갈피나무(五加皮) (1) | 2023.09.14 |
큰기름새 (0) | 2023.08.14 |
황벽나무 '숨겨진 보물(寶物)' (0) | 2023.08.10 |
향유(香薷) '가을의 향기(香氣)' (0) | 2023.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