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3일 충주 계명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도깨비바늘 꽃을 만났다. 문득 어린 시절 천등산 기슭 시골에서 살던 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동무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면 양말이나 바지에 바늘처럼 생긴 씨앗이 잔뜩 달라붙어 있곤 했다. 도깨비바늘은 언제 어디서 옷에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도깨비바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깨비바늘은 한번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끝이 네 갈래로 갈라진 뾰족한 침에는 화살 모양의 가시가 있어 한번 붙으면 점점 파고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바늘을 볼 때마다 씨앗을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붙여서 멀리 퍼뜨리려는 식물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이처럼 유전자의 힘, 진화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다.
도깨비바늘은 초롱꽃목(Campanulales)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 도깨비바늘속(Bidens)의 한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좀도개비바늘, 좀도깨비바늘, 좀독개비바눌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북한명은 털가막사리(추천명)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좀도개비바늘이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차귀사리라는 이명도 실려 있다.
도깨비바늘의 꽃말은 '멀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꽃말에는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씨앗을 붙여 멀리 보내서 자라게 하려는 도깨비바늘의 지혜가 담겨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도깨비바늘의 학명은 비덴스 비피나타 린네(Bidens bipinnata L.)이다. 속명 '비덴스(Bidens)'는 '2(two), 두 부분을 가진(having two parts), 두 번 일어나는(occurring twice)'의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사 '비-(bi-)'가 이빨, 점, 가시, 갈래, 가지(tooth, point, spike, prong, tine)'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덴스(dens)' 앞에 붙어서 이루어진 라틴어 형용사로서 '두 갈래진(two-pronged), 두 개의 잎 또는 (칼)날, 이빨을 가진(having two blades or teeth)'의 뜻이다. 종소명 '비피나타(bipinnata)'는 '2(two)'의 뜻을 가진 라틴어 접두사 '비-(bi-)'가 '깃털이 있는(feathered), 날개가 있는(winged)'의 뜻을 가진 라틴어 형용사 '피나타(pinnata)' 앞에 붙어서 이루어진 말로서 '깃꼴겹잎을 가진'의 뜻이다. 여기서 유래한 영어 '바이피네이트(bipinnate)'는 '(잎이) 2회 우상(二回羽狀)의'라는 뜻이다. 속명과 종소명은 열매의 관모와 가시털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도깨비바늘의 영어명은 스패니쉬 니들스(Spanish Needles)이다. '에스빠냐 바늘'이라는 뜻이다. FOM에는 헴록 베거-틱스(hemlock beggar-ticks)라는 영어명도 실려 있다. '헴록(hemlock)'은 '독미나리', '베거-틱스(beggar-ticks)'는 '서양도깨비바늘'이다.
국표, 국생정, FOM 등재 도깨비바늘의 일본명은 고바노센단구사(コバノセンダングサ, 小葉の栴檀草)이다. '잎이 작은(小葉の) 도깨비바늘(栴檀草)'이라는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일본명은 센단구사(せんだんぐさ, 栴檀草)이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포포젠(婆婆针)이고, 이명에는 꾸이젠차오(鬼针草), 치젠차오(刺针草) 등이 있다.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등재 중국명은 꾸이젠(鬼针) 또는 포포젠(婆婆针)이다.
도깨비바늘은 한강토(조선반도) 온 나라에 걸쳐 분포한다(국생정). 고바노센단구사(小葉の栴檀草)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남아메리카, 유럽 등 전 세계로 널리 귀화하고 있다. 일본에는 옛날에 도래했다고 한다(FOM). 포포젠(婆婆针)의 모델 표본은 미국 동부에서 수집되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동부에 널리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둥베이(东北), 화베이(华北), 화중(华中), 화둥(华东), 화난(华南), 시난(西南), 샨시(陕西), 깐쑤(甘肃) 등의 해발 50~300m 지대 길가, 황무지, 산비탈, 밭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도깨비바늘의 키는 25~85cm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네모지고 거의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중앙부의 것은 양면에 털이 다소 있고, 2회 우상(羽狀)으로 갈라지며,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첫째 열편(裂片)은 2~3개이거나 우상으로 갈라지며, 정열편(頂裂片)은 선형(線形)으로서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에 이빨 모양 톱니가 약간 있다.
꽃은 8~9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총포(總苞)는 통형(筒形)이다. 포편(苞片)은 선상 긴 타원형이며, 양면에 털이 있다. 곤충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혀꽃은 노란색이고 1~5개이다. 열매는 수과(瘦果)다. 처음 몽당 빗자루 모양으로 발생하던 씨앗은 여물면서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방사상으로 퍼진다. 수과는 선형이고, 3~4개의 능선과 짧은 털이 있으며, 편평하다. 상단의 관모(冠毛)는 3~4개이며, 수과의 가시털은 위를 향하고, 관모의 가시털은 밑을 향한다. 아래를 향해 난 가시털이 동물의 몸을 비롯한 물체에 잘 붙는다.
도깨비바늘은 동물에 의해 종자가 전파되는 대표적인 예다. 태평양의 섬에 자생하고 있는 도깨비바늘속의 종들은 우산털이 작아지고 가시가 약화되는 등 종자의 전파력이 퇴화하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섬에서 진화한 식물들 중 종자의 전파력을 상실한 대표적인 예다.
도깨비바늘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조리할 때에는 물에 한 번 데쳤다가 찬물에 담가 쓴맛을 빼고 요리한다. 꽃으로는 술을 담가 먹는다. 약주처럼 꾸준히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다음백과).
도깨비바늘의 지상부를 본초명 귀침초(鬼針草)라고 한다. 여름과 가을에 지상부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청열해독(淸熱解毒), 산어소종(散瘀消腫)의 효능이 있어 말라리아, 복사(腹瀉), 이질, 간염, 간 섬유증, 급성신염(急性腎炎), 위병(胃病), 장옹(腸癰), 인후종통(咽喉腫痛), 타박상, 독사독(毒蛇毒), 충교상(蟲咬傷) 등을 치료한다. 달여서 복용하던가 짓찧어 낸 즙을 복용한다. 외용시에는 짓찧어서 바르던가 달인 물로 씻는다(국생정).
귀침초는 동의보감이나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등재되지 않는 한약재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귀침초를 거의 안 쓴다.
귀침초는 혈액을 건강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고, 뼈에도 좋아 관절염에도 도움이 된다. 암세포에 저항하는 성분도 함유되어 있어 식도암이나 위암과 같은 암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다음백과).
포포젠(婆婆针)은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청열해독(清热解毒), 산어활혈(散瘀活血)의 효능이 있어 상호흡도감염(上呼吸道感染, 상기도감염), 인후종통(咽喉肿痛), 급성난미염(急性阑尾炎, 급성충수염), 급성황달형간염(急性黄疸型肝炎), 위장염(胃肠炎), 풍습관절동통(风湿关节疼痛), 학질(疟疾) 등을 치료한다. 외용(外用)하면 창절(疮疖, 종기), 독사교상(毒蛇咬伤), 질타종통(跌打肿痛, 타박상) 등을 치료한다(百度百科).
국표 등재 도깨비바늘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가막사리(Bidens tripartita L.), 구와가막사리[Bidens radiata Thuill. var. pinnatifida (Turcz. ex DC.) Kitam.], 국화잎가막사리(Bidens maximowicziana Oett.), 까치발(Bidens parviflora Willd.), 눈가막사리[Bidens tripartita L. var. repens (D.Don) Sherff], 삼잎구와가막사리(Bidens radiata Thuill.), 좁은잎가막사리(Bidens cernua L.), 털도깨비바늘[학명 Bidens biternata (Lour.) Merr. & Sherff ex Sherff] 등 8종이 있다.
가막사리(Three-lobe beggartick, burr marigold, water agrimony, タウコギ, 田五加木, 狼杷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 러시아, 몽골, 인도, 부탄, 네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북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이다. 줄기는 곧게 서고, 전체에 털이 없다. 열매 가장자리와 능선 위에 역자(逆刺)가 있고, 관모는 완전한 것 2개, 불완전한 것 1~2개가 있다. 전초를 낭파초(狼把草)라고 한다. 구와가막사리(Pinnatifid-radiate beggartick, キクバタウコギ)는 FOM에 에조노타우코기(エゾノタウコギ, 蝦夷の田五加木, Bidens maximowicziana Oett.)의 유사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원줄기는 사각형이다. 열매 가장자리에 밑을 향한 자모(刺毛)가 있고, 관모는 2개로서 가시가 있다. 국화잎가막사리(Chrysanthemum-leaf beggartick, エゾノタウコギ, 蝦夷の田五加木, 羽叶鬼针草)는 국표에 국명, 학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혼슈(本州)의 간토(關東) 이북 지방, 중국, 러시아이다. 줄기는 털이 없거나 주로 윗부분에 잔털이 드문드문 있다. 잎은 우상전열(羽状全裂)한다. 수과는 쐐기형이다. 열매 측부는 편평하고, 가장자리는 사마귀 모양 돌기가 있다. 열매는 약간 털이 있으며, 비교적 긴 역모(逆毛)가 있는 강모(剛毛)가 다수 있다. 까락(芒)은 2개이다(FOM). 까치발(Small-flower beggartick, ホソバノセンダングサ, 細葉の栴壇草, 小花鬼针草)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혼슈의 간토 서쪽 지방과 규슈(九州),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야생한다. 잎은 2~3회 우상으로 갈라지고 최종열편은 긴 타원형이다. 도깨비바늘과 비슷하지만 열매에 가시처럼 생긴 돌기가 2개 있다.
눈가막사리(Creeping three-lobe beggartick, ハイタウコギ, 這田五加木)는 한강토의 제주도, 일본,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 분포한다. 잎 또는 열편에는 불균일한 톱니가 있다. 수과는 털이 없고, 까락은 2개이다. 삼잎구와가막사리(Radiate beggartick)는 국표에 학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구와가막사리의 원변종이다. 잎이 3갈래로 갈라지고 갈래잎이 피침형이다. 좁은잎가막사리(Nodding beggartick, nodding bur-marigold, ヤナギタウコギ, 柳田五加木, 柳叶鬼针草)는 한강토, 일본(北海道, 本州 青森県), 중국, 몽골, 러시아, 튀르키예,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에 분포한다. 잎은 엽병이 없고 피침형이다. 잎 양끝이 좁고, 양면에 털이 없으나 약간 거칠며, 가장자리에 얕은 톱니가 있다. 수과는 4개의 능선과 까락이 있고, 능선에 밑을 향한 가시가 있다. 털도깨비바늘(Yellow-flower spanish needle, センダングサ, 栴壇草, 金盏银盘)은 일본 간토 지방 서쪽과 시코쿠(四国)에서 규슈,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원줄기는 다소 네모지고 굽은 잔털이 약간 있다. 잎 양면에 털이 많다. 암술과 수술의 성숙 시기가 다르다. 열매는 선형에 납작한 사각형이며, 가시 같은 털이 다소 있고, 까락은 3~4개다.
국표 등재 도깨비바늘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비덴스 페룰리폴리아[Bidens ferulifolia (Jacq.) Sweet] 1종이 있다. 국표 등재 도깨비바늘의 유사종 외래식물에는 노랑도깨비바늘(Bidens polylepis S.F.Blake), US가막사리(Bidens frondosa L.), 왕도깨비바늘(Bidens subalternans DC.), 울산도깨비바늘(Bidens pilosa L.) 등 4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1. 1. 15. 林 山. 2023.9.1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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