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은행나무 '진혼, 정숙, 정적, 장엄, 장수'

林 山 2023. 10. 2. 19:10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산척국민학교(지금의 산척초중학교)를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름드리 은행나무 노거수(老巨樹)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멀리서도 눈에 확 띌 만큼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봄이면 꽃비를 날리던 벚나무,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플라타너스는 사라졌지만 운동장 서쪽 한켠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추억과 함께 세월을 지키고 있었다.

은행나무(나주 금성관, 수령 650~700년, 2023. 3. 25)

 

2023년 9월 28일 산척초중학교 교정을 다시 찾았을 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은행나무는 우듬지와 가지가 무참하게 잘려나간 채 듬직하고 기상이 넘치던 옛 모습은 간곳없고 참담한 모습으로 운동장 한켠을 지키고 있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은행나무 주변 논밭 주인들이 그늘 때문에 농사가 안 되다는 민원을 넣어 어쩔 수 없이 가지치기를 했다고 한다. 내게는 고향과도 같은 은행나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서글퍼지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행나무가 더이상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천수(天壽)를 누리기를 빌고 또 빌었다.

은행나무(충주시 산척초중학교, 2023. 9. 28)

 

2006년 7월 2일 평면작업을 하는 이재민 작가 등 민중미술인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 용문산(龍門山)을 오르기 전에 천년고찰 용문사(龍門寺)에 잠깐 들른 적이 있었다. 그때, 용문사 앞에 우뚝 솟은 은행나무 노거수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楊平龍門寺銀杏樹)는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2m, 줄기 밑부분 둘레 15.2m였다. 한강토(조선반도)에 살아있는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키도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朝鮮) 세종(世宗, 1397~1450)은 이 나무에 당상관(堂上官)인 정3품(正三品) 벼슬을 내렸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는데, 용문사 은행나무는 암나무였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이만큼이나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신라(新羅) 고승 의상(義湘, 625~702)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이 은행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敬順王, 재위 897∼978)의 아들 마의태자(麻衣太子, 912~?)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金剛山)으로 들어가다가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또, 어떤 사람이 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댔는데 그 자리에서 피가 났다는 이야기, 1907년 정미의병항쟁(丁未義兵抗爭) 당시 왜적(倭敵)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소리를 내서 알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다.

 

은행나무(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천연기념물 제30호, 2006. 7.2)

 

천연기념물 제76호로 지정된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은행나무(寧越下松里銀杏樹)는 나이가 1,000~1,200살, 높이 18m, 가슴 높이 줄기 둘레 14.9m이다.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原州磻溪里銀杏樹)는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되었다. 반계리 1495-1번지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수나무로서 높이 32m, 둘레 16.27m에 이르며, 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 대략 800년 정도로 추정되었다.

반계리 은행나무에도 여러 전설이 전해 온다. 전설에 의하면 반계리에 살던 성주 이씨(星州李氏)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은행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놓고 갔는데 그 지팡이가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이 은행나무 안에는 백사(白蛇)가 살고 있어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겼으며, 가을에 단풍이 한꺼번에 들면 그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신목(神木)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충청북도 괴산군 청안면 읍내리의 청안초등학교 교정에도 천연기념물 165호로 지정된 은행나무(槐山邑內里銀杏樹)가 있다. 고려 성종(成宗, 961~997) 때 관리가 청당(淸塘)이라는 연못을 파고 그 주변에 심었다는 은행나무다. 나이는 1,000살 이상으로 추정된다. 나무 속에 귀가 달린 뱀이 살고 있어 나무를 베려는 사람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 영국사에는 천연기념물 223호로 지정된 은행나무(永同寧國寺銀杏樹)가 있다. 수령은 1,000살 정도로 추정된다. 특이하게도 서쪽에 있는 가지는 길게 뻗어 땅에 닿은 곳에 뿌리가 나 독립된 개체가 되어 있다. 해마다 가을에는 당산제 및 문화제를 지낸다. 최근 가지가 부러지고 수세가 다소 약화되어 걱정했었는데, 사찰에서는 코비드-19를 예언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청주중앙공원에는 나이가 900살 이상된 압각수(鴨脚樹)라는 이름의 은행나무가 있다. 충청북도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청주중앙공원은 고려, 조선 시대에 관청이 있었던 곳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따르면 고려 말 이색(李穡), 이숭인(李崇仁), 권근(權近), 하륜(河崙) 등이 윤이(尹彝)·이초(李初)의 무고로 역모(逆謀)에 걸려 청주옥에 갇혀 국문(鞠問)을 받을 때 갑자기 홍수가 나서 이 은행나무에 올라가 살았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공양왕(恭讓王, 1345~1394)은 이들이 죄가 없음을 하늘이 알았다고 하여 석방했다고 한다.

은행나무(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발화동 은행정, 충주시 보호수 제13호, 2023. 9. 28)

 

충주에도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충주시 수안보면 화천리 488-2 은행정(銀杏亭) 마을에는 충주시 보호수 제13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450살, 높이 32m, 둘레 8.2m다. 옛날에 소조령(小鳥嶺, 작은 새재)을 걸어서 내려오던 풍수가(風水家)가 이곳이 명당이라는 것을 후손에게 알려주기 위해 은행나무를 심고, 그 바로 옆에 정자를 지은 이후 마을 이름을 은행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미을 사람들은 이 은행나무를 동제(洞祭)를 지내는 동신목(洞神木)으로 받들고 있다.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월은(月隱) 마을에는 면나무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410살, 높이 15m, 둘레 4.7m이다. 월은 마을에서는 윤년(閏年, leap year)이 든 해 음력(陰曆) 2월 1일 오전 10시에 수살제(水殺祭)를 지낸다. 월은 마을은 경사진 곳에 자리잡아서 장마철이 되면 수해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해를 막고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수살제를 이 은행나무에서 지냈다. 이 은행나무는 월은 마을의 수구막이(水口藏門) 역할을 하고 있다.

충주시 주덕읍 대곡리 616번지에는 충주시 보호수 제2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410살, 높이 17m, 둘레 6m이다.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 414-1번지에는 충주시 보호수 제5호로 지정된 은행나무가 있다. 나이는 410살, 높이 17m, 둘레 1.7m이다.

은행나무(충주시 주덕읍 삼청리, 충주시 보호수 제5호, 2023. 9. 28)

 

세계 최고령 은행나무는 중국 구이저우성(貴州省) 리쟈완(李家灣)에 있는 은행나무로 나이가 4,500살이다. 원줄기는 이미 죽었고, 맹아지(萌芽枝)만 해도 1,000살이 넘었으며, 키는 40m에 이른다. 샨시성(陕西省) 시안시(西安市) 구관인샨스(古觀音禪寺, 觀音寺)에 있는 은행나무는 1,400살로서 탕(唐)나라 타이종(太宗) 리싀민(李世民, 598~649)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쟝쑤성(江蘇省) 쉬저우시(徐州市) 피저우(邳州)에는 나이가 약 1,500살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쉬저우 최고령인 이 은행나무는 베이웨이(北魏) 쩡광(正光, 520~525) 연간(年間)에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샨둥성(山東省) 쥐현(莒縣) 푸라이산(浮來山, 浮丘) 아래에는 수령(樹齡)이 3,000여 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은행나무는 시저우(西周, BC 1046~771) 초기 저우공(周公)의 동정(東征) 때 심었다고 한다. 사서(史書)에는 저우공이 '구이멍(龜蒙, 山東省 泗水縣 龜山과 蒙陰縣 蒙山)'에 가 본 적이 있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저우공이 푸라이산에도 다녀갔을 가능성이 있다. 이 은행나무는 지금까지도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당대의 서예가(書法家) 차오위콴(曹宇寬)이 '天下銀杏第一樹(천하 제일 은행나무)'라는 글귀를 남겼다.

불교(佛敎)에서는 은행나무를 성수(聖樹)로 여겼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승려들이 절에 심고 가꾸었다. 한강토(조선반도)에는 은행나무가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주변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은행나무 노거수는 보호받고 있는 것만 해도 거의 800그루에 이른다. 이들 중 천연기념물 22그루, 시도기념물 28그루가 문화재 나무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콩즈(孔子, BC551~479)를 으뜸 성인으로 모시는 문묘(文廟)와 향교(鄕校)에도 은행나무를 많이 심었다. 유학(儒學)의 시조 콩즈(孔子)가 아끼고 사랑한 나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콩즈가 고향 취푸(曲阜)의 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을 행단(杏壇)이라고 한다. 한강토의 유학자들은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로 받아들였다. 이후 학문의 상징이 된 은행나무는 한강토와 일본의 학교 교정에도 많이 심게 되었다.

한국전통문화대 이선 교수가 쓴 '공자와 살구나무'(경향신문 2022년 6월 21일)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행단의 나무를 두고 조선시대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실학자 이수광(李睟光, 1563~1629),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등은 살구나무라고 주장했고, 유학자 허목(許穆, 1596~1682),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56) 등은 은행나무라고 주장했다.

이선 교수에 의하면 최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 역사과 펑린(彭林) 교수가 콩즈의 싱탄(杏壇) 나무가 살구나무였음을 입증했다고 한다. 펑 교수는 콩즈의 45대손 콩다오푸(孔道輔)가 베이송(北宋) 톈시(天禧, 1017~1021) 2년인 1018년에 싱탄(杏壇)을 조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베이송 시대 이전의 문헌에는 인싱(銀杏)이라는 명칭 자체가 사용되지 않았고, 남방 지역에서만 자랐다는 것이다. 진(晉)나라 때는 인싱(銀杏)을 핑중(平仲), 송(宋)나라 때에는 야쟈오슈(鴨腳樹)라 불렀고, 인싱(銀杏)이라는 명칭은 1054년 어우양슈(歐陽脩, 1007~1072)가 시인 메이야오천(梅堯臣, 1002~1060)에게 보낸 시(詩) '메이셩위지인싱(梅聖俞寄銀杏)'에 처음 등장한다고 한다. 실제로 취푸의 싱탄(杏壇)에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가 자라고 있다. 펑 교수는 탕나라 때 은행나무가 한강토와 일본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동 성균관대학교(成均館大學校) 안에는 조선시대 성균관(成均館)을 지을 때 심은 은행나무가 명륜당(明倫堂)과 대성전(大成殿) 앞에 각각 두 그루가 있다. 이 은행나무들은 조선 중종(中宗) 때 대사성(大司成)을 지낸 윤탁(尹倬, 1472~1534)이 심었다는 설, 조일전쟁(朝日戰爭, 1592~1598) 당시 불에 탄 성균관을 1606년에 중건할 때 심은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수령을 계산하면 대략 450~500년으로 추정된다. 명륜당 앞 은행나무 두 그루 중 더 큰 나무는 천연기념물 59호, 대성전 앞 은행나무 두 그루는 서울특별시 기념물 37호로 지정되었다.

모두 수나무로 알려진 성균관대학교 은행나무에도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 태종(太宗) 또는 숙종(肅宗) 대 성균관 유생들이 열매가 떨어져서 냄새 때문에 공부가 안 된다며 항의해서 왕이 성균관에 행차하여 "네놈 때문에 나라의 기강이 흔들린다!"고 호통을 치자 그때부터 열매를 맺지 않았다고 한다. 제사를 지내고 기원을 드렸더니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전설도 있다.

은행나무(충주시 주덕읍 대곡리, 충주시 보호수 제2호, 2023. 9. 23)

 

일본 홋카이도대학(北海道大学) 중앙로에는 길이 약 380m 도로 양 옆에 은행나무 70그루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해마다 단풍이 황금빛으로 물들면 호쿠다이 콘요우사이(北大金葉祭)가 열린다. 은행나무는 도쿄대학(東京大学)의 상징 나무이기도 하다. 도쿄도(東京道) 분쿄구(文京区) 혼고(本郷) 캠퍼스에는 은행나무가 엄청나게 많이 자라고 있다. 혼고 캠퍼스에는 암나무가 많다.

히로시마(広島)에는 수령이 대략 460년 정도 된 은행나무가 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한 달 만에 원폭 발생지에서 1,130~2,160m 떨어진 곳에서 6그루의 은행나무에 새싹이 돋아난 것을 발견했다. 이 6그루의 은행나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그래서 히로시마 주민들은 은행나무를 희망의 상징으로 여긴다.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県) 가마쿠라시(鎌倉市) 유키노시타(雪ノ下) 쓰루가오카 하치만구(鶴岡八幡宮)의 은행나무는 가마쿠라 막부(鎌倉幕府)의 제3대 쇼군(將軍) 미나모토노 사네토모(源実朝 1192~1219)를 암살한 그의 조카 구교(公曉)가 숨어 있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이 은행나무의 수령은 1,200년이라고 하지만 실제 나이는 500살 정도라고 한다.

유럽인들은 1691년 일본 사원의 정원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를 처음 보았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에는 1712년 한 독일 의사가 은행나무를 처음 도입했다고 한다. UK의 큐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에는 1762년에 심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인 '올드 라이온스(Old lions)'가 자라고 있다.

은행나무(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월은마을, 충주시 보호수 제21호, 2023. 9. 23)

 

은행나무는 겉씨식물(裸子植物, gymnosperm) 은행나무문(銀杏門, Ginkgophyta) 은행나무강(銀杏綱, Ginkgoopsida) 은행나무목(銀杏目, Ginkgoales) 은행나무과(銀杏科, Ginkgoaceae) 은행나무속(銀杏屬, Ginkgo)의 낙엽침엽교목(落葉針葉喬木)이다. 은행나무문(銀杏門)과 가장 가까운 현존 자매문은 소철문(蘇鐵門, Cycadophyta)이다. 넓은 잎이 활엽(闊葉)에 가까운데 침엽(針葉)으로 분류한 까닭은 소나무 잎처럼 나란한 잎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나무문 야생종은 멸종했고, 재배종만 살아남아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인 은행나무만 현존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나무를 '세계 제일의 살아있는 화석(世界第一活化石)', '식물계의 자이언트 팬더(植物界的大熊猫)'라고 한다. 이런 원시적 특성으로 인해 은행나무는 겉씨식물의 계통 발생, 고식물군, 고지리 및 제4기 빙하기 기후 연구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은행나무 화석은 2억7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나무는 적어도 페름기(2억3천만 년~2억7천만 년 전)에는 지구상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중생대(中生代, 2억5300만 년~6600만 년 전)에는 약 11종 정도로 늘어났으며, 백악기(白堊紀, 6천5백만 년~1억3천5백만 년 전)에는 지금과 거의 같은 은행나무가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자라고 있었다.

제3기(第三紀, 6,500만년~200만년 전)에 들어오면서 은행나무 일가는 지질학적인 대변동으로 지금의 은행나무 1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멸종했다. 남반구의 은행나무 종들은 신생대(新生代, 6,600만 년 전~현재) 초기에 태즈매니아와 아르헨티나를 마지막으로 멸종했고, 북미는 약 7백만 년 전, 유럽은 2백 5십만 년 전쯤에 멸종했다. 지금은 극동아시아에서 멸종을 면한 은행나무 1종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종 적색목록(IUCN 1998년 ver 2.3)에 멸종위기종(EN)으로 등재되어 있다.

은행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강인한 환경 적응력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춥거나 덥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도 살아갈 수 있고,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줄기 밑에서 새싹이 돋아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은행나무 노거수는 대부분 원래의 줄기가 없어지고 새싹이 자라난 새 줄기이다.

은행나무 잎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터페노이드(Terpenoid), 빌로발라이드(Bilobalide) 등 항균성 성분이 들어 있어서 병충해가 거의 없다. 열매는 익으면 육질의 외피에 함유된 헵탄산(Heptanoic acid)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나고, 깅크골릭산(Ginkgolic acid)은 피부염을 일으키므로 사람 외에 날짐승이나 길짐승이 안에 든 씨를 먹을 엄두도 못 낸다. 은행나무는 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을 원천봉쇄한 대신에 씨앗을 먼 곳까지 퍼뜨리는 것을 포기한 것은 스스로 멸종의 운명을 자초했다. 현재는 사람이 은행나무 번식의 유일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나무 종이 마지막으로 살아남게 된 곳은 중국이다. 최근 중국 쩌쟝성(浙江省) 항저우시(杭州市) 린안구(臨安區) 양쯔강(揚子江) 하류 톈무산(天目山) 일대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를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서양의 식물학자들은 이 은행나무가 야생이 아니라 1천여 년 전 승려가 심었

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은행나무의 이명에 큰잎은행나무가 실려 있다. 또, 북한명은 은행나무가 추천명이고, 느러진은행나무, 무늬은행나무, 큰잎은행나무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큰잎은행나무가 비추천명으로 실려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공손수(公孫樹), 행자목(杏子木), 은행목(銀杏木), 압각수(鴨脚樹) 등의 이명이 등재되어 있다. 공손수(公孫樹)의 공(公)은 남을 높이는 말, 손(孫)은 손자, 수(樹)는 나무를 뜻한다. 씨앗으로 번식을 하면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는 데 20~30년이 걸리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는 손자가 돼야 수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압각수(鴨脚樹)는 은행나무의 잎 모양이 오리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은행나무의 꽃말은 '진혼(鎭魂), 정숙(貞淑), 정적(靜寂), 장엄(莊嚴), 장수(長壽)'다.

1527년 당대 최고의 어문학자 최세진(崔世珍, 1468~1542)이 간행한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살구 행(杏)'자에 대해 '속칭 행아(杏兒)라고 부르며, 또한 은행(銀杏)을 백과(白果)나 압각(鴨脚)이라고도 한다(俗呼杏兒又呼銀杏曰白果又曰鴨脚).'고 했다. 조선시대 전기에 이미 은행이라는 이름이 보편적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시 기념물 제8호, 2020. 10. 31)

 

국표, 국생정 등재 은행나무의 학명은 긴크고 빌로바 린네.(Ginkgo biloba L.)다. 속명 '긴크고(Ginkgo)'는 일본어 한자 '銀杏'를 잘못 읽은 데서 유래한다. 일본어 '銀杏'는 '긴난(ぎんなん, 銀杏)' 또는 '이쵸(いちょう, 銀杏木)'다. 17세기 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상단의 의사로 일본을 방문해서 처음으로 '銀杏'에 대한 기록을 남겼던 독일인 엥겔베르트 켐프퍼(Engelbert Kaempfer)는 1712년에 펴낸 저서 'Amoenitatum exoticarum politico-physico-medicarum Fasciculi V'에서 '銀杏'을 'Ginkgo'로 기록하였다. 이는 '살구 행(杏)'자의 음독(音讀)을 '쿄(キョウ)'로 읽으면서 발생한 오류였다. 로마자로 전사할 때는 '긴쿄(Ginkjo, Ginkiō)'로 표기해야 함에도 '긴크고(Ginkgo)'로 잘못 표기하고 말았다.

명명자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는 켐프퍼를 존중하여 '긴크고(Ginkgo)'를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속명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린네는 스웨덴의 식물학자로서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다른 설도 있다. 속명 'Ginkgo'는 일본 민간에서 유래되었다. 일본어 한자는 종종 여러 발음을 가지는데, '銀杏'은 '긴쿄(ぎんきょう, ginkyō)'로 발음될 수도 있다. 1690년 독일의 식물학자 켐프퍼는 은행나무의 발음을 저서 'Amoenitates Exoticae(1712)'에 기록한 최초의 서양인이다. 일반적으로 그가 쓴 'y'는 'g'로 잘못 읽혔고, 이 오독(誤讀)은 후에 스웨덴의 생물학자 린네에 의해 계승되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어로 'y'라고 읽는 음은 보통 'j'라고 쓰는데, 켐프퍼는 독일 북부 렘고(Lemgo)에서 온 사람으로 현지 방언에서는 'j' 대신 'g'를 사용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어떤 학자들은 켐프퍼의 한 조수였던 막부공식통역관(幕府公式通訳官, 통칭 源右衛門) 이마무라 에이세이(今村英生)의 출생지인 나가사키(長崎)에서 유래했다고 추정한다. 'kgo'라는 단어는 17세기 말 나가사키 지역의 일본어 방언 독음을 정확히 보여준다(維基百科). 따라서 속명 'Ginkgo'는 '긴쿄'로 발음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종소명 '빌로바(biloba)'는 '잎(葉, lobe)'이란 뜻의 라틴어 명사 '로부스(lobus)' 앞에 '둘(two)'이라는 뜻의 라틴어 접두사 '비-(bi-)'가 붙어서 된 라틴어 형용사 '빌로부스(bilobus)'의 어미 변화형으로 '이열편(二裂片)의(bilobate)'라는 뜻이다. 두 갈래로 갈라진 은행나무 잎을 표현한 이름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은행나무의 영어명은 메이든헤어 트리(Maidenhair tree)다. '공작고사리 나무'라는 뜻이다. FOM에는 '깅크고(ginkgo)'라는 영어명도 실려 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일본명은 이쵸우노키(イチョウノキ, 銀杏の木)이다. '은행나무'란 뜻이다. FOM 등재 일본명은 이쵸우(イチョウ, 銀杏, 公孫樹)다.

FOM, 중문판 위키백과(維基百科),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인싱(銀杏)이다. 維基百科에는 꽁쑨슈(公孫樹), 야장슈(鴨掌樹), 야쟈오슈(鴨腳樹), 야쟈오즈(鴨腳子)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인싱(銀杏)의 중국 고대 명칭은 인궈(銀果)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바이궈(白果)라고 불린다. 바이궈(白果)는 베트남어(越南語) 한위에음(漢越音) 'bạch quả'를 차용한 것이다. 인싱(銀杏)은 조선어(朝鮮語)의 한자음(漢字音) '銀杏(은행, eunhaeng)'과 일본어 '銀杏(ぎんなん, ginnan)'을 차용한 것이다(維基百科).

은행나무는 한강토와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심는다(국생정). 이쵸우(銀杏, 公孫樹)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일본에서는 귀화종으로서 신사(神社)나 사원, 공원, 정원수로 심는다. 사찰과 민가 등에 심어져 각지에 1,000년 이상 장수한 거목이 남아 있다. 줄기 둘레가 10m가 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이쵸우(銀杏, 公孫樹)도 많다. 식용의 긴난(銀杏) 재배도 행해져 아이치현(愛知県) 이나자와시(稲沢市)는 생산량이 일본 1위다(FOM).

200만 년 이상 전 제4기(第四紀) 4번에 걸친 빙하기(氷河期, ice age)와 간빙기(間氷期, interglacial period)로 대부분의 인싱(銀杏) 식물은 지구상에서 멸종되었으며 중국에서만 살아남았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인싱(銀杏)은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다. 인싱(銀杏)은 한강토, 일본뿐만 아니라 바다를 건너 유럽, 아메리카에도 정착했다. 중국에서는 북쪽 둥베이(东北) 셴양(沈阳)에서 남쪽으로 광저우(广州), 동쪽 화둥(华东)에서 서남쪽 구이저우(贵州), 윈난(云南) 서부 텅충(腾冲)에 이르기까지 널리 재배한다. 쟝쑤성(江苏省) 타이싱시(泰兴市)는 630만 그루의 인싱(銀杏)을 심었으며 그 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百度百科).

인싱(銀杏)은 내한성(耐寒性), 내열성(耐熱性) 및 가뭄에 매우 강하다. 극한 최저기온이 영하 23.4도 이상, 극한 최고기온이 41도 이하인 것을 견딜 수 있다. 중국에서는 북쪽으로 헤이룽쟝성(黑龙江省), 남쪽으로 하이난성(海南省)까지 심을 수 있다. 특히, 쟝쑤성(江苏省) 타이싱시(泰兴市)와 피저우시(邳州市)는 인싱즈샹(銀杏之鄉)이라고 불린다(維基百科).

은행나무는 높이 60m, 지름 4m까지 자란다. 줄기에서 가지가 잘 발달한다. 나무껍질은 회백색이고, 아래로 깊이 갈라진다. 잎은 큰 가지에서는 어긋나기하지만, 작은 가지에서는 모여나기한 것처럼 보이고 부채 모양이며 두 개로 갈라진 차상맥(叉狀脈)이다. 긴 가지의 잎은 깊이 갈라지고, 짧은 가지의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한 것이 많다. 잎 끝은 미세하게 물결치는 모양이지만 양쪽은 평활하다. 엽질(葉質)은 가죽질이고, 잎맥은 잎기부에서 끝을 향하면서 몇 번 갈라지며, 차상맥을 이루나 나란히맥처럼 보인다. 그래서 맥에 주종(主從)이 없다. 잎맥은 잎 속의 유관속계(維管束系, 관다발)인데, 잎의 매무새를 지탱하고 동시에 수분 등 양료(養料)가 통과하는 길이다. 은행나무 잎의 맥은 잎 끝에서 서로 떨어져 있으므로 개방맥(開放脈)이다. 맥이 한 곳에서 3개로 갈라지는 일은 없고, 분기(分岐)가 집중되는 대(帶)를 형성한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雌雄異體, gonochorism)이다. 수꽃차례는 1~5개의 꼬리처럼 달린다. 수술은 각각 2개이고 약(葯)을 가지며, 그 모양은 긴 타원형이고 길이는 3mm 정도이다. 약은 성숙하면 봉선(縫線)을 따라 갈라진다. 화분(花粉)이 발아(發芽)하게 되면 2개의 정자가 나타난다. 축 길이는 3~4cm이다. 암꽃은 1가지에 6~7개가 모여 나고, 그 끝에 2개의 밑씨가 달리는데 그중 1개만이 성숙한다. 꽃자루 길이는 2cm이다. 꽃은 5월경에 핀다.

열매는 쌍으로 달리는 밑씨 가운데 하나는 대개 위축(萎縮)하고 다른 하나가 성숙하여 표면에는 흰가루 모양의 납 물질이 덮인다. 바깥 육질 부분을 씨껍질이라 하는데 이상한 냄새를 낸다. 씨껍질 안에는 은회색의 단단한 가운데열매껍질(中果皮)이 있고, 중과피에는 대개 2줄 때로는 3줄의 능선이 발달해 있다. 이것을 백과(白果)라 하는데 살구색 종의(種衣)를 가지며 한쪽은 뾰족하고 다른 쪽은 둥글다. 둥근 쪽에 능선수만큼의 작은 돌기가 나 있는데, 이것은 씨자루가 붙어 있던 자리이다. 중종피(中種皮)를 제거하면 그 안에 막질의 내종피(內種皮)가 있는데, 하반부는 회백색이고 상반부는 적갈색의 막으로 되어 있다. 이 내종피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배젖인데 식용으로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단단한 내종피의 안쪽을 보면 역시 상반부는 내종피의 그것처럼 적갈색이고 하반부는 회백색이다. 종자는 10월에 성숙한다.

은행나무는 주요 조림수종으로서 조경수나 내공해수(耐公害樹)로 심는다. 가을 단풍과 수형이 아름다워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 녹음수, 독립수로 심는다. 목재는 결이 곱고 광택이 있어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열매는 식용한다(국생정).

인싱(銀杏)은 분재의 소재로 많이 이용된다. 바이궈(白果)는 껍질을 벗긴 후 익혀서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설탕물을 입혀서 먹기도 한다. 바이궈(白果)는 미량의 시안화수소산(靑化水素, 靑酸)을 함유하고 있어서 날것으로 먹거나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중독되면 구토, 무기력, 발열,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볶는 등 조리 후에는 독성 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인싱(銀杏)을 익혀서 먹으면 온폐(溫肺), 익기(益氣), 정천수(定喘嗽), 축소변(縮小便), 지백탁(止白濁)의 효능이 있다. 날것으로 먹으면 강담(降痰), 소독살충(消毒殺蟲)의 효능이 있다. 과육을 씹어서 코와 얼굴, 손과 발에 바르면 비저포(鼻疽), 물집이 말라서 검게 쭈그러진 것(疱黑干黯皴皺), 개선(疥癬), 감충(疳蟲), 사면발이(陰虱) 등을 치료한다. 인싱(銀杏)의 종자는 난폐(暖肺), 지천수(止喘嗽), 감소담량(減少痰量)의 효과가 있다. 특히 효천(哮喘), 만성기관 및 기관지염(慢性氣管及支氣管炎), 폐결핵(肺結核) 등의 병증에 뚜렷한 치료 효과가 있다. 자음익신(滋陰益腎)의 효능이 있어 빈뇨 등 비뇨기계통(泌尿系統)의 증상에도 응용할 수 있다(維基百科).

은행나무의 종자는 백과(白果), 뿌리(根) 및 뿌리껍질(根皮)은 백과근(白果根), 나무껍질은 백과수피(白果樹皮), 잎은 백과엽(白果葉)이라 하며 약용한다. 백과는 소량의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 지버렐린(gibberellin), 사이토카이닌(cytokinin)과 같은 물질을 함유한다. 내배유(內胚乳)에서는 2종의 라이보뉴클리에이스(ribonuclease)가 추출된다. 외종피(外種皮)는 유독성분 깅크골릭산(ginkgolic acid), 하이드로깅크골릭산(hydroginkgolic acid), 하이드로깅크골리닉산(hydroginkgolinic acid), 빌로볼(bilobol) 등을 함유한다. 화분(花粉)은 다종의 아미노산(amino acids), 글루터민(glutamine), 어스패러진(asparagine), 단백질, 구연산, 자당(蔗糖) 등을 함유한다. 수꽃은 래퍼노스(raffinose)를 함유한다. 폐기(肺氣) 수렴(收斂), 천수(喘嗽)를 진정시키고 체탁(滯濁)을 멈추게 하며 소변을 줄이는 효능이 있다. 효천(哮喘, 천식), 담수(痰嗽), 백대(白帶), 임증(淋症)으로 인한 소변백탁(小便白濁), 유정(遺精), 임병(淋病), 소변빈삭(小便頻數) 등을 치료한다. 백과근은 깅크콜라이드(ginkgolide) C,M,A,B를 함유한다. 익기(益氣) 및 허약을 보(補)하는 효능이 있다. 백대, 유정을 치료한다. 또 다른 약과 배합해서 허약노상(虛弱勞傷, 과로로 인한 쇠약) 등의 증상을 다스린다. 백과수피는 태닌(Tannin)을 함유한다. 내피는 시키미산(shikimic acid), 목질부는 셀률로스(cellulose), 헤미셀률로스(hemicellulose), 리그닌(lignin), 글루코만난(glucomannan), 아라비노-4-ο-메틸글루쿠로녹실란(arabino-4-ο-methylglucuronoxylan), 다량의 래퍼노스를 함유한다. 가지는 헥사코사놀(hexacosanol), 스테롤드(sterold)를 함유하며, 자웅수피(雌雄樹皮)는 래퍼노스를 함유한다. 볶아서 재를 만들어 기름으로 개서 우피동전선(牛皮銅錢癬)을 문지른다. 백과엽(白果葉)은 아이소햄네틴(isorhamnetin), 캠페롤(kaempferol), 캠페롤-3-람노글루코사이드(kaempferol-3-rhamnoglucoside), 쿼서틴(quercetin), 루튼(rutin), 쿼시트린(quercitrin), 깅크게틴(ginkgetin), 아이소깅크게틴(isoginkgetin), 깅크골라이드(ginkgolide) A,B,C, 캐터친(catechin), 에피캐터친(epicatechin), 갤러캐터친(gallocatechin) 등 태닌(tannin) 류의 성분을 함유한다. 또한 시키미산(shikimic acid), 알파-헥세널(α-hexenal), 리널린산(linolenic acid),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 및 미량의 스티그매스터롤(stigmasterol) 등을 함유한다. 익기(益氣), 수폐(收肺), 화습(化濕), 지사(止瀉)의 효능이 있다. 흉민심통(胸悶心痛), 심계정충, 담천해수(痰喘咳嗽), 수양성하리(水樣性下痢), 백대백탁(白帶白濁)을 치료한다(국생정).

인싱(銀杏)은 수세(樹勢)가 아름답고, 봄과 여름에는 녹색이던 잎이 가을에는 노란색으로 매우 화려하게 변하여 정원수 및 가로수로 이용할 수 있다. 인싱(銀杏)은 귀중한 용재(用材) 수종이다. 목재의 가장자리는 담황색, 심재는 담황갈색, 질감이 가볍고 유연해서 가공이 용이하고 광택이 있으며, 쉽게 갈라지지 않고 뒤틀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건축, 가구, 인테리어, 조각 등에 사용되는 우수한 목재다. 잎은 약용 및 살충제 또는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잎에는 활성 성분 외에도 다양한 영양소, 특히 단백질, 설탕, 비타민 C와 E, 카로틴,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다. 과육에는 플라보노이드, 락톤, 은행산, 알부테롤, 빌로볼, 탄닌산, 항균단백질, 다당류 등의 유효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항진균, 항알레르기, 혈액 순환과 뇌 기능 개선, 노인의 뇌 노화 지연, 기억력 향상 등의 효능과 함께 알츠하이머병과 뇌 혈액 공급 부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저산소증 저항성, 항피로 및 항노화 효과가 있다. 잎 추출물은 관상동맥심장병, 협심증 및 고지혈증 치료에 뚜렷한 효과가 있으며, 관상동맥심장병 환자의 현기증, 흉민(胸悶), 심계항진, 호흡 곤란, 피로 및 기타 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심장 혈류를 개선하고 허혈성 심근을 보호하며, 콜레스테롤, 중성 지방을 감소시키고 고밀도 지단백질을 증가시키며, 출혈의 특정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잎 추출물은 구강 내 특정 항균 및 항박테리아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 강화 및 종양 세포 사멸 촉진 효과는 구강암에 대한 특정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잎 추출물은 니트로사민 및 기타 물질에 의한 발암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百度百科).

은행(銀杏)의 성질은 차고[寒] 맛이 달며[甘] 독이 있다. 폐(肺)와 위(胃)의 탁한 기를 맑게 하며 숨찬 것과 기침을 멎게 한다[입문]. ○ 일명 백과(白果)라고도 한다. 또한 잎이 오리발가락 같기 때문에 압각수(鴨脚樹)라고도 한다. 은행나무는 키가 아주 크며 열매는 살구씨(행인) 같기 때문에 은행이라 하였다. 익으면 빛이 노래진다. 속껍질을 벗겨 버리고 씨만 삶아 먹거나 구워 먹는다. 생것은 목구멍을 자극하며 어린이가 먹으면 놀라는 증이 생긴다[일용](동의보감).

본초학에서 백과(白果, 銀杏, 靈眼, 佛指甲)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 가운데 지해평천약(止咳平喘藥)으로 분류된다. 백과는 성질이 평(平)하고 약간 독성이 있으며(有小毒), 맛은 달고 쓰고 떫다(甘苦澁). 폐경(肺經)으로 들어간다. 염폐평천(斂肺平喘), 수삽지대(收澁止帶)의 효능이 있어 담다천해(痰多喘咳), 대하백탁(帶下白濁), 유뇨빈뇨(遺尿頻尿)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많이 먹거나 날것으로 먹으면 중독을 일으키기 쉽다. 해수담주불리자(咳嗽痰稠不利者) 및 실사(實邪)가 있는 해수에는 복용을 기(忌)한다(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 백과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종종 처방하는 한약재다.

은행나무(충주시 교현동 체육관 사거리, 2022. 11. 9)

 

국표 등재 은행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은행나무 '골드스트라이프'(Ginkgo biloba 'Goldstripe'), 은행나무 '아우레아'(Ginkgo biloba 'Aurea'), 은행나무 '파스티기아타'(Ginkgo biloba 'Fastigiata'), 은행나무 펜둘라 그룹(Ginkgo biloba Pendula Group) 등 4종이 있다. 4종의 은행나무 품종은 국표에 정명, 국명, 영문명만 등재되어 있다. 국생정 미등재종이다. 일문판 FOM에는 160여 종의 은행나무 품종이 이름만 실려 있다.

중문판 百度百科에는 12종의 인싱(銀杏) 품종이 등재되어 있다. 둥팅황(洞庭皇, Ginkgo biloba L. cv. 'Dongtinghuang')은 쟝쑤성(江苏省) 쑤저우(苏州) 둥팅시산(洞庭西山)에서 생산된다. 종자(种子)는 도란형(倒卵形)이고 통통하며, 핵(核)의 평균 무게는 3.53g이다. 둥팅산 은행나무 가운데 종자가 가장 크다. 둥팅황은 둥팅산(洞庭山)에서 나는 따포셔우(大佛手, 大长头)의 종자 모양, 핵의 평균 무게가 같다. 샤오포셔우(小佛手, Ginkgo biloba L.)는 쑤저우 둥팅산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장타원형이고, 핵 무게는 평균 2.6g이다. 야웨이인싱(鸭尾银杏, Ginkgo biloba L. cv. 'Yaweiyinxing')은 쑤저우 둥팅둥산(洞庭东山)에서 생산된다. 핵의 선단(先端)은 납작하고 뾰족하며, 모양은 오리 꼬리 같다. 포즈(佛指, Ginkgo biloba L. cv. 'Fozhi')는 쟝쑤성 타이싱(泰兴)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도란형 또는 장타원형이고, 평균 핵 무게는 3g이다. 껍질은 얇고 알맹이가 가득 차 있으며, 과육이 충분하고 수확량이 많다. 종자가 맺히는 가지마다 1~20개가 달린다.

롼궈포셔우(卵果佛手, Ginkgo biloba L. cv. 'Luanguofoshou')는 쩌쟝성(浙江省) 쭈지시(诸暨市) 마뎬(马店)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달걀 모양이며, 끝이 약간 작고 중간 이하가 점차 넓어진다. 핵은 크고 통통하며, 원형 또는 타원형(椭圆形), 마름모꼴이고, 끝이 약간 뾰족하다. 위안디포셔우(圆底佛手, Ginkgo biloba L. cv. 'Yuandifoshou')는 쩌쟝성 쭈지시 샤두(下度)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장타원형에 양쪽 끝이 둥글고 뭉툭하다. 핵은 장타원형에 꼭지가 약간 뾰족하고, 기부는 둥글고 뭉툭하며 매우 통통하다. 간란포셔우(橄榄佛手, Ginkgo biloba L. cv. 'Ganlanfoshou')는 광시성(广西省) 싱안(興安)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긴 도란형(倒卵形)에 꼭지가 약간 둥글고 뭉툭하며, 중상부가 가장 크고 하부가 좁다. 핵은 좁은 장타원형이다. 선단(先端)은 둥글고 꼭지가 뾰족하며, 기부는 매우 좁다. 우신인싱(无心银杏, Ginkgo biloba L. cv. 'Wuxinyinxing')은 쑤저우 둥팅산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편원형에 끝이 뭉툭하면서도 통통하고, 기부는 평평하고 약간 오목하다. 핵은 넓은 타원형이며 능선이 뚜렷하지 않다. 배유(胚乳)가 풍부하고 배아가 없으며 쓴맛이 없다.

따메이허(大梅核, Ginkgo biloba L. cv. 'Dameihai')는 쩌쟝성 쭈지시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크고 거의 원형에 끝이 둥글고 뭉툭하며, 기부가 약간 넓다. 핵은 약간 납작하고 끝이 둥글면서 뭉툭하거나 약간 뾰족하며 기부가 점차 좁아진다. 퉁즈궈(桐子果, Ginkgo biloba L. cv. 'Tongziguo')는 광시성 싱안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크고 편원형이다. 종자의 끝은 둥글고 뭉툭하며, 기부가 넓다. 핵은 거의 둥글고 끝이 넓으면서 뭉툭하고 뾰족하지 않다. 기부는 넓고 양쪽 능선이 뚜렷하며, 저부(底部)가 물고기 꼬리 모양이다. 몐화궈(棉花果, Ginkgo biloba L. cv. 'Mianhuaguo')는 광시성 싱안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타원형에 끝이 뭉툭하고 둥글며, 꼭대기에 미세한 꼭짓점 볼록이 있고, 꼭짓점 근처에 '一'자 또는 '十'자 모양의 홈이 있다. 종자 기부는 더 넓고, 종종 쌍종자를 맺는다. 핵은 편원형이고 약간 좁으며, 꼭대기는 둥글넓적하고 뾰족하다. 핵의 양쪽 능선이 뚜렷하고 가장자리는 날카로우며, 아래쪽 부분은 좁다. 저부에는 1~2개의 작고 볼록한 점이 있다. 따마링(大马铃, Ginkgo biloba L. cv. 'Damaling')은 쩌쟝성 쭈지시 푸가이(夫概)에서 생산된다. 종자는 장타원형에 끝이 둥글고 뭉툭하며, 기부가 평평하고 넓으며 꼭지가 뾰족하다. 핵은 타원형에 비대하고 끝이 뭉툭하며 기부가 넓고 둥글다. 중간 위에 능선이 있고 날개가 뚜렷하지 않다.

2023. 10. 2. 林 山. 2024.1.1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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